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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화(昇華) ㊲ 양심

[배철현의 테마 에세이]승화(昇華) ㊲ 양심

등록 2020.04.08 10:10

승화(昇華) ㊲ 양심 기사의 사진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국민 한명 한명이 선진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애벌레가 고치 안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낸 후에 나비가 되듯이, 인간은 과거의 자신을 직시하고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마련한 고치에서 변신을 시도해야한다. 그 변신은 정신적이며 영적인 개벽이다. 필자는 그 개벽을 ‘승화’라고 부르고 싶다. ‘더 나은 자신’을 모색하는 서른일곱 번째 글의 주제는 ‘양심’이다


양심(良心) ; ‘사회적 거리두기’ 에서 발견해야 할 가치는

COVID-19가 야기한 공중보건 위기는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했던 문화를 재고하라고 촉구한다. 우리는 21세기는 IT세계에 살고 있지만, 우리 사회구조는 아직 전근대적이다. 정치, 경제, 교육, 그리고 종교와 같은 문화가 모두 구식이고 원시적이다. 이 감염병은 과거에서 우물쭈물하는 21세기 인류를 개조하기 시작하였다. 이 ‘거대한 문명과 문화의 조정자’인 감염병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특히 무증상자에게 잠복해있다 언제 다시 등장할 줄 모르고, 완치된 환자의 몸에 숨어 지내다 다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보이지 않는 삶의 조정자’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이때, 우리가 발견해야할 가치는 무엇인가?

며칠 전 산책길에서 신기한 고니를 보았다. 둥지를 준비하는 고니들과는 달리 홀로 자작나무 꼭대기에 앉아 명상하고 있는 고니다. 30m정도 되는 자작나무 꼭대기에 앉아 둥지를 만드는 다른 고니들을 관조하고 있다. 날개를 펴면 1m이상이고 몸무게는 7∼10kg인 고니가 움직임이 없이 저 높이 앉아있다. 만일 내가 망원경으로 그 앉아있는 자세를 보았다면, 끊임없이 흔들리는 가지와 매 순간 균형을 잡으려는 고니의 움직임을 포착했을 것이다. 그것은 외줄타기 하는 곡예사의 몸가짐과 같다. 몸의 중심을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부단히 노력하는 정중동靜中動이다. 고니는 조그만 바람에도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만일 그것을 무시한다면 꼭대기에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대단치 않은 것으로 취급하고 무시하거나, 그런 것들은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 아닌척한다. 신은 사소한 것들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그 소홀과 무시가 결국 걷잡을 수 없는 문제로 부각된다. 우리 자신이 흠모하는 자신을 조각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있는 실체를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인식해야한다. 심리학자 융은 일상의 크고 작은 일에 반응하는 자신을 살펴 의미가 있는 자신을 만나는 과정을 ‘개성화個性化’란 용어를 이용하여 설명한다. ‘개성화’는 인간의 가장 사적이고 내적이면서 궁극적인 어떤 것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자신만의 고유함을 찾는 과정이다.

그 고유함은 사회가 그(녀)에게 부과한 역할인 ‘페르소나’와는 다르다. 가면假面이란 의미를 지닌 ‘페르소나’는 자신의 숭고한 고유성을 공동체 안에서 동료인간에게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것은 마치 내 생각을 표현하는 말이나 제스처와 같은 도구일 뿐이다. 개성화란 외부에 반응 자신의 모습을 섬세하게 관찰하여, 가면 뒤에 숨어서 가짜 얼굴을 하고 있는 자신을 의식적으로 제거하고 자신이 심연에서 발굴한 자기-자신의 모습으로 매일 매일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이다. 만일 내가 사회가 부여한 페르소나를 나로 착각한다면, 나는 나의 개성과 고유함을 잃어버린 패륜아로 전락한다.

개성을 찾는 과정은 높다란 나무위에 앉아있는 고니가 균형을 잡기 위한 매순간의 움직임과 같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을 외줄타기 곡예사가 올라탄 외줄로 비유한다. “인간은 외줄이다. 외줄은 동물과 초인 사이를 팽팽하게 당기고 있다. 그 외줄은 한없이 깊은 심연위에 위험하게 존재한다.” 인생은 곡예사의 외줄타기와 유사하다. 그는 끝을 알 수 없는 갈라진 절벽을 외줄을 타고 건너가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매 순간 위험하게’ 사는 것이다. 매순간 위험을 감수해야만, 정체하지 않는다. 위험 감내는 개성을 찾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위험하게 사는 방법’을 명확하게 제기한다. 자신의 페르소나를 벗고, 자신이 흠모하는 인간이 되기 위한 방법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의 스승 철학자 안토니우스가 당부한 내용으로 자기 삶의 모토로 삼았다.

“자신이 ‘시저’로 변하거나 자주색 옷으로 물드는 것을 조심하여라.
이러한 일들은 세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너 자신을 소박하고, 선하고, 진지하고, 스스로에게 위엄이 있으며,
가식이 없고, 정의를 사랑하고, 신을 두려워하고, 자비롭고 상냥하고
당연히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해 몰입하여라.
신을 존경하고 동료인간을 돌보라. 인생은 짧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거두어야할 유일한 추수는

거룩한 성품인 양심良心과 공동체를 위한 행동이다.”

<명상록> 6.30.1-4

아우렐리우스는 황제로 태어나지 않았다. 황제라는 역할이 주어졌을 뿐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부자이면서 최고 권력자의 페르소나, 역할이 주어졌다. 자신을 매순간 가다듬지 않는다면, 자신이 추구하는 자신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자신이 원래 자주색 옷을 입고 황제로 태어났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는 매일 아침, 철학이 그를 만들려고 했던 그 사람으로 남기 위해 매순간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는 짧은 인생을 통해 자신이 도달해야할 최고의 덕목을 자신의 마음속에 숨겨져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구별된 성품인 ‘양심’良心과 자신 속한 공동체를 위한 ‘선행善行’라고 말한다. 신체적 거리두기를 통해 ‘고독’을 연습하는 우리에게 며칠 전에 보았던 고니가 묻는다. “나는 그런 양심을 찾았는가? 그런 양심은 선행으로 표현되는가?”

줄타기 곡예사, 독일 표현주의 화가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 (1887–1914) 유화, 1914, 82 cm x 60 cm 독일 본 미술관줄타기 곡예사, 독일 표현주의 화가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 (1887–1914) 유화, 1914, 82 cm x 60 cm 독일 본 미술관

<필자 소개>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를 전공하였다. 인류최초로 제국을 건설한 페르시아 다리우스대왕은 이란 비시툰 산 절벽에 삼중 쐐기문자 비문을 남겼다. 이 비문에 관한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인류가 남긴 최선인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며 다음과 같은 책을 썼다. <신의 위대한 질문>과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성서와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성서는 인류의 찬란한 경전이자 고전으로, 공감과 연민을 찬양하고 있다. 종교는 교리를 믿느냐가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연민하려는 생활방식이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빅히스토리 견지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추적하였다. 이 책은 빅뱅에서 기원전 8500년, 농업의 발견 전까지를 다루었고, 인간생존의 핵심은 약육강식, 적자생존, 혹은 기술과학 혁명이 아니라 '이타심'이라고 정의했다. <심연>과 <수련>은 위대한 개인에 관한 책이다. 7년 전에 산과 강이 있는 시골로 이사하여 묵상, 조깅, 경전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블로그와 페북에 ‘매일묵상’ 글을 지난 1월부터 매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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