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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국유화냐 법정관리냐…발 뺀 정몽규에 고민하는 정부

재실사 요구 HDC현산, M&A 파기 명분쌓기
국유화 등 정부 차원 매각 불발 시나리오 검토
2분기 흑자·기투입된 공적자금 등 종합적 고려
법정관리 돌입보단 채권단 계열사 편입이 유력
새 인수자 난항…구조조정 등 정상화 후 재매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철회할 위험이 커졌다. 정부가 일찌감치 ‘노딜’ 사태에 대비해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 만큼,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정상화 전까지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국유화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손 부위원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M&A 실패에 따른 방향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국유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번 발언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요구한 지난 26일 이후 정부 차원에서 나온 첫 대응이다. HDC현산은 매각주체인 금호산업과 매각대상인 아시아나항공이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며 11월 중순까지 인수상황을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HDC현산의 폭탄 선언 이후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HDC현산의 인수 의지를 확인한 뒤 재실사 허용 여부를 결정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HDC현산의 행보가 M&A 파기를 염두에 둔 명분쌓기 일환이라고 본다.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인수추진단 태스크포스팀(TFT)를 상주시키며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제공 받았고, 채권단 측이 이미 해명한 의혹을 다시 물고 늘어지는 상황 등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지 8개월 만에 사실상 발을 뺀 셈이다.

이번 매각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주도의 경영정상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법정관리와 국영화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법정관리 돌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시아나항공은 회사 규모가 크고, 당장 부도 가능성도 낮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2분기 흑자를 내며 회사의 계속기업가치를 증명하기도 했다.

경영 실패가 아닌 외부 리스크에 의한 재무상태가 악화됐고 글로벌 항공사 위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볼 때, 정부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더욱이 채권단이 투입한 공적자금 규모가 적지 않은 만큼, 법정관리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기도 쉽지 않다.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모든 채무가 동결되고, 채권자는 이자나 원금회수에 제약을 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법정관리를 밟더라도, 강약 조절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법원 주도의 법정관리와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을 결합한 ‘P플랜’이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P플랜은 대우조선해양과 금호타이어 사태 때 검토된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영 항공사로의 전환이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채권단은 현재 보유 중인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36.99%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현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30.77%다.

채권단은 지난해 매각이 결정된 직후 아시아나항공에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이 중 5000억원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매각 불발에 대비해 회사가 공중분해되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였다.

코로나19로 급격한 경영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도 1조7000억원의 추가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 여기에는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인수도 포함됐다.

채권단은 동반매각요청(드래그얼롱) 조항에 따라 M&A 실패시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 하지만 항공업 불황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새 인수자가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계열사로 편입되고, 업황 회복과 정상화 작업이 완료되면 재매물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벌써부터 채권단 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채권단은 인력감축과 비주력 노선 정리, 항공기 반납 등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비용절감에 나설 수 밖에 없는데, 사세 위축과 위상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한때 시장에서는 또다른 대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심 중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지만, 정부의 국영화 언급으로 기대감은 사라졌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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