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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출근저지’ 투쟁 장기화 조짐···노조, 명분도 실익도 잃을 판

‘윤종원 출근저지’ 투쟁 장기화 조짐···노조, 명분도 실익도 잃을 판

등록 2020.01.08 15:16

한재희

  기자

임기 나흘째에도 사무실 출근 못하고 외부일정 소화청와대 사과 요구하는 노조···해결 실마리 못 찾아관료 인사에 대한 ‘관행적 반대’ 투쟁 비판 목소리 ↑임원·자회사 CEO 인사 시급···경영 차질 불가피

기업은행 노조가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출근을 저치하기 위해 서울 기업은행 본사에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기업은행 노조가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출근을 저치하기 위해 서울 기업은행 본사에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기업은행 노조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출근 저지’ 투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청와대의 사과와 책임있는 후속 대처’를 요구하고 있는 노조가 오는 4월 총선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다. 윤 행장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노조 측이 투쟁을 이어가게 되면 기업은행 경영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강경 투쟁이 실익과 명분을 모두 헤칠 가능성도 크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임기 시작 나흘째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임기 첫날인 3일 문전박대를 당했고 7일에도 출근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이날은 외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출근하지 않았다. 윤 행장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에 참석한다.

이날 기업은행 노조 50여명은 ‘낙하산 행장 반대’를 외치며 윤 행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기업은행 본점 앞에 모였다가 해산했다. 노조 측은 “윤 행장과 대화할 이유가 없다”면서 “청와대의 사과와 책임있는 후속 대처를 요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행장은 대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윤 행장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화로 풀어나갈 계획”이라며 “열린 마음으로 풀겠다”고 했다.

윤 행장과 노조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윤 행장 임명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출구 없는 투쟁이 해답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쟁이 길어질수록 노조 측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노조의 반대 핵심은 윤 행장이 ‘낙하산 인사’라는 점이다. 지난 2010년부터 3연속으로 내부 출신 행장이 기업은행을 문제없이 이끌었는데 이번 인사를 통해 관치 금융으로 회귀했다는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와 금융노조가 맺은 정책 협약서가 투쟁의 근간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금융권의 입장은 다르다. 청와대 측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분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윤 행장 인사의 당위성을 지지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윤 행장은 재무부 재무정책국 사무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등을 거쳤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청와대에 제청했고 윤 행장이 기업은행장 자리에 적합하다는 것은 전체 이력을 보면 나온다”면서 “외부에서 왔지만 훌륭하고 능력 있는 분이고, 어차피 노조위원장과 윤 행장 두 당사자가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현 정부의 포용적 금융‧혁신 금융 정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만큼 기업은행의 중기지원‧혁신금융 지원과 같은 핵심 역할 수행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 관행처럼 반대투쟁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내부 출신 행장이 아니더라도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역할을 보다 성장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우선 돼야 한다는 것이다.

행장 교체기마다 임원들의 줄서기‧파벌 논란이 일면서 내부 출신 행장 관행의 부작용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내부 출신 인물이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번 투쟁이 길어질 경우 경영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당장 임원과 계열사 CEO 인사 등 밀린 현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행장 선임도 늦어진데다 정상 출근이 언제쯤 가능할지 예측할 수 없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인사는 향후 경영 방향성이 담기는 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수석부행장(전무이사)에 대한 인사를 비롯해 자회사 CEO 인사까지 큰 폭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당 인사가 늦춰지면 그만큼 피해도 커질 전망이다. 노조의 투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행장이 인사를 강행하면서 또 다른 갈등을 낳을 것으로 보여 노조와의 문제 해결이 우선인 셈이다.

내부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면 조직 안정에 대한 문제도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윤 행장 선임 전부터 차기 행장에 대한 하마평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행장 선임 이후 노조와의 갈등이 더해져 안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 내부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행장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고 내부에서도 이러한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관행적인 반대라는 비판과 함께 투쟁이 길어질 수록 은행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윤 행장과 노조 측 모두 해결책을 찾는데 적극 나서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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