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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영 기자
등록 :
2020-01-31 09:35

수정 :
2020-01-31 09:39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에도 배당성향 384%…현대제철 왜?

작년 회계연도 배당금 총액 984억, 4년째 유지
배당성향 전년 대비 360.3%p↑, 수익성 악화 탓
주가 반토막, 주주 달래기…실적 개선 자신감 반영

그래픽=박혜수 기자

현대제철이 30년 만에 분기 적자라는 최악의 성적표에도 배당성향을 높였다. 일년 새 반토막난 주가로 뿔난 주주들을 달래는 동시에 주가 부양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본격적인 수익성 제고에 나선 현대제철이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019 회계연도 배당금 총액을 984억5300만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전년과 같은 규모다. 배당금총액은 지난 2014년 869억900만원에서 2015년 977억7200만원으로 12.4% 늘린 뒤 2016년부터 984억5300만원을 유지해 왔다.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750원, 시가 배당률은 2.3%다.

배당성향은 384.4%로 급격히 높아졌다. 전년 24.1%와 비교하면 무려 360.3%포인트 증가했다. 배당성향은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중 배당에 할당한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지표다. 최근 5년간 현대제철의 배당성향은 ▲2015년 13.2% ▲2016년 11.4% ▲2017년 13.5% ▲2018년 24.1% ▲2019년 384.4% 등이다.

배당성향은 껑충 뛰었지만 수익성이 악화된 점이 주목된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82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같은 기간 2549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서면서 1479억원의 손실을 냈다. 4분기 실적은 증권사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한 수치로 분기 영업손실은 현대제철의 모태인 인천제철 시절을 포함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30년 만에 첫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탓에 연간 실적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20조5126억원, 영업이익 331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 67.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93.7% 급감한 2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부진은 철광석 가격이 작년 한때 톤당 120달러까지 급등했지만, 자동차 강판과 조선용 후판 등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을 인상하지 못한 탓이다. 봉형강(철근·형강류) 부문에서도 하반기 건설수요 부진 심화로 판매량이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황이 녹록치 않은 편이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수요 둔화가 지속됐고,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졌다.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악재가 변수로 등장해 올해 실적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철강업 전반의 침체는 고스란히 주가에도 반영됐다. 이날 현대제철은 전 거래일보다 300원(1.05%) 오른 2만87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8일 52주 최저가(종가 기준) 2만795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작년 2월 26일 최고가(5만1300원)와 비교하면 44%나 급락했다. 일년 새 주가가 반토막난 상황인 데다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대제철이 역대 최악의 성적에도 ‘주주 달래기’ 차원에서 배당 성향을 상향 조정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제철의 주가가 역사적 저점에 있으며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작년 말부터 가격인상 노력을 지속해 왔으며 실적 개선에 반영될 경우 주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29일 진행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동차 강판 생산량과 판매가격 협상 등 구체적인 실적 개선안을 내놨다. 특히 올해 제품가격 정상화에 주력한다. 내달 중 현대자동차와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자동차강판 가격 협상은 2월과 8월 연중 2회 진행하는데 내달 다시 한번 가격 협상에 나선다”며 “올 2월에는 지난해 올리지 못했던 톤당 3만원 정도는 최소한 인상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와의 자동차용 강판 가격협상에서 충분한 가격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7년 2월 톤당 12만원 인상하려 했지만 4개월 간 마라톤 협상 끝에 톤당 6만원 인상에 그쳤다. 당시 경쟁사의 냉연 평균 판매가격은 약 15만원 상승했다.

원가 인상분을 고스란히 현대제철이 떠안은 셈이다. 이 때문에 2018년 1조원대에 였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5000억원대로 반토막났다.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이 연간 4000억원 감소한 만큼 현대기아차가 같은 규모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 입장에선 현대기아차의 매출 비중이 높다 보니 이번 협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상에 성공할 경우 실적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대제철은 정상적 영업이익을 낼 시점은 오는 2분기로 내다보고 있다. 또 연내 비핵심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향상 및 수익성 제고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무엇보다 올해 안으로 가시적 성과를 거두겠다는 포부다. 이는 향후 경영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주가 부양 의지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DB금융투자 김홍균 연구원은 “올해 고수익 신강종 개발 및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 증대, 특수강사업부의 손익분기점 도달 등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유의미한 실적 향상을 위해서는 수요 산업의 경기 개선과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 자동차사와의 가격 협상 결과가 올해 수익성 개선에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천진영 기자 cj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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