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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 ‘재난지원금 엇박자’ 공개 질타···기재부 고집 꺾나

정 총리, ‘재난지원금 엇박자’ 공개 질타···기재부 고집 꺾나

등록 2020.04.23 17:05

주혜린

  기자

홍 부총리, 사실상 수용···기재부 내 일각에서 뒷말정 총리 “당정청 합의한 내용에 딴소리 말라” 경고전문가·여론 “재정건정성 영향 거의 없어” 비난도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서 발언하는 정세균 총리. 사진=연합뉴스 제공코로나19 중대본 회의서 발언하는 정세균 총리.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세균 국무총리가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안을 놓고 정부 공식 입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향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23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지난 며칠 간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이 충돌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민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며 “어제 청와대와 의견을 나누고 부총리와도 상의해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와 참여가 가능한 제도가 국회에서 마련되면 정부도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해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이 같은 공식 입장을 냈음에도 일부 기재부 공직자들이 ’당과 총리가 합의한 것이지 기재부는 상관 없다’ ‘기재부는 입장이 변한 게 없다’ 등 뒷말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기재부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큰 틀에서 정부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국민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경제부총리는 저의 이 같은 뜻을 기재부에 정확하게 전달해주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당정은 지난 22일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고소득층 등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재원 부담을 완화한다는 내용의 절충안을 발표했다.

기재부는 총선 후에도 소득 하위 70% 이하 1478만가구에 40만~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안을 고수해왔다.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소비 여력이 있는 상위 가구의 경우 지원금을 줘봤자 기존 소비를 대체할 뿐, 내수 진작 효과가 없다는 논리이다.

재정 건전성도 문제로 삼았다. 70% 지급에 필요한 예산 9조7000억 원은 국채발행 없이 가능하지만, 100% 지급에는 13조 원이 들어 3조 원가량의 적자국채 발행이 필요하다.

과거부터 기재부는 재정건전성 악화 이슈에 특히 민감하다. 옛 기획예산처 출신 인사들이 고위직 전반을 장악하면서 기재부의 전체 입장을 대변하는 현상이 두드러졌져 왔다. 특히 현 정부 출범 후 취임한 김동연 전 부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모두 EPB 계열이다. 현재 홍 부총리를 비롯해 총 9명의 기재부 1급 고위 공무원 중 6명이 예산을 관장하던 옛 기획예산처 출신이다.

민주당은 홍 부총리를 강하게 압박했으나,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굳건했다. 홍 부총리는 전날 열린 5차 비상경제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가 나올 때만 해도 “(차등 지급안을) 의회에 설득하겠다“고 밝혔었다.

일각에서는 OECD 평균 국가부채 비율 110%에 비하면, 한국은 40% 선이어서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한편에선 기재부가 재정건전성을 유난히 강조하는 시각으로 불필요한 고집을 피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여당의 주장대로 전국민에게 재난 지원금을 주더라도 현재 제출된 추경안에서 3조원 정도의 추가 재원만 마련하면 되는데, 이는 재정건전성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3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채무비율은 41.35%로 0.15%포인트 늘어나는 수준에 그친다.

2018년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OECD 평균 109.2%이다. 미국은 106.9%, 일본은 224.1%이고 프랑스 122.5%, 영국 111.8%, 스페인 114.8%, 독일 70.3%이다. 반면 한국은 40.1%이다.

전문가들은 역대급 위기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말고도 정부가 할 일이 많다며, 소모적인 기준 논란은 이제 매듭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21일 정부의 2차 추경안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재원마련 방식으로 국채발행을 거부하는 입장이 실질적인 재정건전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2조8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해 2조8000억원의 대응되는 외화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비록 국채 발행량은 늘어나지만 재정건전성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금융성 채무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목표만을 달성하고자 재정건전성과 전혀 상관없는 지출삭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논란이 지속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직접 만나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전날 ”당정 엇박자가 계속 나오면 국민이 불편해한다“, ”여야가 합의하면 정부가 존중을 해줘야한다“ 등의 논리로 홍 부총리를 중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급안을 고집하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사실상 수용 뜻을 전했다. 홍 부총리는 이 시기에 많은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가 않을 것으로 생각돼 말을 아끼겠다“며 이전에 ”(차등 지급안을) 의회에 설득하겠다“고 밝혔던 것에서 한 발 물러섰다.

다만 기재부는 당정 발표 이후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등 불만을 내비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일부 공직자의 다른 발언이 외부로 나가기도 했다. 이날 지방 일정으로 회의에 불참한 홍남기 부총리 대신 회의에 참석한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앞으로 각별히 유념하겠다”며 “직원들에게도 잘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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