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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훈 기자
등록 :
2020-04-21 07:48

“저장할 곳 없다” 국제유가, 사상 첫 마이너스…5월물 WTI ‘–37달러’

코로나19 충격파 반영…선물만기 5월물 가격왜곡
6월물 WTI 20달러선, 브렌트유는 25달러선 거래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이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원유 생산업체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하는 것으로, 수요가 아예 실종됐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락 압력이 지속하는 가운데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가 겹치면서 기록적인 낙폭으로 이어졌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55.90달러, 약 305% 폭락한 수치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 이벤트’까지 겹친 탓이다.

5월물 WTI 만기일(21일)을 앞두고 선물 투자자들은 5월물 원유를 실제로 인수하기보다는 대부분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선택했다.

재고가 넘쳐나고 원유저장 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제히 5월물을 팔아치우고 6월물을 사들이면서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왜곡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 방송은 “저장 탱크는 이미 채워져 더는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원유시장 이코노미스트 레이드 이안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원유를 저장할 곳만 찾을 수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만기가 임박하면서 5월물의 거래량이 줄어든 것도 변동성을 키웠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5월물 거래는 약 12만6000건에 불과했지만, 6월물 거래는 80만건에 육박했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충격파가 크다는 의미이기는 하지만, 5월물 WTI의 움직임은 실제 시장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25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오후 5시 50분 현재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는 7.41%(2.08달러) 내린 26.00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21일부터 본격적으로 거래되는 6월물 WTI는 3.8달러 내린 21달러 선이다.

단순히 외견상으로만 보면 마이너스권의 유가가 하루새 20달러 선으로 급등하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10월물 WTI는 31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결제월이 늦어질수록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이른바 ‘콘탱고’ 현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올해 가을쯤 원유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린 셈이다.

유가가 폭락하자 뉴욕 증시도 급락했다.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592.05포인트(2.44%) 내린 2만3650.4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은 51.40포인트(1.79%) 밀린 2823.1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89.41포인트(1.03%) 급락한 8560.73에 각각 마감했다.

고병훈 기자 kbh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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