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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유통2020|웅진]코웨이 욕심에 휘청···남은 보루는 씽크빅

건설·화학·저축은행 등 무리한 신사업 확장 발목
작년 코웨이 재인수·재매각 하며 그룹 재건 실패
케미칼·북센 등 매각 추진···교육·IT 사업 중심 재편

그래픽=박혜수 기자


오랜 불황으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은 지 오래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유통업계는 유독 힘든 시기를 보냈다. ‘경기침체’에서 ‘소비위축’, 또 이로 인한 ‘수익감소’라는 현실에 직면하며 위기의식을 절실하게 느꼈다. 대외 환경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일본과의 무역갈등, 여진으로 남아있는 중국의 하한령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온라인 성장에 밀린 오프라인 시장은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있으며, 정부는 규제 고비를 더욱 바짝 죄면서 업계를 옥죄고 있다. 이렇다 보니 유통사 마다 ‘리셋’만이 살 길이라며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신년 긴급진단, 유통 ‘리셋’ 현장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웅진그룹은 지난해 어느 기업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웅진코웨이를 재인수해 그룹 재건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다가 무리한 자금 조달의 후폭풍으로 결국 다시 토해내기까지 이 모든 과정이 지난해에 벌어졌다.

◇무리한 사업 확장에 발목=이전에도 웅진그룹의 역사는 인수와 매각으로 점철돼 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자신의 장기인 ‘영업’과 그가 처음으로 선보인 ‘렌탈’ 사업을 발판 삼아 웅진을 30대 그룹으로 일궈냈으나, 이와 관련 없는 사업까지 무리하게 발을 뻗은 것이 독이 됐다.

윤 회장은 1971년 한국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외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당시 전 세계 판매왕에 오르는 등 영업에 재능을 보였다. 이에 그는 1980년 교재 사업과 어린이용 서적 출판 사업을 하는 헤임인터내셔널(현 웅진씽크빅)을 설립했고, 1987년 웅진식품 인수, 1988년 코리아나화장품 및 1989년 한국코웨이 설립 후 음료와 화장품, 정수기 등을 방문판매 형태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97년 IMF 외환 위기 당시 윤 회장은 일정 기간 동안 돈을 내고 빌려 쓰는 정수기를 선보이면서 국내 최초의 렌탈사업을 시작했다. 이 렌탈사업이 크게 성공해 웅진은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윤 회장이 2000년대 들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부터 웅진그룹의 사세도 기울기 시작했다. 웅진은 2007년 극동건설을 인수하며 건설업에 뛰어들었고, 2008년에는 새한(웅진케미칼)을 인수해 화학소재 사업에도 손을 댔다. 2010년에는 서울저축은행을 통해 금융업에도 진출했다. 문제는 이 사업들이 기존 웅진의 사업과는 성격이 너무나 달랐다는 점이다.

웅진은 30대 그룹에 이름을 올렸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대부분의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며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했다. 웅진그룹은 2013년부터 기업회생절차에 돌입, 알짜 계열사들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웅진식품은 한앤컴퍼니에, 웅진케미칼은 도레이첨단소재에 각각 매각됐다. 그룹 성장의 기반이 된 코웨이마저 MBK파트너스에 넘겼다.

◇눈물의 코웨이 재매각=지난해 웅진코웨이의 재인수와 재매각도 그간 웅진의 무리한 사업 확장의 역사를 반복한 것과 다름없다.

웅진은 MBK에 코웨이를 넘기면서 5년간 ‘경업금지’에 합의했는데 이 조항이 2018년 1월 해제되자마자 웅진렌탈(웅진 렌탈사업부)을 세우고 다시 렌탈사업에 뛰어들었다. 같은해 10월 코웨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자금조달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웅진은 기존에 조달하기로 했던 1조7000억원보다 더 많은 2조원을 조달해 지난해 3월 코웨이를 다시 품에 안았다.

그러나 코웨이 인수를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한 데다 계열사 웅진에너지가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재인수 한지 3개월 여 만인 지난해 6월 말 재매각을 결정했고, 연말 넷마블에 1조7400억원에 코웨이를 넘기고 말았다. 웅진은 재인수 직후인 지난 5월 렌탈사업부를 웅진코웨이에 양도했기 때문에 그룹 렌탈사업 재가동마저 물거품이 됐다.

웅진씽크빅과 웅진코웨이를 양대 축으로 해 그룹 재건까지 꿈꿨던 웅진그룹은 사실상 웅진씽크빅 단일 기업에 의존한 구조가 됐다. 웅진에너지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고, 웅진북센 역시 매각 대상에 올라있다. 웅진플레이도시는 그룹 차원에서 매각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적은 없지만 시장에서 매물로 주시하는 회사 중 하나다. 나머지 계열사는 중소기업 수준에 불과하다.

◇‘모태’ 웅진씽크빅 중심으로 그룹 재편해야=웅진그룹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새로운 캐시카우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렌탈사업 재시동이 사실상 무산된 만큼 새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하다.

웅진코웨이 재인수와 재매각 과정을 거치며 재무건전성이 크게 흔들렸던 만큼 당장 신사업에 시동을 걸긴 어려운 것이 웅진의 현실이다. 때문에 남아있는 주력 사업들을 보다 확대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웅진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웅진씽크빅과 IT사업 등을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어 간다는 계획이다. 웅진씽크빅은 최근에 출시된 비대면 학습서비스인 ‘스마트올’, 웅진씽크빅 ‘AI수학’과 같은 AI학습 중심의 새 서비스로의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웅진 IT사업부문은 SAP와 클라우드 기반의 IT사업을 지속하며 스마트팩토리 구축, 렌탈시스템 인프라 구축 등의 영역으로 확대한다.

이를 이끌 인물로는 윤 회장의 두 아들인 윤형덕 웅진에버스카이·웅진투투럽 대표이사 전무, 윤새봄 웅진 사업운영총괄 전무가 꼽힌다. 윤형덕 대표와 윤새봄 전무는 지주사 웅진의 지분을 각각 13.88%, 13.86% 보유한 최대주주다.

다만 두 사람의 그룹 내 입지는 다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윤형덕 대표가 맡고 있는 웅진에버스카이와 웅진투투럽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산 규모가 총 1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회사다. 윤새봄 전무는 웅진코웨이 재인수 과정을 주도한 공로가 있지만 결국 무리한 자금 조달로 그룹을 흔들었다는 비판도 받는다. 윤 대표와 윤 전무 모두 다른 계열사 이사직에서는 물러나 있는 상태다.

그룹 ‘전략통’이었던 안지용 웅진코웨이 대표도 웅진그룹으로 복귀할지 미지수다. 안 대표는 2010년대 초 웅진그룹에서 그룹 포트폴리오 조정과 웅진케미칼 매각 등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웅진케미칼 매각과 함께 웅진그룹을 떠났다가 2017년 다시 돌아와 코웨이 재인수를 추진한 뒤 지난해 웅진코웨이 대표에 선임됐다. 웅진그룹이 향후 재무건전성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안 대표의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웅진그룹은 당분간 이수영 웅진 대표, 이재진 웅진씽크빅 대표 등 전문경영인들이 주축이 돼 이끌어갈 전망이다. 이들의 임기는 각각 내년 3월, 7월까지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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