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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20-01-07 07:23

수정 :
2020-01-07 08:14

조원태 회장, 조현아 경영복귀 ‘딜레마’

조 회장, 누나 경영복귀 수용으로 가닥 잡은 듯
조 전 부사장, 그룹 고위직 요구 관측…겸직 가능성
그룹 안팎 거센 반발…경영권 역공 빌미 제공 우려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가족간 분쟁을 폭로한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협상’에 나선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요구한 경영복귀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내외적 반발이 거세지면서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최근 조 전 부사장 측에 먼저 연락해 최대한 빠른 시간내 만나자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설 명절 전에 회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조 회장이 이 같은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경영권 위협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오는 3월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재선임을 위해서는 조 전 부사장 뿐 아니라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지난달 23일 동생이 선대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며 공개 비판했다. 이틀 뒤인 25일에는 이 고문 자택을 방문한 조 회장이 모친과 크게 언쟁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이 고문은 “공동경영 유훈을 지켜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일가를 제외한 한진칼 주요 주주로는 KCGI(17.29%), 델타항공(10.00%), 반도그룹(6.28%), 국민연금(4.11%) 등이다. KCGI는 완벽한 반대세력이다. 델타항공과 반도그룹 측은 오너가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조 회장이 연임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동의 뿐 아니라 델타항공, 반도그룹 등의 표심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델타항공은 조 회장 개인 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반도그룹 역시 이 고문과 연관이 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조 회장의 확실한 우군이라고 칭할 세력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이 집안싸움을 멈추고 누나에게 화해를 요청한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영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오너가 분쟁이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시장 안팎의 우려도 반영됐다.

조 회장이 던질 수 있는 패(牌)는 많지 않다. 조 전 부사장이 요구하는 경영복귀를 받아주는 방법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막냇동생인 조 전무의 경우 ‘물컵논란’이 불거진 이후 14개월 만인 지난해 6월 경영에 복귀했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 이후 3년4개월간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2018년 3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복귀했지만 조 전무 사건으로 다시 물러났다. 이후 20개월 째 무직 상태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지분에 걸맞는 직책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 조 전 부사장은 그룹 경영 전반에 실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진칼이나 핵심 자회사 대한항공의 고위 경영진 자리를 요구할 수 있다.

겸직 가능성도 크다. 조 전 부사장이 과거 몸 담은 직책은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 한진관광 대표이사 등이다.

조 전무는 한진칼로 돌아오면서 정석기업 부사장 자리에도 앉았다. 조 회장 역시 한진칼 대표이사와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고문은 지난해 처음으로 경영전면에 나섰는데 정석기업 고문과 한국공항 자문 2개 직책을 가지고 있다.

한진 오너일가의 겸직 이유로는 상속세 이슈가 꼽힌다. 이들 일가의 상속세는 총 2700억원으로, 단순계산으로 1명당 675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앞서 조 회장 일가가 고(故) 조양호 회장 소유의 ㈜한진 지분을 매각한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하지만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 힘든 상황이다. 조 전 부사장이 적극적으로 경영복귀 의지를 나타내면서 그룹 내부와 외부를 가리지 않고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반발했다. 노조는 “(조 전 부사장은) 경영복귀 야욕을 드러내지 말고 사회적으로 인정할 만한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선행돼야 함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 전 부사장 복귀로 반기업정서가 강해지면, 외부세력이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소액주주가 오너가 반대세력으로 쏠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진칼 5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행사 지침)를 적극 행사하기로 한 점도 부담이다. 오너가 분쟁이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조성하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이 같은 시장 환경을 감안해 조 전 부사장을 설득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우선 주총에서 경영권 공격을 막아낸 뒤 공식적인 복귀를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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