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VC 지분 전량 자식에게 증여 고배당 종목·성장 가능성 높게 판단주가 저점, 증여세 절감 차원 해석도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미래에셋벤처투자 지분 전량(0.70%)을 자녀에게 증여했다. 이날 종가 기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주가는 3020원으로 증여 지분 가치는 10억원에 이른다.
최 부회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두 자녀에게 각각 증여한 주식수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의결권이 있는 주식 32만1045주를 모두 넘겨주면서 최 부회장의 미래에셋벤처투자 지분율은 제로(0)가 됐다. 최 부회장은 비상근직이지만 미래에셋벤처투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1999년 6월 중소기업창업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미래에셋그룹 계열의 창업투자사다. 최대주주는 지분 61.59%를 보유한 미래에셋대우이며, 미래에셋 브랜드 프리미엄과 고유계정(PI) 투자전략이 특징이다. 고유계정 투자의 경우 피투자기업의 기업가치 상승이 자기자본 확대로 직결되는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투자기간에 제약이 없어 유망기업을 통한 투자수익을 높일 수 있다.
그룹 내 계열사와의 협업으로 투자 단계별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작년 3월 코스닥 상장한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올해 벤처펀드 5000억원, 사모투자(PE)펀드 5000억원 등 총 1억원의 운용자산(AUM)을 확보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상장 당시 업계 최고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내걸었는데, 2019 회계연도 배당성향은 40% 이상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는 상장VC 중 최고 수준으로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벤처캐피탈 사업은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투자사업으로, 수익 성과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 부담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최 부회장이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판단해 주식 증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증여 배경에는 최 부회장의 각별한 가족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무척 가정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최 부회장은 주말의 저녁 한 끼 만큼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2010년 한 인터뷰에선 “지금은 큰아들이 기숙학교인 민족사관학교에 다니는 바람에 못하고 있지만, 자녀들이 더 어렸을 때는 매주 한 권씩의 책을 가족들이 함께 읽고, 토론을 했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의 장남 준호씨는 민족사관학교를 졸업해 지난 2012년 2월 미국 명문대학인 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다만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주가가 하락한 시점에 이뤄진 증여는 증여세 절감을 노렸다는 시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장된 주식은 증여일 전후 각 2개월씩 총 4개월간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증여세의 과새액을 산정한다.
이날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전 거래일대비 25원(0.79%) 오른 32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3월 상장 당시 시초가(6150원)와 비교하면 47%나 하락했으며, 공모가 대비 28.7% 떨어진 수준이다. 작년 말 3000원까지 추락한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증여세 납부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식 증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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