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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영 기자
등록 :
2020-01-0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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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반토막 한진, KCGI의 ‘아픈 손가락’

한진 주가 2만원선, 최고가 대비 48.11%↓
재원 조달 창구로…오너가 압박 효력 상실
최대주주 한진칼과 격차 늘어 표대결 불리
총투자 대비 손실액 300억, 답보 상태 빠져

그래픽=박혜수 기자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인 ㈜한진 주가가 1년 만에 반토막 나면서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주사 한진칼에 이어 한진까지 경영권 분쟁 전선을 넓혀왔지만, 오너일가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상속지분 전량을 처분하면서 압박 카드로서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한진이 자체적으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선 점도 사모펀드로서의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은 전 거래일보다 1450원(5.01%) 내린 2만7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작년 1월 16일 52주 최고가(5만3000원) 대비 48.11% 감소했다. 일년 새 주가가 반토막 난 상황이다.

KCGI가 한진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을 본격화하던 2018년말 주가는 5만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작년 3월 주주총회 전후로 3만원대 후반대에서 거래되던 주식은 고 조양호 회장의 타계 소식에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4월 8일) 한진은 15.12%(5450원) 오른 4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외에도 지주회사인 한진칼(20.63%)과 대한항공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기업 총수의 부재는 악재로 작용한다. 그러나 고 조양호 회장이 사망하면서 한진그룹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향후 그룹의 지배구조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거액의 상속세 부담으로 오너일가의 지배권이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특히 한진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며 조 회장과 총수일가를 위협하던 KCGI가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KCGI는 작년 한진칼과 한진 주주총회에서 상정된 안건마다 반대표를 던졌지만, 우호 지분 확보에 실패하면서 표 대결에서 밀렸다.

KCGI가 한진그룹의 지분을 늘려온 것은 2018년 하반기부터다. 당해 11월 KCGI는 계열사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주식 532만2666주(약 1307억원)를 주당 2만4557원에 장내매수를 통해 취득했다.

한진 지분도 단숨에 8.03%까지 늘리며 2대 주주로 올랐다. 작년 1월 엔케이앤코홀딩스와 타코마앤코홀딩스, 그레이스앤그레이스 등 계열사를 통해 한진 주식 96만2133주를 확보했다. 총 취득자금은 505억원에 달한다.

KCGI는 주총을 앞두고 한 차례 더 지분을 매입하면서 표 대결 채비에 나섰다. 작년 3월 엔케이앤코홀딩스를 통해 한진 주식 25만5897주를 장내 매수했다. 지분 취득 금액은 약 116억원이다. 이로써 지분율은 종전 8.03%에서 10.17%로 높여 한진의 최대주주인 한진칼(당시 22.19%)과의 격차를 좁혔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투자 대상 기업 지분을 처음 취득한 후 6개월 내 10% 이상 보유해야 한다.

당초 증권가는 KCGI가 한진가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을 선택한 점을 두고 비용적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시가총액 3조350억원 수준의 대한항공 지분을 매입하기보다 5712억원인 한진을 택하면서 투자 대비 효과가 크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한진이 그룹 내 손자회사를 많이 거느리고 있다는 점과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타 계열사보다 수월하다는 점도 이유다. 그간 KCGI는 유휴자산 처분 등 기업 자금흐름의 효율성을 추구해 왔다. 이 때문에 한진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해운 시절 각종 자산에 대한 매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작년 4월 조 회장이 사망하면서 KCGI의 경영권 압박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조 회장이 보유했던 한진 상속지분 전량(6.87%)을 GS홈쇼핑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 지분은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에게 상속된 주식이다. 한진그룹의 상속 재원 조달 창구가 되면서 오너가 압박 카드로서 사실상 효력을 상실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6일 기준 한진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한진칼의 지분율이 23.62%로 가장 높으며, 엔케이앤코홀딩스(10.17%), 국민연금공단(9.62%), GS홈쇼핑(6.87%), 정석인하학원(3.97%), 조원태 회장(0.03%), 조현아 전 부사장(0.03%), 조현민 전무(0.03%) 순이다.

KCGI가 여전히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한진칼과의 지분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주총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한진이 유휴자산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본격적을 움직임을 보이면서 KCGI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2023년까지 예정된 투자 계획을 보면 차입금 상환 여력이 크지 않아 개선 속도는 더디겠지만, 택배부문 실적 개선으로 재무구조는 점차 개선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땅한 출구 전략을 짜기 전까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년 새 주가가 반토막으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한진 주식 처분 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지분 가치로 따지면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약 335억원이다. 현재 한진 지분 확보에 따른 KCGI의 손실액은 약 286억원으로 집계됐다.

천진영 기자 cj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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