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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HDC현산, 4개월 만에 얼굴 본다…쟁점은 ‘재실사’

대표이사간 대면협상 성사…일정 조율 중
4월 말 현산측 대면보고 일방 취소 후 첫 회동
“재실사 위해” vs “절대불가” 양측 입장차 여전
1회 회동으로 타협안 힘들어, 부정적 전망 우세
만남 자체 불발 가능성…곧바로 딜 무산 불가피

그래픽=박혜수 기자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이 4개월여 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관련 협상을 시도한다. 양사 CEO(최고경영자)가 전향적인 결과를 도출하려면 ‘재실사’ 여부에 대한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만남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염려한다.

11일 재계 등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전날 HDC현산의 대면협상 제의를 수락했다. 금호 측은 “HDC현산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대면협의를 수락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구체적인 협의 일정 등에 대한 조율은 실무자간 연락으로 정하자”고 밝혔다.

이는 HDC현산이 지난 9일 “인수상황 재점검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지금부터라도 인수인과 매도인이 서로 만나 협의를 조속히 진행하자”고 밝힌 데 따른 답변이다.

금호와 채권단은 그동안 HDC현산이 대면협상으로 인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해온 반면, HDC현산은 서면으로 각자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자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HDC현산은 강경태도에서 한 발 물러났다. 거래종결(딜 클로징) 최종 시한인 이날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으면, 금호가 오는 12일부터 주식매매계약(SPA)를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 작업이 진전을 보이는 것이 사실상 4개월 만이다. 금호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 4월29일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을 주장한 직후, 당초 예정된 대면보고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후 수차례 걸쳐 구체적인 재점검·재협의 항목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HDC현산은 대응하지 않았다.

대면협상이 성사됐지만, 양측간 신경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HDC현산은 “재실사를 위한 대면협상”이라고 못 박았고, 금호 측 역시 “재실사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HDC현산이 대표이사간 만남을 요청한 만큼, 권순호 대표이사 사장이나 정경구 대표이사 전무(경영기획본부장)를 협상 자리에 내보낼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에서는 서재환 대표이사 사장이 유력하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만남 성사와 불발 크게 두 가지다. 대면협상이 이뤄지더라도, 극적 합의에 대한 기대감은 희박하다.

만약 양사 CEO가 한 테이블에서 마주 앉는다면, 재실사 여부를 놓고 실랑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 간극이 한 차례 만남으로는 좁혀질 수 없기 때문에 몇 차례 더 회동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HDC현산은 금호 측이 진술 및 보장이 진실돼야 한다는 계약의 기본조건을 위반했다며 ‘무조건 재실사’를 외치고 있다. 부채 급등 등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한 데 이어 동의 없이 막대한 차입이 진행됐다고 토로했다. 또 부실 계열사 지원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외부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게 이유다.

반면 금호와 채권단은 7주간의 정밀실사 과정에서 경영현황을 보고했고, SPA 체결 이전부터 돌발변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또 향후 문제삼지 않기로 합의를 마친 부분이기 때문에 재실사에 따른 딜 지연은 허용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타협안이 나온다면, 한 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금호 측은 재실사를 허용하되 기간을 단축하라고 제안할 수 있고, HDC현산는 재실사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HDC현산의 재실사 요청은 구주 가격과 인수대금을 깎기 위한 의도가 크다. 금호와 채권단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만큼, 재실사를 최종 거절할 것이란 분석이다.

금호는 이미 협상 불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금호는 “SPA 해제 여부는 이번 미팅 등 협의 진행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면, 딜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셈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협상 자체가 깨지는 그림이다. 만남 전제조건으로 HDC현산이 재실사 확약을 달라거나, 금호산업이 재실사 불허를 내세우는 경우다. 애초에 대면협상 조건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곧장 ‘노 딜’행 열차를 타게 된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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