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정 기자
등록 :
2020-03-30 15:17

수정 :
2020-03-31 08:01

‘쩐의 전쟁’된 한진칼 경영권 분쟁…‘50%+1주’ 확보전

조원태, 정기 주총서 완승…문제는 임시 주총
KCGI, 대규모 손실에도 ㈜한진 주식 152억 어치 처분
한진칼 추가매입 관측…조현아·반도건설도 조력할 듯
조 회장 측 지분 확대 방안 함구…우선 소액주주 달래기

그래픽=박혜수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3자 주주연합의 1차전이 막을 내렸다.

우선 승기를 거머쥔 쪽은 조 회장이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3자 연합은 한진칼 임시 주주총회 등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공격적인 주식 매입으로 절대 과반의 지분율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GI 산하 엔케이앤코홀딩스와 타코마앤코홀딩스, 그레이스앤그레이스는 지난 25일 ㈜한진 보유 주식 총 60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매도하며 152억원을 확보했다.

세부적으로는 엔케이앤코홀딩스가 2만455주를 처분했다. 타코마앤코홀딩스와 그레이스앤그레이스는 각각 46만916주, 11만8629주 등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처분단가는 모두 2만5290원이다.

KCGI는 이번 주식 매각으로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타코마앤코홀딩스, 그레이스앤그레이스는 2018년 말 5만1000~5만3100원대에서 총 58만주를 사들였고 5% 공시를 했다.

엔케이앤코홀딩스는 5% 공시 이전인 투자 초반에 3만~4만원대에서 매수한 만큼, 손실을 봤다. 타코마앤코홀딩스와 그레이스앤그레이스는 이번 매도로 161억원을 날리며 투자원금 절반도 회수하지 못했다.

KCGI가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면서 주식을 처분한 배경엔 한진칼 지분 확대가 있다. KCGI가 일원으로 있는 3자 연합은 지난 27일 열린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완패했다. KCGI는 홀로 맞붙은 지난해 주총에 이어 2연패다.

한진칼 의결권을 가진 주식총수 5727만6944주 가운데 이번 주총 출석주식수는 4864만5640주다. 3자 연합은 출석주식 중 약 48%의 찬성표를 받았다. 이를 전체 지분으로 환산하면 우호표는 약 41%다. 반면 조 회장 측은 48% 가량으로 계산된다.

지난해 말 폐쇄된 주주명부에 따라 3자 연합이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총 지분은 28.78%다. 반도건설과 계열사는 허위공시 논란으로 3.2%의 의결권이 제한됐고, 조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3자 연합은 임시 주총 등으로 이사회 진입을 재시도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임시 주총이 소집되기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점친다. 선제적으로 우호 지분율 50%과 1주 이상을 더 챙기는 쪽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현재 기준 한진칼 지분율은 KCGI가 18.75%, 반도건설 16.90%, 조 전 부사장 6.49%로 총 42.14%로 추산된다. 반면 조 회장 측은 델타항공이 지분율을 기존 10.00%에서 14.90%로 확대하면서 총 42.81%로 파악된다. 양측간 지분차는 0.7%포인트에 불과하다.

KCGI가 ㈜한진 주식 처분으로 얻은 자금을 한진칼 지분 매입에 활용한다면, 30일 1시 기준(6만9800원) 약 22만주를 매수할 수 있다. 지분율로는 대략 0.35%다.

반도건설 계열사들이 총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조 회장의 ‘명예회장’ 요구 녹음파일 공개에 대해 분노해 적극적인 지분 확대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이 100억원대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말 한진칼 지분 0.93%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당시 종가는 3만8500원이다. 담보가치의 최대 70%를 인정받았다고 가정하면 148억원을 확보한 셈이다.

조 회장 측은 구체적인 지분 확대 방안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델타항공 외에는 지분을 늘릴 방안이 마땅치 않은데, 전 세계에서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받고 있다. 지분 15%를 넘기면 공정거래법상 기업 결합 신고 대상이 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한일시멘트와 GS칼텍스, 경동제약 등 잠재적 우군들의 추가적인 지분 매입 여부도 불투명하다. 코로나19로 경기 전반이 침체되면서 불확실한 투자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 측은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에 더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 비핵심 사업 처분 등 체질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내세워 소액주주 표심 모으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 장기화 기대감으로 급등하고 있다. 이슈가 해소되기 전까지 주가 고평가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과 3자 연합 중 지분 50%를 먼저 넘기는 쪽이 고지를 점하게 된다”며 “더 많은 현금을 끌어오는 쪽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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