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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CEO 처벌 논란, 모호한 법적 근거가 문제다

금융권 CEO 처벌 논란, 모호한 법적 근거가 문제다

등록 2020.01.31 17:34

정백현

  기자

금융사 지배구조법·금소법 여전히 국회 계류국회 일정 감안하면 상반기 법안 통과 난망당국 “부족하지만 현행법으로도 제재 가능”업권별 영업준칙 개정 시사에도 성과는 없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불완전판매 의혹과 관련해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은 가운데 CEO 처벌의 법적 근거가 여전히 약하다는 논리가 또다시 지적되고 있다.

금융상품 손실 책임을 CEO들에게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과 경영진 실수로 생긴 금융 손실을 징벌적으로 배상토록 하는 규정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이 아직 국회에서 법안이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DLF 상품의 불완전판매 의혹 관련 비공개 3차 회의를 열고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들어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에게 ‘문책경고’의 징계를 심의했다.

하지만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두 경영진에게 내려진 징계에 대해 사실상 불복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을 CEO에 묻는 것이 과연 법적으로 타당한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금융당국은 금융 사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발생 시 CEO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DLF 등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관련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지배구조법 개정을 통해 금융회사 CEO에 대한 직접적 처벌 근거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CEO 처벌 논란, 모호한 법적 근거가 문제다 기사의 사진

그러나 금융당국이 언급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다른 금융 관련 입법 현안은 정무위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어섰지만 지배구조법,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등은 위원 간의 의견 차이가 커 소위 상정 절차도 밟지 못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나서서 CEO를 직접 제재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 쪽에서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민간 기업 CEO를 법으로 옥죈다면 경영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 야당 측 우려다.

그나마 시행에 진일보한 법안이 있다면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상품 판매에 관한 법률안(이하 금소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금융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 그 책임을 상품 판매업자가 지도록 하고 해당 손해의 배상에도 나서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소법은 DLF 손실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등 연이은 금융 소비자 피해 사고로 입법 필요성이 높아진 덕에 상임위인 정무위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이 묶였다. 특별히 여야 간의 쟁점이 없음에도 불과하고 통과하지 못했다.

어쨌든 기존에 발의된 이들 법이 시행되려면 남은 절차를 차례대로 밟아야 한다. 지배구조법은 정무위와 법사위 의결과 본회의 의결 과정이 남아있고 금소법은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만 남겨둔 상태다.

그러나 20대 국회 잔여 임기 중 이들 법안이 정상적으로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직도 해당 법안에 대한 여야 각 당의 의견 차이가 여전한데다 2월부터 두 달여간은 각 당이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결국 법안이 처리되기 전까지는 부족하지만 현행법과 관련 규정에 따라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 설명이다.

실제로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24조에는 ‘금융회사 임직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이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나와 있고 해당 법률의 시행령 제19조에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에 대한 기준과 절차가 미흡했고 기존에 있던 내부통제 기준마저도 실효성이 부족한 탓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며 “기존 규정으로도 제재를 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각 은행들의 주장처럼 처벌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 흠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이 늦어져도 금융권 각 협회의 영업행위 준칙을 고친다면 CEO 제재 근거 규정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이뤄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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