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정 기자
등록 :
2020-04-01 13:14

‘이웅열 사단’ 이수영, 코오롱 첫 여성 CEO의 쓸쓸한 퇴진

이수영 전 코오롱환경에너지 대표, 3월부로 사퇴
코오롱 차장 입사 10년 만에 대표이사, 초고속 승진
새 먹거리 환경계열사 지휘…성장 멈추고 수익 부진
이 전 회장 퇴진 후 지지 기반 약화…통폐합 뒤 매각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왼쪽)과 이수영 전 코오롱환경에너지 대표. 그래픽=박혜수 기자

코오롱그룹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 이수영 전 코오롱환경에너지 대표가 17년간 몸 담은 회사를 떠났다. 이웅열 전 회장의 퇴진으로 지지 기반이 약화됐고, 이 전 대표가 이끌던 환경 계열사는 수익성 악화로 통매각됐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인 코오롱환경에너지를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상대는 중견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이앤에프프라이빗에퀴티(E&F PE)이다.

코오롱은 E&F PE에 코오롱환경에너지 보유 주식 196만2114주(80.51%)를 395억원에 넘기기로 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이 전 회장이 보유한 개인 주식 46만3770주(19.03%)도 함께 처분한다. 이 전 회장 소유 지분의 가치는 약 8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 전 회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환경 계열사를 대대적으로 설립했다. 상·하수도와 해수 담수화, 생수사업과 연관된 건설·설비생산·약품제조·기술개발 등 물사업이 급부상하자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전 대표가 두각을 나타낸 시기도 이 때부터다. 1968년생인 이 전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2003년 코오롱그룹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 전 대표는 전통적 섬유화학 기업인 코오롱에 웰빙을 도입하기 위해 신설된 웰니스 태스크포스(TF)팀에서 근무했다.

입사 2년 만인 2005년에는 부장을 건너뛰고 상무보로 2단계 승진하며 ‘이웅열 사단’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 그룹 경영전략본부 상무를 거쳐 2011년 전무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특히 이 전 대표는 2012년 말 단행된 그룹 인사에서 부사장 승진과 함께 코오롱워터앤에너지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차장에서 CEO까지 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10년에 불과했고, 그룹 역사상 첫 여성 CEO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정권 교체로 환경 계열사들의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이 전 회장은 2015년 코오롱워터앤에너지를 환경관리와 코오롱에코원으로 인적분할하고, 환경관리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등 사업 축소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생존한 코오롱에코원의 단독 대표를 맡았다.

이 전 회장이 퇴임한 2018년 말부터는 환경 계열사 정리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코오롱에코원은 이 전 회장이 퇴진을 선언한지 2주 만에 자회사 피오르드프로세싱코리아 지분 전량(49%)을 단 1달러에 매각했다.

2019년 6월에는 코오롱에코원과 자회사인 코오롱환경서비스가 합병해 ‘코오롱환경에너지’가 탄생했다. 이 전 대표는 합병법인의 대표직을 유지했다. 특이한 점은 자금력이 풍부한 자회사가 부실 모회사를 흡수하는 식으로 합병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코오롱에코원은 설립 첫 해를 제외하곤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해 9월에는 코오롱환경에너지가 또다른 자회사 코오롱하이드로제닉스와 케이에이치파워가 각각 흡수합병했다.

그나마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코오롱이엔지니어링은 존속시켰다.

이로써 환경 계열사는 코오롱에코원 등 6개사에서 코오롱환경에너지 등 2개사로 대폭 축소됐다.

이 전 대표는 신사업 발굴로 악화되는 수익성 하락을 상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에너지를 절감하면 가상화폐를 보상해주는 ‘카본블록’ 사업을 추진하고 신재생 에너지 사업 확대 등을 검토했다. 하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고, 그룹은 환경 계열사 통매각을 결정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31일 코오롱환경에너지, 코오롱이엔지니어링 대표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지난 24일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자회사인 태양전지 연구업체인 코오롱에코너지 사내이사에서도 사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비핵심 사업을 맡은 이 전 대표의 입지도 많이 약화됐을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수입차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거나 SKC코오롱PI를 매각하는 등 수익성 확보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예고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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