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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경영 참여 선언한 권홍사 회장 속내는

[SWOT분석] 한진칼 경영 참여 선언한 권홍사 회장 속내는

등록 2020.01.13 16:12

수정 2020.01.14 10:50

김성배

  기자

S= 수 십년간 택지사업 실탄 충분W =주택사업 외 他사업 경험 전무O = 한진그룹 사업 다각화 기회로T = 자산 5조 넘어 정부 감시대상 분류

 한진칼 경영 참여 선언한 권홍사 회장 속내는 기사의 사진

“고(故)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을 고려해 투자 목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 왔다. 앞으로 더 살 수도 있다.”

중견건설사인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전격 선언하면서 그의 속내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진칼 주식을 더 사겠다는 계획말고는 더이상 알려진게 없어서다.

더욱이 지난 1980년 부산을 기반으로 반도건설의 전신인 태림주택을 설립한 이후 외골수 경영을 이어온 권 회장이 건설업 이외에 외부투자나 경영까지 나서겠다고 밝힌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권 회장은 건설업계에서도 골프장 레저 언론사업 등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리는 경쟁 중견 건설사들과 달리 주택사업 한우물 파기 경영으로도 유명했던 인물.

그럼에도 그는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 반도그룹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주식 8.28%를 확보한데 이어 경영권 마저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번 주식 추가 매입이 대한항공 경영 참여 목적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라는 게 회사측의 공식적인 입장. 시장 대응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간 ‘남매의 난’ 이후 느닷없이 발톱을 드러낸 권 회장의 현주소 분석을 통해 그의 미래행보를 반추해봤다.

◇강점(Strength) = 고 조양호 회장과 친분+자금력

권 회장은 지난해 10월 계열사를 동원해 한진칼 지분을 5.06% 인수하면서 전격 등장했다.

그간 반도그룹측은 한진칼 지분 매집은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지분율이 주요 주주로 분류되는 10% 선 근처까지 오자 태도를 바꿔 최근 경영권 참여 목적이라며 경영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

반도홀딩스 계열이 보유한 한진칼의 지분율은 8.28%다. KCGI(강성부펀드) 17.29%, 델타항공 10.0%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한진가 3세들인 조원태 회장(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보다도 많다.

권 회장이 이번 한진칼 경영권 다툼에서 확실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권 회장이 누구보다 한진가 내부 사정에 밝을 수 있다. 실제 그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의 친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권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조양호 회장의 권유로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게 됐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은 그간 반도그룹과 한진간 사업 비즈니스를 비롯해 오너들의 대외활동에서도 방증된다.

반도건설은 2001년 한진그룹이 낙찰받은 부산신항 북컨테이너 터미널 배후단지 3공구 조성공사에 참여한 바 있다.

고 조양호 전 회장과 접점도 적지 않다. 권홍사 반도 회장은 국제장애인협의회 회장, 서울시 승마협회 회장,대한체육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조 전 회장도 대한탁구협회 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으며 체육계 거물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두 사람간 인연이 남다를 수 있다.

게다가 권 회장이 조 전 회장 부인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도 친분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정석기업은 그동안 부동산 임대업과 관리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임시 주총을 열고 사업 목적에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을 추가했다. 건설사에 도급을 줘 건물을 짓도록 하고, 정석기업은 분양이나 판매만 맡겠다는 계획이다. 반도그룹이 정석기업의 부동산 도급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추론도 있다.

그의 자금력도 넉넉하다. 그간 주택사업으로 벌어들인 자금의 활용처로 한진칼을 선택했다는 게 반도건설측의 공식 입장일 정도.

일단 2018년말 기준 반도홀딩스는 1719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개발과 퍼시픽 산업은 188억원과 72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자금을 합칠 경우 반도그룹은 총 27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건설 경영 성과도 양호하다. 국토교통부가 공인하는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2017년 27위에서 지난해 13위까지 껑충 뛰어 올랐다. 시공평가액이 2017년 1조2100억 원에서 지난해 2조2208억원으로 1조 원 넘게 늘었다는 점에서 시공능력평가액 10위권 도전도 가능하다.

반도건설의 작년 별도 매출은 1조5662억원으로 전년보다 18.9%, 영업이익은 3029억원으로 14.2%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19.3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약점(Weakness) = 주택 외 경험 적어

반도그룹은 지주사인 반도홀딩스(권홍사 회장 69.61%·권재현 반도개발 상무 30.06%)를 통해 반도건설과 반도종합건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기반은 부산으로 권 회장은 1980년 부산에서 반도건설의 전신인 태림주택을 설립했다. 1999년 ‘반도보라빌’으로 수도권에 진출했고, 2006년에는 ‘반도유보라’를 통해 본격적으로 반도건설의 덩치를 키웠다. 이후 부동산 경기 호황 덕분에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몸집도 갈수록 커졌고 올해 시공능력평가 13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권 회장이 그룹을 굴지의 중견건설로 키웠지만 핵심인 반도건설이 주택전문업체로 불릴만큼 여타 사업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반도그룹은 그간 권 회장의 한우물 경영 탓에 사업 확장력이 여타 건설사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경쟁사인 김상열 회장의 호반건설그룹은 골프 레저 리조트 등으로, 호남 연고인 중흥건설그룹의 정창선 회장은 헤럴드 등 언론사, HDC그룹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이뤄내고 있다. 그러나 권 회장은 그간 그렇지 못했다.

권 회장은 노후빌딩 복합개발 대행개발 정비사업 등 주택건설사업측면에 더 힘을 쏟거나, 경남 김해대동첨단산업단지 등 일부 토목사업에 손을 대려고 시도한 게 거의 전부다.

그룹으로 봐도 지배구조 밖에 반도레저(유성애 등 특수 관계자 100%)나 퍼시픽산업(신동철 사장 100%) 정도가 새 먹거리 찾기 움직임을 보인 정도. 권 회장으로서는 여타 사업 투자나 대규모 딜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보인다.

한진칼 경영참여를 통한 항공물류업 다각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의 투자나 사업 확장 경험치가 이를 따라줄 수 있을지 의문이란 의미다.

국내 굴지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정몽규 회장도 주택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와 굵직한 M&A나 대규모 투자 사업 등 경험 부족으로 국내 굴지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경영이 가능한가하는 우려의 시선을 받은 사례가 있다.

더욱이 권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며 그룹 경영에선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난 상태다.

◇기회(Opportunity) = 토탈 항공물류기업화 하나

반대로 한진칼은 권 회장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한진칼은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등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8.94%다. 여기에 KCGI가 17.29%를 쥐고 있고 델타항공(10%)과 반도건설(8.28%)가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한진그룹 지주사다.

한진칼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한진칼은 대한항공(29.6%), 한진(22%), 진에어(60%)을 비롯해 칼호텔네트워크(100%), 제동레저(100%), 토파스여행정보(94.4%), 한진관광(100%), 정석기업(48.3%), 와이키키리조트호텔(100%) 등 총 2조원 가까이 그룹 계열사에 출자했다.

이 가운데 한진은 한진인천 컨테이너터미널,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 평택컨테이너터미널, 한진울산신항운영, 포항7부두운영 등 부지·운영권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권 회장의 경우 이번 한진칼 경영권 참여로 항공부터 부동산·호텔·레저·물류·터미널까지 다양한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주택사업으로 보유한 두둑한 현금을 재투자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도 있다. 반도건설은 공공택지를 매입해 아파트는 지어 분양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왔지만 공공택지 물량이 줄어들면서 택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아파트 분양 수익금을 다시 투자할 땅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 더욱이 문재인 정부들어 건설·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인해 주택전문업체로서 경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 경영권 다툼 이슈가 있는 한진칼이 그간 보유한 현금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최적의 투자처로 권 회장이 판단했을 수 있다.

◇위협(Threat) = 공정위 공시대상 될 수도

권 회장이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대한건설협회 회장 역임 등 거물급 건설 기업인으로 건설 한우물 경영이라는 깔끔한 이미지가 일부 훼손될 수 있다. 고 조 전 회장으로 대변되는 선대때부터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기업의 백기사가 되어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경영권을 노리는 등 그룹 총수간 보이지않는 무언의 불문율을 깬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각오해야 할 수 있다.

정부의 감시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분류되어 소속회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 정부 감시대상 기업이 된다.

반도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반도홀딩스와 반도개발, 반도레저, 퍼시픽산업과 그 지분법적용투자회사들의 지난 2018년말 기준 별도 자산을 전부 더하면 4조230억원으로 집계된다.

한진칼 등이 반도그룹의 경영이나 투자 대상으로 포함된다면 사업 확장으로 조만간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할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사인 호반건설도 지난 2017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된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아파트 용지 독과점을 비롯해 자녀 등 사주 일가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반도건설도 한진칼 지분 투자 확대로 이같은 정부 규제 사정권에 들어갈 공산이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회장의 한진칼을 향한 행보에는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권 회장이 경영 참여를 선언한 만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KCGI 등과 향후 접촉에 나서 한진칼 지배구조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권 회장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처럼 항공 등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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