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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發 ‘노동이사제 추진안’, 금융권 주총 이슈 떠오를까

기업은행發 ‘노동이사제 추진안’, 금융권 주총 이슈 떠오를까

등록 2020.01.30 07:01

정백현

  기자

윤종원 은행장, 노조 추천 이사제 사실상 수긍금융권 노조, 수차례 이사 추천 나섰지만 실패政 기류 전향적 변화···금융공공기관 도입 유력민간 금융회사, 外人 주주 동의가 여전한 장벽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왼쪽 세 번째)과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 27일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나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사진=기업은행 노조 제공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왼쪽 세 번째)과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 27일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나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사진=기업은행 노조 제공

기업은행 노조가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을 전제로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정식 취임을 인정한 가운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금융권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 도입 문제가 올해 금융권 정기주주총회에서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와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지난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나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노조는 지난 28일부터 윤 은행장의 출근 저지 행동 종료를 선언했고 윤 은행장은 29일 천신만고 끝에 은행장 취임식을 치렀다.

윤 은행장이 무려 27일 만에 취임식을 치를 수 있던 요인으로는 노조가 지속적으로 제안했던 노조 추천 이사제를 윤 은행장이 받아들인 덕분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 노조의 이번 투쟁 강도를 감안한다면 해당 안건은 쉽게 번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 근로자 추천 이사제 또는 노동이사제 문제가 언급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7년 금융위원회 산하 민간기구였던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하기도 했다. 당시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서 노동이사제의 도입을 권고한 사람은 다름 아닌 윤석헌 현 금융감독원장이다.

금융행정혁신위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한 이후 은행권 안팎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게 이뤄졌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2017년 이후 총 세 번에 걸쳐 우리사주조합의 주주제안 형식으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했다가 고배를 마셨고 기업은행 노조도 지난해 2월 박창완 금융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가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 외에도 다른 금융지주와 은행에서도 노조 차원의 사외이사 추천 시도가 몇 차례 있었지만 목적을 이룬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최근 수출입은행이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에 긍정적 의견을 드러내기는 했으나 결국 회사 측이 추천한 인물이 이사로 선임됐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원형인 ‘노동이사제’는 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공약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17년 7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통해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2018년부터 노동이사제 도입을 약속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이사제라는 이름의 제도 도입은 사실상 좌초됐지만 근로자(노조) 추천 이사제라는 형태로는 여전히 논의가 계속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근로자 추천 이사제가 언급될 때마다 “금융공공기관은 상급기관인 정부 승인이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가 나와야 해당 제도가 제대로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이 입장은 과거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재임 당시부터 현재까지 변함이 없다.

더구나 금융감독원이 마련하겠다던 금융기관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 관련 가이드라인은 지난 2018년 말 좌초된 이후 현재까지 어떤 움직임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기업은행 노사 합의를 계기로 금융권 안팎 기류가 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최근 노조 추천 이사제 관련 긍정적 행보가 기류 변화를 향한 전조 현상이었다면 이번 기업은행 노사 합의는 확실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청와대와의 관계가 여전히 가까운 윤종원 은행장이 노조 추천 이사제를 사실상 수용했다는 점은 기업은행장 인사권을 쥔 청와대와 최대주주인 정부의 암묵적 승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정부와 집권 여당이 노동계 쪽의 표를 의식해 근로자 추천 이사제에 대해 긍정적인 행보를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하느냐에 따라 해당 제도의 타 금융기관 확산 정도가 가늠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기업은행 노조의 행보에 자극 받은 타 금융회사 노조도 올해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관련 안건을 재차 꺼내들 확률 역시 높다.

물론 여전히 비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금융공공기관의 경우 상급기관인 정부의 승인이 있다면 낮은 단계라도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이 가능하겠지만 이사 선임 과정에서 주주 동의가 필요한 민간 금융회사는 제도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그동안 KB금융지주 주총에서 노조 측의 이사 선임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은 회사 지분 대부분을 쥐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이 해당 제안을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반대한 쪽은 “노조가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의견 개진 창구로 삼아 직·간접적으로 회사 경영에 개입할 경우 경영 과정에서 갈등이 더 커질 수도 있다”며 우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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