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유상증자로…한진칼 경영권 방어한다?

대한항공, 자금난에 최대 1조 규모 유증 추진
모기업 한진칼, 유증 배정물량 받을 현금 부족
제3자배정 시도, 새로운 우호세력 등판 가능성
기존주주 지분율 축소에도 3자연합 견제 관측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모기업 한진칼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금을 마련하는 동시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연합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현재 5000억~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해 주요 증권사들과 주관사 선정 등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유상증자 방안이나 자금조달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나선다면 2017년 3월 이후 3년 만이다. 대한항공은 운영자금 확보를 목표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총 4577억원의 현금을 마련한 바 있다. 발행가액은 1, 2차 발행가액(할인율 20%) 중 낮은 금액으로 결정됐다.

대한항공은 당시 전체 주식수의 29.8%에 해당하는 2200만4890주를 신규 발행했다. 대한항공 정관상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할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모기업인 한진칼은 1135억원을 투입해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배정물량의 100%를 확보했다.

대한항공은 이번에도 일반공모 방식을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발행 주식수는 9484만4634주이고, 정관에 따라 신규 발행 가능한 주식수는 최대 2845만3390주다.

전날(20일) 기준 종가 1만9550에 20% 할인율을 단순 대입하면 예상 발행가액은 1만5640원이다. 이 경우 대한항공이 확보할 수 있는 총 현금은 4450억원 규모다. 할인율을 낮추면 더 많은 현금을 가져갈 수 있다. 1조원이 목표라면 유상증자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배정물량을 모두 소화하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금이다. 5000억원 규모의 증자에 나설 경우 한진칼의 투입 금액은 1500억원, 1조원 규모일 때는 3000억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한진칼의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1142억원에 불과하다.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서는 추가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 유상증자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한진칼은 조만간 이사회를 개최하고 유상증자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주주들의 민심을 확보하면서 3자 연합과의 지분격차를 벌린다는 구상이다.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하면 경영권 공격 세력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신주발행 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반공모가 가능하다. 상장 주식수 기준 최대 1775만1137주를 신규 발행할 수 있다. 할인율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20일 종가 8만1000원을 기준으로 약 1조원대 안팎을 확보할 것으로 계산된다.

유상증자 방식은 제3자배정이 유력하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가 아닌 특정 3자를 신주 인수자로 정해놓는 것이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아닌, 이사회 결의만으로 결정할 수 있다.

조 회장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던 제3의 세력을 우군으로 부상시킬 수 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조 회장 측이 새로운 아군을 확보하면 오히려 역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날 기준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오너가와 특별관계자와 델타항공, 카카오,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 한일시멘트, GS칼텍스, 경동제약 등 총 42.8%로 추정된다.

반면 3자 연합은 조 전 부사장 6.49%, KCGI 19.36%, 반도건설 16.90% 총 42.75%다.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 기대감으로 올 초 3만원 후반대에서 2배 넘게 뛴 8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양 측 모두 추가 지분 매입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경영권 방어 세력과 공격 세력의 지분차가 거의 나지 않는 상황에서 조 회장 측이 유상증자로 우호세력을 늘리면, 3자 연합 측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호재로 인식될 수 있다. 대주주가 지정한 인수인이 주식을 처분할 가능성이 낮고, 회사는 자금 확보로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조 회장은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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