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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곳곳에 유동성 위기…인프라코어·밥캣 남기고 자산매각 ‘저울질’

두산重 만기도래 차입금 부담 4조2000억원
솔루스 시장가치 재평가…매각가 1조 안팎
인프라코어 7000억 우발채무도 잠재적 부담

금융권에선 올해 말 만기 도래하는 두산중공업의 차입금은 4조2000억원 규모로 파악하고 있다. 지주회사 두산이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 및 비상장회사들이 두산중공업 정상화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한 두산그룹의 현금화 전략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부담만 4조20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두산솔루스의 매각 협상이 ‘제값’을 받는 선에서 마무리되더라도 향후 갚아야 할 차입금을 감안하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만 남기고 나머지 자산은 매각 카드로 저울질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13일 금융권 및 산업계에 따르면 박정원 두산 회장이 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 지원을 위해 미래 먹거리인 두산솔루스 등의 매각에 나선 것은 결국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밥캣으로 이어지는 중후장대 사업군은 끌어 안고 가겠다는 굳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채권단이 두산중공업 유동성 위기가 우량 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으로 전이되지 않게 하려면 두 회사를 중공업에서 떼어 내 두산 아래 편입시키는 방안을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과 관련, 두산 측도 상당히 공감하고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두산그룹의 허리 역할을 하는 두산중공업의 부도를 막기 위해선 당장 규모가 작은 계열사부터 정리하는 작업이 불가피한 선택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 직원은 5900여명, 두산인프라코어는 2700명으로 지주회사 두산을 뺀 나머지 계열사 중 두 회사의 규모가 가장 크다. 상장사 중에선 두산솔루스 직원은 220명, 두산퓨얼셀과 오리콤은 300여명 선이다.

산업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기업이 살아야 재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 전략 측면에서 본다면 당장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아닌 회사들은 정리해야 되고, 가장 잘 팔리는 회사부터 처분하는 건 괜찮은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산이 자구안에 포함하기 위해 추진중인 솔루스 매각 건은 미래 성장 가치가 높아 초반에 관심을 보이고 접근한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 외에도 잠재 인수자들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 10일 두산은 “(솔루스 매각)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두산솔루스는 시장의 관심이 커지면서 매각 가격에 대한 변동성이 커졌다. 단순히 오너 일가 지분(61%)만큼 매각 금액으로 산정할 게 아니라 대규모 투자가 집행된 헝가리 전지박 공장의 가치까지 감안하면 솔루스 매각가는 1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헝가리 전지박 공장은 연 1만톤 생산 규모의 투자가 완료됐고, 추가 1만5000톤 증설도 차입 계획이 구체화됐다. 이에 따라 전지박부문의 사업가치는 2만5000톤까지는 확정됐다고 시장은 평가한다.

한 푼의 현금이 더 필요한 두산 입장에선 시장에서 관심을 보이는 솔루스의 경우 몸값을 높게 책정 받게 되면 자구안 부담도 상당부분 덜 수 있다. LS엠트론으로부터 전지박 사업을 3000억원에 인수한 사모펀드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박사업(KCFT)을 SKC에 인수가의 4배가 높은 1조2000억원에 되팔았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솔루스는 특허를 보유한 고마진의 OLED 독점소재 사업을 보유하고 있고 전지박 공장이 진입장벽이 높은 유럽 전기차 시장 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KCFT와 비교하면 더 높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목표주가(3만6000원) 기준 기업가치는 1조4000억원(우선주의 구주 병합 가정)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자구안 제출 시점을 두산그룹에 자율적으로 맡겼다. 자구안 제출 시기의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자산 매각 방식을 놓고 가급적 빨리 현금화하는 방향으로 저울질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솔루스는 두산퓨얼셀뿐 아니라 두산건설과도 일부 사업 연관성이 있다”며 “솔루스를 시장에 팔게 되면 결국 시너지가 반감되는 퓨얼셀과 건설을 보유해야 할 이유는 사라진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두산중공업이 2018년 두산엔진을 매각하면서 NH·한국·신영·KB증권과 맺은 주가수익스왑(PRS) 계약 건이 유동성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두산중공업의 밥캣 PRS는 보통주 총 1057만8070주(10.55%)이며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PRS 계약 당시 기준가는 3만5650원이었는데 밥캣 주가가 이보다 낮으면 두산중공업은 그 차익만큼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

자회사 가운데선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법인(DICC) 매각 실패 소송 건이 잠재적 재무 부담의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 등 배상을 요구한 우발 채무는 약 7000억원 규모다. 소송 결과가 좋지 않고 코로나19 여파로 실적마저 나빠진다면 장기적으론 인프라코어 역시 지분 51%를 들고 있는 밥캣 매각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중국법인 대법원 판결은 원래 올 여름으로 예정됐다가 연말 또는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일 패소하면 비용 부담이 커질텐데 인프리코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두산중공업 사태는 단기 유동성 확보가 쟁점이 되고 있다. 채권단이 빌려준 1조원의 한도 대출은 올 9월말까지 두산중공업이 버틸 수 있는 6개월 운영 자금(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비용 포함)으로 올해 상환해야 할 자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만일 두산그룹의 자산 매각 작업이 늦어지면 채권단으로부터 대출금은 또 늘려야 한다. 채권단은 자구안을 보고 추가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두산중공업의 은행권 등 총 차입금은 4조9000억원이다. 올해 말까지 만기 도래 차입금은 4조2000억원이다. 이중 48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4~5월 갚아야 할 차입금은 회사채 1조1000억원 규모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기존 은행권 대출 2조3000억원은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며 “수은과 협의해야 하는 외화공모사채(약 6000억원)가 대출로 전환되면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은 1조3000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김정훈 기자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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