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영 기자
등록 :
2020-07-01 13:32

수정 :
2020-07-02 07:58

[여의도TALK]자율규제·선제적 대응?…금투협의 ‘공염불’

라임 사태 후 협회장 취임 일성, 선제 대응 강조
산재된 문제도 투자자 신뢰회복에 방점 찍어
라임→알펜루트→옵티머스 사태에 속수무책
회원사 모아 그 흔한 자정선언, 사과도 안해

“투자자 신뢰회복을 위해 자율규제의 기능과 역할이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습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입니다. 올해 초 득표율 76.3%로 당선에 성공한 나 협회장은 출마의 변을 통해서도 선제적 자율 규제를 하겠다는 뜻을 피력해 왔는데요. ‘희대의 금융사기’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로 자본시장이 발칵 뒤집어지고, 투자자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한 시점과 맞물립니다.

때문에 증권사·자산운용사·선물회사·부동산회사 등 440여개 기업을 회원사로 거느린 금융투자협회의 수장으로서 가장 우선 순위로 추진해야 될 과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요. 앞서 협회장직의 공백기가 다소 길었던 만큼, 새로운 조직에 거는 기대감은 한층 배가됐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나 협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일말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하는 상황이었죠.

그러나 본격적으로 나서기도 전에 사모펀드를 둘러싼 금융사고가 줄줄이 터지면서 나 협회장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됩니다. 선제적 대응은 고사하고 사기판으로 전락한 사모펀드 시장의 현안 파악에 급급한데요. 대처 역시 모니터링 강화 등 후속 조치 수준에 그쳤습니다. 협회 측은 “연초부터 사모펀드 개선방안을 준비해 왔으나, 회원사들과 내부 조율 중”이라며 “자율규제 차원에서 선행될 부분은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취임 당시 나 협회장은 공모펀드 정체, 사모펀드 신뢰 하락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자산운용업계를 위해 대응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소형운용사의 내부통제 지원, 관련 설명회 등 협회 정책에 있어 운용사가 자칫 소홀 시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전체 회원사 중 자산운용사 비중이 가장 많은 만큼 특별 관리를 예고한 셈입니다. 더욱이 자체적인 내부통제 역량 제고에 힘을 보탤 것도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협회가 회원사를 강제로 관리하긴 어렵지만, 신뢰받는 자본시장으로 되돌리기 위한 절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비춰지는 데요.

이는 현행 사모펀드 규제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과제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업계 차원의 자구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바닥까지 추락한 투자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규제 여부와 관계없이 자체적인 위험관리 조직 및 체계, 내부통제 기준, 유동성 리스크 관리체계 등을 재정비해 역량을 한층 강화해야한다고 말이죠.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낸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등장으로 수포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올 초 금융 역사상 희대의 사건으로 기록될 라임 사태를 겪고도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같은데요. 회원사를 대표하는 협회로서,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한 자정선언 움직임 조차 없었던 것도 이러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가 회복하기 힘든 수준으로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투자자 불신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나 협회장은 올 초 금융투자업계 산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투자자 신뢰를 기반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토록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잰걸음식의 대책, 오히려 자본시장 후퇴로 이끄는 지름길이지 않을까요.

천진영 기자 cj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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