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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어, 국토부 제재 해제 ‘오매불망’

[항공사 九사九생④]진에어, 국토부 제재 해제 ‘오매불망’

등록 2020.01.13 07:47

이세정

  기자

17개월째 신규 노선 취항·기단 확대 중단티웨이 보유기재 진에어 앞질러···여객점유율도 하락업황부진·공급과잉 심화···통폐합 등 구조조정 본격화일러야 하반기께 제재 해제 관측···연내 힘들단 우려도재무구조 개선 효과 봤지만 장기적으론 성장동력 상실

진에어, 국토부 제재 해제 ‘오매불망’ 기사의 사진

한 때 제주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시장 ‘양대산맥’으로 군림하던 진에어가 위태로운 저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재를 받기 시작한지 17개월째지만, 상황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시장에서는 진에어 제재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나 풀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항공업계 전반의 불황과 공급 포화에 따른 치킨게임 등이 겹치면서 진에어는 벼랑 끝에 내몰린 형국이다.

◇경영문화개선 노력에도 대답 없는 국토부 = 진에어는 외국 국적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등기이사 불법 재직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제주항공과 LCC 1위 자리를 놓고 다퉜다. 2017년 기준 제주항공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963억원, 영업이익 1016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진에어는 매출 8884억원, 영업이익 970억원으로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당시 3위권을 놓고 다투던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은 각각 매출 5840억원·영업이익 471억원, 매출 5617억원·영업이익 345억원으로 선두집단과 큰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진에어는 2018년 4월 빚어진 조 전무의 ‘물컵논란’으로 그동안 쌓아온 입지가 흔들린다. 이 사태가 기폭제가 되면서 과거 조 전무가 진에어 전무, 부사장으로 근무할 당시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 것이 불법이었다는 사실도 수면 위로 부상한 것.

감독당국인 국토부는 신규 노선 허가 제한과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의 제재를 내렸다. 제재 해제 시점은 불명확했다. 국토부는 ‘경영행태가 정상화될 때’라는 애매모호한 조건을 달았다.

이후 진에어는 제재를 받은지 1년만인 지난해 9월 국토부에 제재 해제를 공식 요청했다. 최정호 대표 명의로 항공법령 위반 재발방지와 경영문화 개선 이행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세부 항목만 17개에 달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조 전무가 지주사에서 그룹 전반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복귀한 만큼, 오너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진에어는 제재를 받는 동안 알짜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됐다. 싱가포르나 중국, 몽골 등 신규 운수권 경쟁에는 아예 참여하지 못했다. 기단 확대도 중단됐다. 3위권인 티웨이항공은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대하며 2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운용 기재를 28대로 늘리며 진에어(26대)를 앞섰다.

지난 3분기 누적기준 진에어는 매출 7280억원, 영업이익 113억원을 기록했다. 티웨이항공은 매출 6257억원, 영업이익 3억원(별도)으로 집계됐다. 두 항공사간 매출 격차는 전년 3분기 2233억원에서 지난해 1023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진에어의 LCC시장 내 여객 점유율은 2017년 국제선 23.9%, 국내선 20.3%에서 지난해 3분기 국제선 18.1%, 19%로 떨어졌다.

◇연내 제재 해제도 불투명···미래 성장동력 상실 우려 = 업계에서는 진에어 제재 해제 시점이 일러야 오는 하반기라고 예상한다. 상황에 따라 연내 해제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총선에 출마하는 대신, 현 정권에 남아 행정력을 유지하기 결정하면서 당분간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정부는 조 전무의 경영개입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여기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마저 복귀에 성공하면, 진에어가 오너가의 직간접적인 지배력 아래 놓이게 될 것이란 의구심은 더욱 강해지게 된다. 이 경우 진에어 해제 시점은 무기한 연기될 수밖에 없다.

진에어는 2년째 사업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제재 해제 이후를 염두에 둔 경영전략을 내부적으로 세우기도 하지만, 모두 실천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항공산업이 본격적인 다운사이클(업황 부진)에 진입했고, 시장 포화로 인해 업체간 인수합병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진에어를 향한 걱정의 시선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일 외교 이슈로 일본 여객 수요가 급감했을 당시, 경쟁 LCC들은 일본 노선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동남아나 중국 신규 노선에 취항하거나 증편했다. 하지만 진에어는 기존 운항 노선을 늘리는 데 그쳤다. 이 노선들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모기업 대한항공이 구조조정을 시작한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무급휴직을 실시한 데 이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항공사 특성상 영업비용 중 유류비와 정비비, 항공기리스료 등 고정비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고정비를 축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체로 인건비 절감을 선택한다.

진에어는 2018년 초 3대의 기재 도입 계획에 맞춰 신규 인력을 채용했다. 하지만 비행기 운영이 불가능해지면서, 이들의 근무시간을 쪼개서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사실상 인력 포화상태인 셈이다.

제재 기간 동안 단기적으로는 내실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에어는 항공기 도입에 따른 리스부담이 낮아지면서 안정적인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차입금은 오히려 줄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도태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C간 통폐합이 이뤄질 정도로 시장 환경이 좋지 않다”면서 “제재가 더 길어지게 된다면 성장기회를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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