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스타항공 M&A 곳곳에 뇌관…멀어지는 ‘메가 LCC’

SPA 체결 후 코로나19 확산…인수협상 중단
체불임금 250억, 누가 부담할지 놓고 양사간 신경전
이상직家 발빼기 논란…노조, 배임·횡령 등 고발 예정
‘사측’ 근로자대표-‘강성’ 조종사노조간 내부갈등 심화

이스타항공, M&A 관련 중요사항 발표 긴급기자회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저비용항공사(LCC) 공룡’을 꿈꾸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난관에 봉착했다. 항공업황의 불확실성이 확산된 가운데, 이스타항공 창업주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내부 갈등 격화로 인수합병(M&A) 작업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지분 양도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먼저 M&A를 제안한 쪽은 제주항공이다. 이스타항공이 경영위기를 겪던 만큼, 대주주는 제주항공의 제의를 선뜻 받아들였다. 이스타홀딩스 외 2인의 주주는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약 695억원에 제주항공으로 넘기기로 합의했다.

당초 제주항공은 2019년 말까지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인수절차를 끝내기로 했다. 하지만 실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12월 말에서 1월 말로, 또다시 2월 말로 두 차례나 SPA 체결을 연기했다.

양 사가 SPA를 체결한 것은 코로나19가 전세계로 번지기 시작한 3월이다. 실사 결과에 따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대금을 계획보다 150억원 가량 깎은 545억원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M&A 작업은 삐걱대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항공업계 전반이 경영난에 빠졌고, 이스타항공 인수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지부진하던 M&A의 ‘뇌관’으로 부상한 것은 이스타항공 체불임금이다. 이스타항공은 심각한 자금난 탓에 올해 2월부터 임직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금액만 약 250억원.

이스타항공은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체불임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월부터 전 노선 셧다운(운항중단)을 지시한 것이 제주항공이고, 그 영향으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제주항공은 셧다운이 전적으로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내린 결정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그 가족들을 향한 여러가지 논란도 M&A 과정의 악재로 부상했다.

이 의원 자녀들 소유인 이스타홀딩스는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 의혹을 받는다. 2015년 이스타항공 지분을 사들이던 당시 당시 20대 중반인 딸과 10대 중반인 아들이 자본금 3000만원으로 회사를 만들었고, 100억원이 넘는 이스타항공 주식을 사들인 경로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시장 안팎의 의심의 눈초리가 거세지자 이 의원 일가는 지난달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전부(38.60%)를 회사에 헌납키로 했다.

지분 매각에 따른 시세차익을 포기할테니, 회사가 직접 매각대금을 받아 체불임금 등 경영상 위기를 헤쳐나가라는 얘기다.

하지만 임금체불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발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6일 이번 M&A가 마이너스 딜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발 채무를 위한 전환사채(CB) 담보 제공, 세금, 부채 상환, 이 의원이 최근 약속한 체불임금 지급액 110억원 등을 모두 더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 의원과 이 의원 딸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를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이 의원은 모든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스타항공에 주식을 던졌다”면서 “주식 헌납도 제주항공이 아닌 이스타항공 쪽에 던지는 바람에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고 비판했다.

이번 M&A에서 배제된 이스타항공 지분 49% 가량도 이 의원 우호지분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 의원 형인 이경일 전 이스타항공 회장의 회사 비디인터내셔널은 이스타항공 지분 약 7.49%를 보유 중인데, 이 지분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내부에서는 직원들간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근로자 대표는 이 의원 일가의 지분 헌납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스타홀딩스의 경영권 포기와 지분 헌납이라는 통 큰 결정에 감사하고, 직원들은 어떠한 고통분담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입장문을 낭독했다.

이에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조종사노조 측은 “너 내가 조심하라고 했지”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 고성과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말 직원 1600여명이 각각의 부문에서 투표로 선출한 근로자 대표단 5명이 사측과 협의를 진행해왔다. 이들은 전 직원 과반 이상인 70%의 찬성표를 받았다.

220여명이 속해 있는 조종사노조는 강경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근로자 대표가 사측이기 때문에 이 의원을 두둔하고 있다며 반발한다.

제주항공은 이번 사태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사전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이고, 공문으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어 구체적인 파악이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SPA 체결 당시 제시한 선결조건 2가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협상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선결조건은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제트에 선 지급보증 해소와 해외 기업결함심사 승인 완료인데, 한 건도 이행되지 못한 상태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과 모기업인 애경그룹 내부에서 인수 포기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황 회복 시점이 요원한데 막대한 규모의 자본 투입이 필요한 이스타항공 때문에 그룹 전반으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이 의원과 이스타항공이 정치권과 연결돼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이 이스타항공 노조 측에 연락해 임금 체불과 관련된 중재를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스타항공 역시 딜이 더 이상 진척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이번 기자회견의 의도가 향후 법적공방에 대비해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스타항공은 M&A가 진행되고 있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정부가 과감히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고 요청했는데, 사실상 매각 무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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