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단속 실패 vs 소신 투표···국회 파행 원인은?

여야가 ‘패키지 처리’를 합의했던 인터넷전문은행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미래통합당의 퇴장으로 국회 본회의가 파행됐다. 파행 원인을 두고 여야 간에 네 탓 공방이 일어고 있다. 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이 표 단속을 실패했다고 지적했고 민주당은 소신에 맡긴 투표라고 밝혔다.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은행법이 부결되면서 통합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했다. 인터넷은행법은 통합당의 김종석 의원이 개정안을 낸 것으로, 대주주의 적격성을 심사할 때 결격 사유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통합당은 이 법안의 통과를 요구해왔다.

인터넷은행법은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될 때 패키지 처리로 여야 간의 합의를 봤다. 여당인 민주당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패키지로 묶었다. 이에 금소법과 인터넷은행법은 같은 시기에 본회의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금소법은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인터넷은행법은 통과되지 않았다. 금소법은 이날 안건순서가 22번이었고, 인터넷은행법은 23번이었다. 민주당에서 요구한 법안만 통과된 것을 문제 삼은 통합당 의원들은 전원 퇴장했다.

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하면서 의결을 위한 정족수가 부족해졌다. 통합당이 없이도 의원수는 과반이 넘지만, 이날 많은 의원이 자리를 비워 정족수 미달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결국, 본회의는 정회됐다.

통합당은 곧바로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에 들어갔다. 의총에서 김종석 의원은 “어제 전달 받은 의사일정 순서에는 22항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23항이 금융소비자법이었는데 오늘 본회의장에 들어오니 의안순서가 거꾸로 바뀌어있었다”며 “설마 했는데 금소법이 통과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인터넷은행법에는 반대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리더십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표 단속을 하지 못하면서 패키지 처리 합의가 깨졌다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6일 공개적으로 사과에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의원 개개인의 소신투표가 만들어낸 결과지만 본회의 진행에 혼선이 일어난 것은 미안하다”면서 “정무위원회 간사 간 약속인 법안 처리가 지켜지지 않은 것은 결론적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여야는 인터넷은행법을 다음 회기에서 우선적으로 통과시키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본회의 파행으로 통과되지 못한 법안들이 남게 됐다. 대표적으로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도 통과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민주당이 패키지 처리를 이행하기 위해선 당론으로 법안 통과를 정했어야 했다. 인터넷은행법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찬성표를 던졌지만, 의원들은 소신 투표를 통해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다. 소신 투표에 맡기지 말고 표 단속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민주당에서 5일 본회의에 정족수를 못 채운 것도 지적을 받는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주요 의원들이 참석을 하지 않았다. 많은 민생법안을 통과시키는 중요한 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정족수를 못 채운 문제도 크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잘못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서 “퇴장하는 통합당이나 정족수 단속 못 하는 민주당이나 개긴도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