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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백지화’…진실 공방전만

계약서상 비밀 유지 계약 위반, 신뢰 훼손 지적
정부지원 받아 이스타 인수 않겠다는 의사 밝혀
이상직家, 지분매입 과정서 각종 의혹…정당성 논란
매각대상 아닌 지분도 오너가와 연관, 지배력 악영향
이달15일까지 선행조건 미충족시 공식 계약파기할 듯

그래픽=박혜수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진실 공방전으로 사실상 인수가 백지화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비도덕적이라고 비판한데 이어 인수합병(M&A)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가 깨졌다고 지적했다. 인수 이후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사실상 인수 작업을 중도 포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다.

7일 제주항공은 입장문을 통해 “최근 이스타 측이 계약의 내용과 이후 진행 경과를 왜곡해 발표하면서 우리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반발했다.

제주항공은 “양사 최고 경영자간 통화내용이나 협상 중 회의록 같은 엄격히 비밀로 유지해야하는 민감한 내용들이 외부로 유출된 것은 비도덕적”이라며 “깊은 신뢰가 있어야 하는 기업 인수 과정에서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인수에 대해서 동반부실이 우려되고 있다”며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M&A에 대한 정부 지원은 결국 국민 세금이다. 견실하게 회사를 운영해 갚을 수 있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제주항공은 “최근 제기된 각종 의혹들은 이번 인수계약에서 제주항공이 매수하려는 지분 정당성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며 “지분 인수에 따라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제주항공은 셧다운(운항중단)과 구조조정 지시 등 경영간섭, 체불임금 부담 등 최근 불거진 각종 의혹을 전부 부인했다.

셧다운에 대해서는 조언만 했을 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조조정도 이스타항공 내부에서 이미 2월에 결정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체불임금은 현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문제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부담하겠다는 약속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기업결합심사 고의 지연과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헌납 등 여러가지 쟁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베트남 심사는 이날 승인 통보를 받았고, 이 의원의 지분은 이미 근질권이 설정돼 있어 상의 없이 헌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타이이스타 등 선결조건과 관련해서는 보증관계 해소, EOD(Event of Default) 발생 방지 등의 조건이 이행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힌 것과 다름없다고 해석한다.

이스타항공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언급은 계약 파기의 명분을 얻기 위한 의도로 보여진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측이 계약에 따라 비밀에 부쳐야 할 민감한 협상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더라도, 회사를 잘 운영해 빚을 갚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발언은 사실상 정부 지원과 이스타항공 인수 모두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로부터 인수하기로 한 지분 51.17%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스타홀딩스는 설립과 이스타항공 지분 매입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 의혹과 불법 자금 마련 의혹을 받고 있다.

이스타항공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불법적 요소들이 작용했다면, 이 지분을 넘겨받는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인수 이후 안정적 경영을 보장할 수 없다고도 말했는데, 이는 매각 대상이 아닌 나머지 48% 가량의 지분을 의식한 것이다. 이 지분 역시 이 의원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만큼, 제주항공이 최대주주에 오르더라도 지배력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있다.

더욱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선결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0영업일 이내에 선행조건을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선행조건은 타이이스타 지급보증 해소를 비롯해 체불임금과 연체료, 미지급금 등의 상환이다. 갚아야 하는 돈만 최소 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시 말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오는 15일까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수 계약을 공식적으로 파기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측의 주장은 모두 상반된다”며 “하지만 진실공방을 떠나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할 수 있는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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