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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스타항공, ‘네탓’ 공방 과열···마지막 소송전만 남았다

제주-이스타항공, ‘네탓’ 공방 과열···마지막 소송전만 남았다

등록 2020.07.08 10:41

이세정

  기자

제주, 입장문으로 사실상 인수 중도포기 선언불리한 입장에도 반박문 낸 이스타 계약파기 인지딜 무산땐 법정서 책임소재 미루기 위한 진실공방 제주는 계약금 반환, 이스타는 도의적 책임 물을듯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무산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두 항공사간 진실공방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과열되는 양상이다.

양측 모두 M&A 지연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향후 법적다툼을 염두에 두고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기밀유지·셧다운·지분헌납 등 쟁점 놓고 날선 신경전=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지난 7일 각각 입장문을 내고 서로를 공격했다. 쟁점은 기밀유지와 셧다운(운항중단), 구조조정, 체불임금, 선결조건 이행, 지분헌납 등이다.

기밀유지와 관련, 제주항공은 “양사 최고경영자간의 통화내용이나 협상 중 회의록과 같은 엄격히 비밀로 유지하기로 한 민감한 내용을 외부에 유출한 것은 비도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최근 공개된 자료와 주장은 조종사노조에서 발표하거나 제공한 것인데, 이스타항공과 계약 주체인 이스타홀딩스가 유출한 것처럼 호도한다”고 대응했다.

양사는 셧다운 지시 여부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석주 당시 대표가 셧다운을 언급한 것은 ‘조언’이었을 뿐, 셧다운을 요구하거나 강제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스타항공은 “피인수대상 기업이 셧다운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제주항공의 명백한 지시였다고 토로했다. 관련 증거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제주항공은 구조조정을 지시했다는 이스타항공이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스타항공이 리스사로부터 기재 조기회수를 당한 2월에 이미 구조조정을 계획해 놨다는 것이다. 경영진 미팅 종료 후 3시간여 만에 구조조정 계획안을 전달한 것도 시간 흐름상 사전에 미리 준비한 증거라고 봤다.

이스타항공은 언론에 공개된 구조조정 계획 문건은 실제로 사용될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실제 구조조정은 셧다운 이후 제주항공이 제시한 규모와 기준에 의해 진행됐다고 언급했다.

제주항공은 “주식매매계약(SPA)상 체불임금이나 코로나19로 발생한 재무적 부담을 부담하겠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고, 현 경영진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SPA 이전부터 자금 부족으로 생길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계약서에 그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타이이스타젯 선결조건 이행과 관련해 제주항공은 “지급보증문제가 해결됐다는 증빙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은 “계약변경 당사자인 리스사가 합의한 문건을 이메일로 제주항공에 보낸 만큼, 제주항공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대꾸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 헌납에 대해서는 감정적인 발언이 오갔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 보유 지분은 근질권이 이미 설정돼 있어 상의 없이 지분을 넘길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또 “지분 헌납으로 이스타항공에 귀속되는 금액은 8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체불임금 해결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스타항공은 대주주의 진정성을 왜곡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또 “이스타홀딩스는 이번 매각으로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제주항공 주장대로 추가 귀속금액이 80억원에 불과하다면, 체불임금과 미지급금을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 애초 실현 불가능한 조건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응수했다.

◇인수 무산 기정사실화···법적다툼 염두에 둔 떠넘기기=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인수 포기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의 신뢰가 훼손됐다는 점을 꼬집었고, 이스타홀딩스로부터 넘겨받기로 한 지분의 정당성을 의심했다. 이스타홀딩스는 페이퍼컴퍼니와 불법자금 마련 의혹을 받고 있다. 인수 이후의 안정적인 경영을 확신할 수 없다는 발언도 남겼는데, 사실상 중도 포기를 선언한 셈이다.

이스타항공도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를 인지했고, 이에 강도 높은 반박문을 내놓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주항공과의 감정싸움이 깊어질수록, M&A 성사에 불리하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두 항공사가 치열한 진실게임을 벌이는 진짜 이유는 딜 무산에 따른 법정공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계약 파기가 공식화된다면, 그 원흉이 상대방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책임 소재를 떠넘기고 있다는 얘기다.

제주항공은 계약금 명목으로 115억원 가량을 이스타홀딩스에 지불했고, 대여금까지 포함하면 그 금액만 225억원에 달한다.

제주항공은 인수 무산에 따라 지기급된 대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낼 수 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만큼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마저도 주가 하락으로 유증 규모는 줄었다. 한 푼이 아쉬운 제주항공이 계약금을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주장이다.

제주항공이 인수 지연의 책임을 이스타항공에 미루는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제주항공은 자신들이 이행해야 할 선행조건을 모두 완수했지만, 이스타항공이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거래를 종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스타항공은 계약금 보전과 위로금 등을 청구할 수 있다. 제주항공의 개입으로 국내선 운영을 중단하면서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제주항공이 인수계약 이행을 의도적으로 연기하면서 경영난이 가중됐다고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은 지난 4월말부터, 특히 5월7일 이후 어떠한 대화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문서를 통해서만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이 언급한 5월7일은 제주항공의 1분기 실적 발표 하루 전날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에 65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최악에 가까운 실적을 받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고의적으로 미룬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가능하다.

한편,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게 오는 15일까지 선결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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