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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딜···속타는 이동걸 VS 느긋한 정몽규, 왜?

아시아나 딜···속타는 이동걸 VS 느긋한 정몽규, 왜?

등록 2020.07.03 10:43

수정 2020.07.03 15:57

김성배

  기자

코로나탓 아시아나항공 경영 극도로 악화M&A종결시한 이미 넘겨···계약 해지 가능정몽규 놓치면 ‘KDB아시아나항공’ 탄생이동걸 임기도 3개월뿐···금호그룹 벼랑끝

아시아나 딜···속타는 이동걸 VS 느긋한 정몽규, 왜? 기사의 사진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1 대 1로 만났다.

정 회장은 이 회장의 회담 제의를 거절해오다 독대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회장과 정 회장은 HDC현산이 인수합병(M&A) 절차를 밟고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한 얘기를 나눴다.

이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확실히 결정해준다면 매각 조건을 완화해 줄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인수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시한을 못 박지도 않았다. 인수 완료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전언이다.

# “언론에 나와 있는 내용대로 입니다. 회사(HDC)에서 배포한 자료를 봐주세요.”

정몽규 회장은 최근 한 매체 기자를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딜과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HDC현대산업개발이 국내 대형 법무법인을 추가 선임하는 등 법적 대응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투자업계가 정 회장이 사실상 아시아나 인수 포기(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는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HDC는 이미 딜을 깨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마음을 굳힌 상태이기 때문에 다시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파격적 카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간 아시아나항공 ‘노딜’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정몽규 회장과 이동걸 회장의 시간도 크게 다르게 흐를 것이란 관측이다.

항공업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정 회장이 인수를 거부한다면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산은이 지배하는 회사(자회사)로 남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 쥘 가능성이 높다. 반면 원점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정 회장은 장기전으로 시간을 끌면 끌수록 구주 인수가격 깎기나 산은 출자전환 등 유리한 인수조건 고지를 선점할 공산이 크다.

다시 말해, 아시아나항공 M&A 종결시한(주식매매계약)이 이미 지난 상황에선 시간은 정몽규 회장 편이란 의미.

실제 정 회장은 급할 게 없다. 지난해 말 모빌리티 그룹을 선언할 당시만해도 그의 당초 계획은 인수절차를 빠르게 완료하고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작업에 나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이 급격하게 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업황이 악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말 부채비율은 2019년 반기말 대비 1만6126% 급증하는 등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그대로 인수할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의 재무상황도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인수조건에 대한 원점에서의 재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결국 2조5000억원의 아시아나항공 몸값을 낮추기 위해 장기전에 돌입할 것 내다보고 있다.

세부 조건이 협의가 되지 않아 판이 깨진다고 해도 향후 소송 등을 통해 이행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 조급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이동걸 회장은 속이 타들어 간다. 일단 이번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실패하면 대우조선해양이나 대우건설, KDB생명처럼 아시아나항공을 산은의 사실상 자회사로 받아야한다. KDB아시아나항공이 탄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항공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덩치가 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기업을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인수전에서도 대기업으로는 HDC현산이 유일하게 참여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고 박삼구 회장 등에게 “도로 경영하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 “경영을 제대로 못했으니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며 매각을 먼저 종용해놓고서는 팔리지 않는다고 다시 떠앉기는 건 책임있는 공공 금융기관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

이 회장의 얼마남지 않은 임기도 문제다. 그의 임기는 3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그 전에 딜을 마무리해야 뒷탈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재협상이 진행되는 기간에 회장이 교체되면 딜 클로징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각종 M&A가 멈춰있는 상황에서 또 한건의 빅딜이 깨지는 경우 이 회장 본인 스스로도 유종의 미는 커녕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게 불보듯 하다.

금호그룹 존폐 위기도 이 회장 속을 끓게한다. 금호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매각여부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고 해도 관건이 아니라서다.

애초 금호그룹은 아시아나 매각 대금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빌린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한편 신성장 사업에 투자하려던 당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젠 모든 계획이 어그러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그룹의 모태이자 지주사 격인 금호고속만 남기고 금호그룹이 완전히 해체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를 HDC현대산업개발에 3228억원에 넘기는 매매 계약을 체결, 계약금에 해당하는 322억원만 받은 상황이다. 특히 현재 금호고속은 산은에 1300억원을 빌리면서 보유 중인 금호산업 지분 45%를 담보로 잡혔다. 이를 갚지 못할 경우 금호산업은 채권단 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

채권단이 차입금 만기(4월)를 한차례 연장해줬지만, 최악의 경우 그룹 지주사 격인 금호고속만 남는 등 그룹의 존폐가 걱정해야한다. 한시라도 빨리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란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사태 탓에 지속적으로 회사가 어려워지고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산은 등 채권단측에서 파격적인 제안을 해오지 않는다면 정 회장은 아시아나 포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을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고 해도 제3의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채권단이 정몽규 회장의 요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일 것으로 본다. 이제 정 회장이 아닌 키는 이동걸 회장이 쥐고 있다고 봐야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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