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경영참여 욕심 버렸나…주주제안에 이사자격 제한 정관 요구

3자동맹, 이사자격 결격요건 정관 신설 주장
범법 행위·회사 이미지 실추 등 포괄적 범위 포함
조 전 부사장, 땅콩회항·명품밀수 등 유죄판결
‘전문경영인 체제’에 힘…조원태 연임 저지 총력전

그래픽=박혜수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승기를 잡기 위해 초강수를 던졌다. 한진칼 이사 선임과 관련해 자격 제한을 두는 정관 변경을 요구했다. 이는 ‘실권 욕심을 버리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주주연합)이 내놓은 주주제안서에는 전문경영인 등 이사 후보 추천과 정관 변경 등 구체적 내용을 담았다. 이들은 내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고, 전문경영인을 새로 앉힌다는 계획이다. 또 사외이사를 대거 추천,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주주제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정관 개정으로 관련 법령상의 결격요건은 물론, 강화된 청렴성 요건을 반영한 이사의 자격 조항을 신설했다는 점이다. 한진칼 운영에 있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진이 책임경영과 준법경영을 실시하도록 하겠다는 것.

현재 한진칼 정관에는 이사나 임원의 자격 제한과 관련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범죄 행위를 저지른 자’가 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막을 장치가 없다. 위법행위를 저지르거나 실형을 살았더라도 이사회에 합류해 회사를 경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한진칼을 대상으로 이사 자격을 제한하는 정관 변경을 시도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선고 받을 경우 결원으로 본다’는 안건을 상정했지만, 표결에서 패했다.

주주연합이 제안할 신설 정관의 구체적인 문구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청렴성을 요건으로 내걸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결격 요건 범위는 매우 포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회사 경영과 관련해 유죄를 선고받았거나, 법적 문제는 없더라도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킨 사람의 이사 선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주주연합의 이 같은 정관 변경이 주총에서 통과된다면, 결격사유가 있는 조 전 부사장은 이사회 진입을 못한다.

조 전 부사장은 명품 밀수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와 관련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조 전 부사장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유죄가 확정된 상태다. 법원은 각각 집행유예형을 내렸다. 과거 조 전 부사장의 경영퇴진 원인이 된 ‘땅콩회항’과 관련해서도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도 유죄로 판명났고, 집행유예로 실형은 피했다.

물론, 이사회 진입에 실패하더라도 경영에는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 경영과 관련된 논의와 결정이 모두 이사회에서 이뤄지는 만큼 실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고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 진다.

조 전 부사장은 이번 정관 변경으로 ‘경영 일선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동맹 주주들과의 약속 이행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주주연합이 전문경영인제를 추진하는 것에 힘을 보태주기 위한 것.

나아가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할 경우에 대비한 포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조 회장은 2016년 대한항공을 동원, 본인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회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또 계열사 내부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고발됐다. 조 회장은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학위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교육부는 2018년 조 회장의 인하대학교 편입학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학위 취소 처분을 내렸다. 조 회장이 편입학할 당시 그의 이수학점과 평점이 졸업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조 회장은 지난해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국민권익위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최근 이를 기각했다.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대외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는 데 있어 자격 제한의 칼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사 자격을 제한하는 정관이 신설되면 비단 조 전 부사장 뿐 아니라 조 회장과 물컵논란을 빚은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이사회 진입을 막는 장치가 된다”며 “사실상 대주주들이 고유의 지배력을 빼앗기게 되는 만큼, 조 회장 측은 안건 상정 자체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진칼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주주연합의 주주제안 내용을 검토한 뒤 안건 채택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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