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정 기자
등록 :
2020-03-10 11:24

수정 :
2020-03-10 14:11

진에어, 기약 없는 정부 제재…골든타임 놓칠라 노심초사

19개월째 신규 노선 취항·기재 도입 불허
코로나19 확산 2월 기준 티웨이항공에 여객수 밀려
他 LCC 대비 큰 감소폭…리스크 대응력 떨어진 영향
국토부, 진에어 주총 이후 평가회의…해제 여부 검토

19개월째 정부 제재를 받는 진에어를 향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신규 노선 취항과 기재 도입 불가로 외부 리스크 대응력이 낮아진 만큼, 자칫 생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 6개사의 지난달 여객수는 279만7302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7.6% 줄어든 수치다.

중국을 발원지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중국과 동남아 등을 오가는 운항편이 대거 감축된 여파다.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2강 체제로 주도하던 시장 구도에는 변화가 감지됐다. 멀찌감치 떨어져 선두권을 뒤따르던 티웨이항공은 진에어보다 더 많은 여객을 실어나르며 2위를 차지했다.

LCC 상위권 3개사의 지난달 여객수는 제주항공 81만5546명, 티웨이항공 51만5753명, 진에어 38만2172명 순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여객 감소율이다. 중국 등 단거리 노선 비중이 높은 특성상 코로나19 사태의 유탄을 피한 LCC는 없다. 하지만 진에어의 영업실적 악화는 유독 두드러진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전년 대비 43.5%, 42.8%씩 여객이 줄어든 반면, 진에어는 61.1% 위축됐다.

진에어가 외부 리스크에 유독 취약한 배경으로는 정부로부터 받는 경영제재를 꼽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외국 국적의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불법 재직했다는 이유로 2018년 8월부터 진에어의 신규 노선 취항이나 신규 기재 도입을 불허하고 있다.

제재 초반에는 외형 성장 대신, 내실 강화 작업에 나섰다. 불확실성이 확대된 항공시장에서 기존 노선 위주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수익성을 다졌다. 특히 한진칼이나 대한항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경영문화 개선 작업도 실시했다.

하지만 제재 기간이 1년을 훌쩍 넘기고, 일본 보이콧 등 항공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악재들로 ‘버티기’ 전략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진에어는 지난해 적자전환했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직원 대상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진에어는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기존 4분의 1에서 2분의 1 이상으로 늘리는 등 정관변경 안건을 다룬다.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는 동시에,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오너가의 경영 개입 가능성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앞서 진에어는 지난해 9월 국토부에 ▲독립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재정립 ▲이사회 역할 강화 ▲사외이사 자격 검증 절차 강화 ▲준법 지원조직 신설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및 사회공헌 확대 등 총 17개 항목이 담긴 ‘경영문화 개선 최종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국토부는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으며 사실상 제재 해제를 거절했다. 이보다 3개월 앞선 6월에 진에어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조 전무가 그룹 마케팅총괄임원으로 복귀하면서, 경영개입 가능성을 의식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진에어 주총이 끝난 이후 평가회의를 열고 제재 해제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르면 4월 중 제재가 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진에어의 경영난은 제재 해제 전까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진에어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존 일본행 5개 노선을 전면 중단했다. 사태 장기화에 따라 국제선 셧다운도 불가피하다.

지난달 정부가 배분한 한국∼파리, 한국∼호주 등 21개 노선의 운수권도 따내지 못했다. 진에어는 경쟁 LCC들이 신규 노선 개척 등으로 위기 돌파 방안을 마련할 동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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