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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기자
등록 :
2020-03-10 07:05

수정 :
2020-03-10 07:47

[NW리포트|한전산업 공기업 전환 추진②]지분매각 통해 재무개선 노렸는데…혹 떼려다 혹 붙인 한전

한전산업, 17년만에 한전 자회사로 재편입 절차
2년 연속 적자…작년 11년만에 최악의 영업 손실
지분 매각 추진 무산…인건비 등 재정 부담 껑충

한국전력에서 2003년 떨어져 나와 민영화된 한전산업개발이 다시 한국전력의 품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최근 ‘발전사업 노·사·전문가협의체’가 한전에 “한전에서 민영화된 한전산업개발을 다시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전은 발전소 비정규직이 가장 많이 소속된 민간발전정비기업 ‘한전산업개발’ 지분 매입을 검토 중이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전은 추가적인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한전 측은 “최근 협의체로부터 공문을 받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전 측은 “2월 초 협의체에서 주식 매수 요청이 온건 맞고, 현재 검토 단계이며,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연료·환경설비 운전 및 경상정비 업무 외주업체인 한전산업개발은 1990년 한국전력공사의 100% 자회사로 출발해 2003년 정부 정책에 따라 민영화됐다. 현재 자유총연맹이 지분 31%를 보유한 대주주이다.

한전산업 공기업 전환의 시발점이 된 사건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고(故) 김용균씨 사망사고 때문이다. 5개 발전 공기업과 비정규직, 전문가, 여당으로 구성된 노·사·전 협의체는 1년 여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를 논의해왔다.

이에 한전산업개발은 지난해 9월 사장 명의로 ‘화력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분야 발전5사 통합 노·사·전문가 협의회’ 위원 30여명 모두에게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 추진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문건을 우편으로 보내 법적 대응을 암시하며 제동에 나서기도 했다.

한전산업개발은 공문에서 “행정부의 내부지침으로 (직접고용 방안을) 추진할 경우,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공정거래법상 사업활동 방해 등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기업가치 급락에 따른 주주의 소송, 외국인 주주의 차별 문제, 소액주주의 민원, 간접인력의 실업 등으로 민원 및 민형사상 소송이 제기될 것이며, 이러한 결의를 한 협의체 위원에게도 손해배상과 형사상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도 촉구했다.

그러나 고용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노·사·전문가협의체가 공공기관 전환에 최종 합의했고, 한전 측도 최근 협의체로부터 공문을 받아 검토 작업에 돌입했다. 이 협의체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발전산업 안전강화 및 고용안정 태스크포스’ 위원장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협의체가 요청하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여당의 의중이 반영돼 한전이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한전은 지난해 11년만에 최악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작년에 1조356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28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5% 감소한 59조928억원을 기록했다. 한전의 영업 적자는 2018년(-2080억원)에 이어 2년 연속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고 150달러까지 치솟았던 2008년(-2조7981억원) 이후 최악의 실적이기도 하다. 작년 말 기준 한전의 연결 기준 부채는 128조8000억원으로 치솟았다. 한전 부채비율은 2018년 160.6%에서 한꺼번에 186.8%로 뛰게 됐다. 한전 실적이 추락하면서 2년 연속 주주배당도 실시하지 못하게 됐다.

적자에 시달리던 한전은 지난해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과 한전산업개발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올 4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한국전력기술과 한전산업개발 지분매각 추진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

한전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현재 보유중인 한국전력기술 지분 65.77% 중 14.77%를, 한전산업개발 지분 29% 중 전량을 매각 가능한 지분으로 밝혔다. 매각 가능한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 한국전력기술을 통해 750억원, 한전산업개발을 통해 330억원의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 한전은 2013~2016년에도 3차례에 걸쳐 한국전력기술 지분 9%가량을 매각한 바 있다.

당시 지분 매각에 성공할 경우 현금확보와 함께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마당에 한전은 오히려 이제 혹을 하나 더 붙이는 격이 됐다. 직원 2600명에 달하는 한전산업 공기업화는 철밥통이 하나 더 추가된다는 점에서 자체만으로도 재정에 큰 부담이다.

한전산업개발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려면 한전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가운데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50% 이상 지분을 소유해야 한다. 한전의 한전산업개발 지분율이 29%인 만큼 주식을 추가 매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억∼224억원(27일 한전산업개발 종가 기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상장사인 한전이 한전산업개발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은 여러모로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높다. 주주들이 예상치 못했던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일각에선 초우량 공기업이던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에 정부 책임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규 채용 확대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환급 보전,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상시 완화, ‘고비용’ 구조의 한전공대 설립·운영 등 정부 정책에 무리하게 보폭을 맞춘 게 대규모 적자를 불러온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공기업이 정부 정책에 발맞추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지만, 상장사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것도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전은 원재료 비용 증가에도 ‘서민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도 인상하지 못했다. 2018~2019년에 3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본 기업이 또다시 정부 정책으로 인해 부담을 떠안겠다고 하는 것을 납득할 주주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전기 원가까지 불어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인해 인건비마저 늘어나니 적자가 안 날 수 없는 구조”라며 “비대해진 공기업의 군살 빼기를 해야 할 판에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기업으로써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동참하는 등 공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당위성은 충분하다”면서도 “기업적인 측면에서는 정책적 측면에서 부담하는 비용이 굉장히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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