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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연기, 곳곳서 고성···살벌했던 한진칼 주총

[현장에서]3시간 연기, 곳곳서 고성···살벌했던 한진칼 주총

등록 2020.03.27 17:52

김소윤

  기자

조원태-3자 연합 신경전에 12시 시작 주주간 충돌에 첫 의안부터 대립 팽팽결과는 조원태 측 승리, 경영권 방어 조 회장 한숨 돌렸지만, 분쟁 장기화

한진칼은 27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7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한진칼한진칼은 27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7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한진칼

한진그룹 운명을 결정했던 이번 한진칼 주주총회는 시작부터 진통을 겪었다. 한진칼 주총은 27일 오전 9시 서울 소공동 한진사옥에서 열리기로 했지만, 오후 12시까지 개회가 지연된 것이다.

조원태 한진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3자 연합이 상대방이 확보한 위임장에 법적 하자가 있는 지 등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다. 조원태 회장과 반(反)조원태 3자 연합이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었다.

주총장 앞에서는 오전부터 시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 조원태 회장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고, 석태수 한진칼 사장이 의장을 맡았다.

◇가까스로 주총 시작했지만, 첫 의안 가결부터 난항 = 12시가 조금 지나서야 드디어 제 7회 한진칼 정기 주총이 시작됐다. ‘조원태-조현아’ 남매 간의 싸움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번 한진칼 주총은 예상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양 측 주주들은 출석 주주 및 (의결권 있는)주식 수 정하는 것부터 명확하게 하자면서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한진칼 의결권 있는 주식을 가진 주식 총수는 5727만6944주(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84.93%) 등으로 정리됐다.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이 포함되는 제 1호 의안이 가결되기까지도 30분이나 걸렸다. 조현아 측 3자 연합군이 의안 건건마다 문제 제기했기 때문이다.

실제 연합군 측의 한 주주는 연결 재무제표에 대해 의혹점을 제기하면서 “한진칼의 대한항공이 항공기 구입과정에서 180억원의 리베이트 의혹이 있었다”며 문제 삼기도 했다. 이에 한진칼 관계자가 나서면서 “항공기 리베이트 의혹은 20년 전 사건이고, 아직 검찰 조사 중이니 결과가 나오면 진상 규명을 할 것”이라고 답변해 살벌한 분위기를 간신히 잠재웠다.

그럼에도 연합군 측 주주들의 비난은 멈출 줄 몰랐다. 이번에는 “연결 재무제표 보면 회사 적자가 큰데 비상경영 체제를 돌입하지 않고, 4월 들어서야 한다는 말만 했다”, “회사 경영진들이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너무 태만하게 구는 것 아니냐”라며 비난을 쏟아 부었다.

주총이 3시간이나 지연된 상황에서 1호 의안 통과부터 쉽지가 않자, 이번에는 주주들 간 사이에서도 서로 고성이 오갔다. “핵심만 말해 달라”, “지금 요점에서 벗어난 얘기를 하고 있다”, “시간이 없으니 의장이 알아서 분위기 좀 잡아 달라.”

제 1호 의안은 결국 30분이 조금 지나서야 가까스로 가결됐다.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힌 셈이다.

3시간 연기, 곳곳서 고성···살벌했던 한진칼 주총 기사의 사진

◇한진家 운명 가르는 본 게임 시작, 결과는 ‘조원태 勝’ = 양자 간의 표 대결은 더 살벌했다. 이번 주총의 핵심은 조원태 한진 회장이 ‘반(反) 조원태 3자 주주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과 경영권을 둘러싸고 표 대결을 벌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재계의 예상대로 조원태 회장이 연임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게 됐다.

한진칼 사외이사 선정부터 조 회장 연임 관련 표 대결까지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양측 주주들은 표 대결 전부터 ‘출석 주주가 중간에 자리를 비우면 기권표가 될 것이지’ 등부터 시작해서 절차와 기준을 정하는 데만 또 30분 이상이 소요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서로 의견이 다르다며 또다시 고성이 오갔다.

본격적으로 표 대결이 있기 전에 양 측 주주들이 내세운 각 이사진들을 추천 설명이 있는 자리에서는 분위기가 더 살벌했다. 연합군 주주들이 조원태 회장 연임과 관련해 반대할 때마다 조 회장 측 주주들은 감싸며 서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3자 연합군의 ‘대참패’였다. 이들이 내세운 후보자들이 모두 부결됐기 때문이다. 반면 한진칼 이사회가 낸 사외이사 후보 5명이 모두 선임됐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사외이사 선임안이 참석 주주 찬성 56.39%, 반대 43.44%, 기권 0.27%로 가결됐다. 이어 박영석 자본시장 연구원장, 임춘수 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최윤희 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등이 한진 측 사외이사 5명이 모두 선임됐다. 이에 맞서 3자 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인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 등은 반대표를 받으면서 4명 모두 선임에 실패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날 주총은 조원태 회장 연임이 무난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고, 그 예상대로 이뤄졌다. 이 외에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도 찬성 56.95%, 반대 42.99%을 얻어 선임됐다.

반면 3자 연합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 신규 선임안은 찬성 47.88%, 반대 51.91%로 부결됐다.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의 산규 선임안도 찬성 43.26%, 반대 56.52%로 부결됐다. 또 이들이 추천한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인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사장 선임안도 마찬가지로 부결됐다.

이로써 조원태 회장의 연임안을 비롯해 한진 측이 내세운 사내·외 이사 후보 6명은 모두 선임에 성공한 반면, 3자 연합 측이 내세운 이사 후보 7명 전원은 고배를 마셨다.

◇조원태 간신히 승기를 잡았지만, 분쟁은 아직 ‘진행형’ = 연합군 측이 전원 고배를 마시자 모두 힘이 빠진 분위기였다. 이어지는 안건에 대해서는 일부 부결이 있었지만 고성 없이 그나마 순조롭게 지나갔다.

이번 주총에서 1승을 거둔 조원태 회장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한진칼 측은 코로나 사태로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은 대한항공 등 주력 계열사의 위기 극복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총 이후에도 양 측의 분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맺은 주식 공동보유 계약기간은 5년이다. 주총 이후 전개될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3자 연합 측과 조원태 회장 측은 지분을 꾸준히 추가 매입하고 있다.

현재까지 KCGI와 반도건설은 지분율을 각각 18.74%, 16.9%까지 끌어올렸고, 조 회장 측도 우군 델타항공이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기업결합신고 기준(15%) 직전인 14.9%로 늘렸다. 의결권이 없는 지분까지 포함하면 3자 연합 측의 지분율은 42.13%, 조 회장 측의 지분율은 42.39%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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