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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15차에 사활 건 호반건설···‘역마진’ 제안

신반포15차에 사활 건 호반건설···‘역마진’ 제안

등록 2020.03.10 16:41

수정 2020.03.10 17:12

이수정

  기자

공사비 389억원 무상 제안···조합장 “상상 초월”업계 통상 시공 이익 고려시···최대 270억원 손실사업비 대여 이자 연 0.5%···경쟁사의 최대 6배↓업계 “강남 진출 강력 의지, 최종 선정은 ‘글쎄’···”

신반포15차에 사활 건 호반건설···‘역마진’ 제안 기사의 사진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에 입찰한 호반건설이 파격적인 사업비 및 금리조건을 제시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호반건설이 제안한 공사비만 따져봐도 ‘역마진’ 수준이라며, 현금을 쏟아부어서라도 신반포15차 수주를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공사비 2390억원에 더해 현금 389억원 무상 지원을 제안했다. 공사비 자체는 예가인 2400억원을 꽉 채운 삼성물산, 대림산업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유일하게 무상 공사비를 별도로 제안한 것이다.

건설업계 통상 시공이익을 5~10%로 잡는 것을 고려하면, 호반건설은 어떻게 해도 손해 보는 장사다. 예컨대 시공 이익을 5%로 계산할 때 공사비 2400억원 중 120억원의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약속한 389억을 추가 제공하면 손실만 270억원으로 ‘역마진’이다. 시공이익을 10%로 계산해도 150억원 손해다.

금융비용도 파격적이다. 호반건설은 경쟁사인 삼성물산, 대림산업이 제시한 금융 이자 비용보다 최대 6배 저렴한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삼성물산과 비교하면 직접 사업비를 대여하는 조건은 같지만, 삼성물산은 연이자 1.9%인 반면 호반건설은 연 0.5%를 제안했다. 기준 금리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이자 비용만 4배 차이다.

대림산업은 CD+1.5% 또는 실제 조달 금융 비용 중 낮은 금리를 택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현재 CD금리가 1.4%인 것을 감안하면 연 2.9%로, 호반건설보다 6배 높다.

호반건설의 파격적인 행보에 김종일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장은 “상상을 초월한 제안서”라고 평가했다. 그는 “호반건설의 부채 비율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삼성물산 부채 비율이 지난해 기준 72%, 대림산업이 86.5%인 데 반해 호반건설은 13.6%에 불과하다. 현금 자본이 굉장히 탄탄한 회사”라고 말했다.

9일 오후 1시55분께 호반건설 관계자가 입찰 제안서 비교를 위해 신반포15차 재건축정비사업 조합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수정 기자9일 오후 1시55분께 호반건설 관계자가 입찰 제안서 비교를 위해 신반포15차 재건축정비사업 조합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수정 기자

이런 제안에도 업계는 호반건설이 최종 시공사로 선정될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나타냈다. 신반포15차 입지상 재건축이 완료됐을 때 아파트 한 채당 최소 20억원 상당이 될 텐데, 조합원들이 단순 금융비용만 보고 호반건설을 선택하겠냐는 의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자신의 몫인 시공 이익을 다 갈아넣고도 현금을 더 들여 공사해주겠다는 것인데, 이는 역마진을 감수하고서라도 신반포15차를 수주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이라면서도 “해당 정비사업 입지상 래미안과 아크로 등 굴지의 브랜드 파워를 뛰어넘을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호반건설은 그동안 강남 정비사업에서 10표도 안 되는 득표수를 기록해왔다”며 “이번 제안으로 유의미한 지지율을 얻게 된다면 앞으로 재건축 입찰 시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이같은 평에 기조를 같이 했다. 해당 관계자는 “파격적인 제안이긴 하나 신반포15차 조합원들이 이를 매력적으로 느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며 “강남 재건축 조합원들이 차액금에 대한 부담이 많지 않다는 전제하에, 경쟁사들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파워를 압도하는 조건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호반건설이 강남권 주택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는 점에는 모두 궤를 같이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역마진을 감당하겠다는 제안서를 낸 것도 그렇지만, 수주 가능성이 사실 크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자체 홍보비용만 100억원은 들 것”이라며 “일종의 수업료를 내더라도 서울 주요 입지에 진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평했다.

한편,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은 반포동 12번지 일대에 지하 4층~지상 35층 6개동 641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지난해 12월 기존 시공사였던 대우건설과 계약을 해지한 뒤 새 시공사를 선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입찰에 차명한 각 건설사가 제안한 공사 기간은 삼성물산 36.5개월, 호반건설 39개월, 대림산업 37개월이다.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각 사의 색채를 담아 외관을 많이 바꾼 대안 설계안을, 호반건설은 원안 설계를 제시했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는 내달 1일에 진행되며, 총 조합원 181명 중 반수 이상 참석하면 개최된다. 최종 시공사는 조합 정관에 의거, 다득표자로 결정된다.

앞으로 모든 홍보는 조합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며, 오는 14일 신반포15차 대의원회의 날 구체적인 방식이 정해지게 된다.

*CD금리란? 금융투자협회가 실적이 많은 10개 증권사를 상대로 설문을 진행해 산출해 내는 대출 금리. 통상 매일 오전 11시30분~오후 3시30분 사이에 보고한 10개 증권사의 호가 금리 중 최고·최저 값을 뺀 나머지 8개의 평균치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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