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채팅앱은 말 그대로 불특정 사용자 간 온라인 대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300여 개가 유통 중입니다. 별도의 인증장치 없이 닉네임, 성별, 나이를 임의로 설정해도 채팅을 할 수 있지요.
확인 절차가 부재한 탓에 익명성을 악용할 여지는 매우 많습니다. 실제로 채팅앱들은 그간 청소년 조건만남, 성매매 알선 등 불법·유해행위의 주요 경로로 이용되며 꾸준히 지적받아 왔는데요.
법체계가 나 몰라라 하는 사이 악랄함은 점점 더 가중됐습니다. 탤레그램 n번방 가해자들 역시 피해 청소년들을 유인하는 창구로 이 같은 랜덤 채팅앱들을 악용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남성 A씨가 여성인 척 “당하고 싶다”는 글을 랜덤 채팅앱에 올렸는데요. 연락해온 남성 B씨에게 A씨는 엉뚱한 원룸 주소를 알려줬고, 해당 원룸에 살던 애먼 여성은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범죄 사례가 이처럼 예측불가, 걷잡을 수 없이 튀어나오는 상황. 가만 둬서는 안 될 것 같은데요.
이에 여성가족부는 랜덤 채팅앱들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할 계획. 관련 결정 고시안을 5월 13일 행정예고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실명 또는 휴대전화 인증 △대화 저장 △신고 기능 등 안전한 채팅을 위한 기술적 조치가 없는 랜덤 채팅앱은, 오직 성인만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에 청소년이 사용 가능한 채팅앱은 채팅 중 불법행위나 성범죄 유인 같은 피해를 입을 경우 (대화 저장 등) 증거 수집과 신고 기능을 두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지요.
문제의 본질은 ‘도구’가 아닌 해당 ‘인간’ 그 자체에 있겠습니다만, 그 인간이 덫을 놓는 무대 또한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
이번 행정 절차를 시작으로 디지털 도구들의 악용 여지를 보다 세게 움켜쥐었으면 좋겠습니다.
뉴스웨이 이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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