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영 기자
등록 :
2020-01-10 17:03

샘표 4세 박용학, 2년 만에 임원 승진…경영 승계 본격화

샘표그룹 장남 박용학, 18년 연구기획팀장 입사
가업 근간 ‘발효기술’ 익혀 식문화 연구원 활약
지분 추가 매입 및 부친 지분 증여받을 가능성도

그래픽=박혜수 기자

샘표그룹 오너 4세 박용학 샘표식품 연구기획팀장이 입사 2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지주사 전환으로 샘표그룹 지배력을 키워온 박진선 샘표그룹 대표가 장남 박 상무에 힘을 실어주게 되면서 본격적인 경영 승계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샘표식품은 지난 2일 박용학 상무를 비등기 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고 9일 공시했다. 박 상무가 보유하고 있는 샘표식품 지분은 0.03%(1344주)다.

박 상무는 박진선 샘표그룹 대표의 장남이다. 2018년 1월 핵심 계열사인 샘표식품 연구기획팀장으로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입사 후 2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1978년생인 박 상무는 컴퓨터공학 전공자로서 30대 후반까지 다른 업체에서 사회생활을 해왔다. 대기업 오너일가가 평균 29세부터 경영수업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박 상무의 입사 시점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않다. 그러나 지난 70년간 3대에 걸쳐 장자에게 경영권을 승계해온 만큼 샘표그룹을 이끌어갈 후계자로 꼽혀왔다. 부친인 박 대표가 미국에서 철학과 교수를 지내다가 가업을 물려받은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박 상무는 기술연구소를 통해 샘표식품에 첫 발을 내디뎠다. 샘표그룹의 근간이 발효 기술에 있는 만큼 전반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원천기술을 다루는 직책을 맡겼다는 관측이다. 입사 첫 해에는 샘표의 ‘우리발효 연구중심 연구원’으로서 식문화 전파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박 상무가 핵심 계열사인 샘표식품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서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앞서 샘표그룹은 2016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박 대표와 박 상무로 이어지는 경영 승계 구도를 갖췄다.

지난 3분기 기준 샘표그룹은 지주회사인 샘표가 샘표식품(49.38%), 양포식품(87.5%), 조치원식품(96.3%), 샘표아이에스피(100%)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최대주주인 박 회장이 샘표 지분 34.05%를 갖고 있으며, 박 상무의 지분율은 4.83%다. 비교적 지분율 격차가 큰 편이지만 박 상무는 샘표의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 회장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력을 대폭 강화했을 뿐 아니라 경영 승계 밑그림을 완성했다. 2017년 초 샘표그룹 지주사인 샘표는 샘표식품 주주들을 대상으로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지주사 전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거래였다. 당시 샘표는 총 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율이 50%를 넘어야 한다는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신주청약에는 박 회장과 박 상무만 참여했다. 그 결과 박 사장의 샘표 지분율은 2016년 말 16.46%에서 2017년 말 34.05%로 크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박 상무의 지분율은 2.36%에서 4.83%로 상승했다. 반면 16.46%였던 박 사장의 샘표식품 지분율은 유증 참여로 0.21%로 낮아졌다. 박 상무 역시 2.36%에서 0.03%까지 떨어졌다.

이후 박 상무의 지분율 변화는 없지만 입사 2년 만에 임원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추가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회장이 경영 시험대에 오른 박 상무에 힘을 실어주게 되면서 본격적인 4세 경영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1950년생인 박 회장이 70세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지분 증여로 단숨에 샘표그룹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간 오랫동안 승계 밑그림을 그려온 만큼 증여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진영 기자 cj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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