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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아직도 ‘KEB’···하나은행 “간판 바꾸기 쉽지 않네”

[현장에서]지방은 아직도 ‘KEB’···하나은행 “간판 바꾸기 쉽지 않네”

등록 2020.03.27 15:41

차재서

  기자

은행 이름 바꾸고 2개월 보냈지만 상당수 점포가 KEB하나은행 간판 소비자도 ‘브랜드 변경’ 체감 못해“불필요한 비용만 늘렸다” 지적도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하나은행 지점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하나은행 지점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하나은행이 이름을 바꿔 새 출발한지 약 2개월이 지났지만 상당수 점포엔 ‘KEB하나은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판을 바꿔다는 등 브랜드 교체 작업에 적잖은 비용이 요구되자 은행 차원에서 뜸을 들이는 것으로 감지된다.

27일 현재 전국 각 지역을 둘러보면 거리 곳곳에서 ‘KEB하나은행’ 간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시설마다 배치된 하나은행 제휴 현금지급기(ATM)에도 여전히 과거의 이름이 붙어있는 모양새다. 이미 ‘KEB’라는 글자가 사라진 은행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서울 을지로 본점의 옥외간판과 대조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은행 내부에서 대고객 업무 등으로 쓰이는 각종 서류도 기존의 양식을 그대로 사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31일 하나은행은 브랜드 명칭을 KEB하나은행에서 ‘하나은행’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한지 4년5개월 만에 이름에서 외환은행을 뜻하는 ‘KEB(Korea Exchange Bank)’를 뺀 것인데 그룹 브랜드 일원화로 그 가치를 높이겠다는 복안이었다.

당시 하나은행 측은 “소비자가 대부분 옛 외환은행과의 통합 사실을 알고 있지만 ‘케이이비’라는 발음을 어려워하고, 영문 이니셜을 사용하는 다른 은행과 혼동하는 사례도 많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시도한 하나은행의 ‘브랜드 일원화’ 작업이 더디게 흘러가는 것은 다름 아닌 ‘비용’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간판을 교체한지 얼마 안 된 점포는 당분간 그냥 두기로 했다”면서 “일단 거점 점포는 간판을 바꿨고 다른 곳은 내용연수(통상적인 사용에 감당할 수 있는 기간)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점포마다 사용 중인 업무용 서류 양식도 당장 바꾸지 않고 기존에 쓰던 것을 모두 소진하자는 원칙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청주 모 예식장에 설치돼 있는 하나은행 현금지급기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청주 모 예식장에 설치돼 있는 하나은행 현금지급기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이렇다보니 소비자 사이에선 하나은행이 이름을 바꿨음에도 이를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평가가 상당한 실정이다.

하나은행과 거래하는 한 소비자는 “하나은행이 이름에서 ‘KEB’를 뺐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면서 “SC제일은행을 보통 ‘제일은행’이라고 하듯, 지금껏 ‘하나은행’이라고 불러왔기 때문에 바뀐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의 실책을 꼬집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으로 수익성 확대가 요구되는 현 시점에 불필요하게 이름을 바꿔 비용만 늘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하나은행 노동조합도 “브랜드엔 직원과 고객이 함께 쌓아온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고 미래비전을 좌우하는 큰 자산”이라며 경영진의 결정에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실제 하나은행은 2015년 통합 은행을 출범할 때 옛 외환은행 점포의 간판을 ‘KEB하나은행’으로 바꾸면서 약 250억원을 들였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금액을 써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 때와 달리 지금은 소비자가 하나은행 이름 변경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라 투입한 예산만큼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옛 하나은행의 간판을 걸고 있는 점포도 적지 않다”면서 “작업을 마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비용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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