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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 기자
등록 :
2020-06-11 15:38

수정 :
2020-06-11 16:34

[스토리뉴스 #더]다다익선은 옛말…“이런 자격증은 있으나 마나죠”

기업이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차별을 배제하고 공정성은 높이기 위해 도입된 블라인드 채용. 지원자의 학벌, 외모, 출신지, 가족관계 등을 제외하고 오로지 직무능력만을 평가하는 ‘탈스펙 채용’이라 불리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스펙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게 사실이다.

다만 요즘 채용시장에서는 일단 이것저것 쌓아놓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직무역량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경험이 중시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어떤 스펙들은 기업별 채용 평가에서 다소 불필요하게 취급되기도 하는 상황.

돈에 시간에 상당한 노력까지 들여가며 어렵게 만들었지만 자칫 채용 평가에서는 계륵이 될 수도 있는 스펙들, 무엇이 있을까?
최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28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실제로 조사 대상 10곳 중 6개 기업(62.1%)이 채용 평가에서 ‘불필요한 스펙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중 가장 많은 이들이 지목한 스펙 1위는 바로 ‘한자 또는 한국사 자격증(55.7%)’. 이어 극기·이색 경험(49.4%)을 꼽은 이들도 적지 않았고 석·박사 학위(23%), 회계사 등 고급 자격증(21.8%), 제2외국어 능력(20.1%)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 스펙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주로 직무와 연관성이 높지 않거나, 채용 후 실무에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었기 때문.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업 관계자들은 이런 보여주기식 스펙을 가진 지원자들이 과거에 비해 늘고 있다(51.1%)는 데 공감했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일반사무직 채용인데) 최근에 드론 자격증 취득하셨네요^^.”
“채용되면 결재 서류 드론으로 날려드리겠습니다.”
그 이유는 수많은 구직자들을 끝 모를 불안으로 내모는 채용 시장의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는 전체 실업자에서 25~29세의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21.6%에 달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로, 2012년 이후 쭉 1위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주요 국가의 순위를 보면 한국 다음은 덴마크(19.4%), 멕시코(18.2%)가 뒤따랐고 이웃나라 일본은 12.6%, 미국은 13.0%, 독일은 13.3% 수준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국가별 대학 진학률 등 여러 조건과 함께 고려돼야 하는 만큼 수치만으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문제라는 점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결과다.

이렇듯 막막한 환경에 놓인 지원자들은 마냥 손 놓고 앉아있기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력서에 뭐라도 하나 더 넣어보자’라는 답에 이르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가하면 기업에서 환영하는 스펙들도 물론 있다. 구직자가 꼭 갖춰야 할 스펙 그 첫 번째는 당연하게도 지원하는 분야와 밀접한 ‘업무 관련 자격증(66.1%)’이다. 이어 기업체 인턴 경험(20.5%), 공인영어성적(19.3%), 학점(17%)도 주로 필요한 스펙에 꼽혔다.

이들 스펙은 실무에 도움이 되는, 객관적 판단이 가능한 유형이라는 게 기업 관계자들의 설명. 이에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 역시 57.7%에 달하는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에서 철저히 실전형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잘 드러나는 부분.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한 가지라도 실전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보여주는 활동이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한 기업 128개사의 전형 종합 결과에도 이런 경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사에서 집계된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은 무려 평균 26:1. 상당한 경쟁률을 뚫고 최종적으로 입사에 골인한 신입사원의 96.1%는 평균 2개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고, 학점은 평균 3.5점 정도였다.

경쟁률도 지원자의 스펙 수준도 만만치 않은 전형 과정에서 당락 결정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스펙은? 기업 관계자들은 다른 무엇도 아닌 ‘전공’을 1순위로 선택했다. 다음으로 인턴 경험과 자격증 역시 주요 평가 요소가 됐고, 일부는 대외활동 경험, 인턴 외 아르바이트 경험, 외국어 회화 능력을 꼽기도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의 취업자가 39만명 이상 감소했고, 청년 실업자는 4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어붙은 채용 시장에 코로나19 영향까지 더해진 탓이다.

다만 날로 어려워지는 것만 같은 상황 속에서도 서비스직을 중심으로 고용 감소세가 완화하는 등 일부 회복 조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희망이 엿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스펙을 바라보는 최근의 관점은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는 적재적소(適材適所) 혹은 과유불급(過猶不及)에 가깝다는 사실. 어두운 미래와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힌 구직자들이 이 점을 잊지 않길, 그리고 성공적인 취업까지 실낱같은 희망이나마 꼭 붙잡고 잘 버텨낼 수 있기를 응원한다.

글·구성 : 박정아 기자 pja@
그래픽 : 홍연택 기자 yt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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