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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九사九생②]둥지 옮긴 아시아나, ‘정체성’ 찾고 재도약

상반기 중 HDC현산 인수절차 완료
자금투입땐 재무건전성 확보 부채 급감
FSC만의 경쟁력 상실…장거리 진출 늘려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2대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이 출범 31년만에 금호그룹과 이별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을 새 주인으로 맞은 아시아나항공은 막강한 자금지원에 힘입어 재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룹 ‘캐시카우’ 역할로 동난 곳간…2조 투입으로 경영정상화=금호그룹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이후 7월 매각 공고를 내고 예비입찰과 본입찰을 거쳐 11월 HDC현산을 우선매각협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주체와 우협대상자가 구주대금과 특별손해배상한도 등을 놓고 이견을 빚으면서 당초 일정보다 늦어지긴 했지만,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에 성공했다.

HDC현산은 이달 중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를 열고 경영진 교체와 인수대금 2조5000억 중 유상증자로 확보할 2조17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오는 4월까지 아시아나항공과의 국내외 기업결합 신고 등 법적절차를 마치고 상반기 중 인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된 결정적 원인은 ‘재무구조 악화’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 재건 비용 마련에 동원되며 중추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무리한 자금 유출로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이 저하됐고, 부채비율은 한 때 1000%에 달할 정도로 불어났다.

HDC현산의 자금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 자본은 1조1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난 3분기 기준 660%이던 부채비율은 업계 평균 수준인 300%대로 낮아진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국내 최고 항공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2020년 경자년은 새로운 인수사와 아시아나항공이 함께 대전환점의 첫 걸음을 떼는 의미 있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항공사 정체성 잃은지 오래…차별화 경쟁력 필수=아시아나항공 경영환경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항공업황과 경쟁심화, 수요 둔화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형항공사(FSC)로써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적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강도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FSC 고유의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것.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9월부터 퍼스트 클래스(일등석) 운영을 중단했다. 2015년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A380을 제외한 나머지 여객기의 퍼스트 클래스를 없앤 데 이어 전 여객기 일등석을 완전히 없앴다.

대신 수익성 확보를 위해 퍼스트 클래스를 대체할 비즈니스 스위트를 신설했다. 기존 퍼스트 클래스보다 평균 30~40% 저렴하지만, 좌석 개조를 하지 않았고 일등석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노선 경쟁력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에서 FSC와, 단거리에서는 저비용항공사(LCC)와 경쟁하며 중간에 낀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다.

지난해 수익성 확보를 위해 비수익 노선인 인천~러시아 하바로프스크·사할린, 인천~인도 델리 노선, 인천~미국 시카고 노선 등을 운휴한 점은 경쟁력을 약화시킨 요인이다. 최근 인천~리스본, 카이로, 멜버른 등 직항 부정기 노선 운영에 나섰지만, 시장포화로 단기간 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는 3월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노선 운영이 45일간 일시 중단된다는 점도 리스크로 부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려다 활주로 앞 방파제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대법원 판결로 행정처분을 확정했는데, 이로 인해 매출 110억원 감소가 전망된다.

기재 재정비로 ‘안전운항’에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정몽규 HDC 회장이 우협으로 선정된 직후 “안전을 최우선하는 항공사로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며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을 고치겠다고 약속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항공교통서비스 평가에서 가장 낮은 C등급을 받았고, 평균 기령은 12.18년으로 국적사 중 가장 높다. 안전 강화를 위해 2023년까지 A350 19대, A321NEO 15대 등 34대의 최신형 항공기를 보유하는 한편, 보유 경년항공기는 10대로 대폭 낮춘다는 방침이다.

다만 외형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있다. 계획대로라면 노후 항공기 비중은 현재 23%에서 13%로 10%포인트 낮아지지만, 운용 항공기 대수는 83대에서 2023년 74대로 9대 줄어든다.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는 LCC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HDC현산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HDC현산이 투입한 자금 일부가 신규 기재 도입에 활용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노후 기재 축소와 기단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태생은 FSC지만, 수익성을 위해 영역을 가리지 않고 사업을 전개해 온 면이 없지 않다”며 “새로운 아시아나항공이 빠른 시일내 자리잡기 위해서는 재무건전성은 물론, 장거리 노선 경쟁력과 차별화 강점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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