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이 기자
등록 :
2020-01-03 15:40

수정 :
2020-01-03 16:50

퍼시스 2세 승계 마무리 목전…‘꼼수’ 논란은 여전

손태희 최근 지주사 사장 승진하며 경영 정점에
지주사 지분율 미미해 완전 승계까지는 아직
일룸 우회상장 후 퍼시스홀딩스와 합병 가능성↑

그래픽=뉴스웨이 박혜수 기자

손동창 퍼시스그룹 창업주의 장남 손태희 씨가 그룹 지주사 퍼시스홀딩스 사장으로 승진한 가운데 ‘꼼수 승계’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퍼시스그룹은 최근 몇 년간 지분 증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도 손 사장이 그룹 내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지배구조를 형성하며 논란이 됐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퍼시스그룹은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손태희 퍼시스홀딩스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손 사장은 1980년생으로 2010년에 입사했다. 그는 시디즈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2014년 퍼시스 등기이사 상무로 처음 임원이 됐다. 2016년 부사장 승진에 이어 이번에 3년 만에 초고속으로 지주사 사장까지 승진하며 그룹 경영의 최정점에 오르게 됐다.

퍼시스그룹은 2017년 손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사실상 손 사장의 ‘2세 경영’을 본격화 했다. 그러나 아직 손 사장이 보유한 지주사 퍼시스홀딩스 지분이 미미하기 때문에 조만간 부자간 지분 증여 등으로 승계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퍼시스그룹 지배구조는 크게 두 개로 양분된다. 하나는 ‘손동창 회장→퍼시스홀딩스→퍼시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주사인 퍼시스홀딩스의 최대주주는 80.51%를 보유한 손 명예회장이다. 퍼시스홀딩스는 최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지난해 30.77%였던 퍼시스 지분을 32.17%까지 끌어올렸다. 손 명예회장의 개인지분 16.73%와 오너일가 우호지분을 포함하면 50%를 넘어서며 든든한 지배구조를 형성했다.

또 다른 지배구조는 ‘손태희 사장→일룸→시디즈’로 이어진다. 손 사장은 일룸 지분 29.11%를 갖고 있다. 일룸은 시디즈(옛 팀스) 지분 40.5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퍼시스 등 지주사와 그룹 모태 회사는 손 명예회장이, 일룸·시디즈 등 알짜 계열사는 손 사장이 맡고 있는 구조다.

문제는 이 지배구조를 만드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손 명예회장과 손 사장간 지분 증여가 거의 없었는데도 손 사장이 핵심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퍼시스그룹은 계열사간 지분 매각, 이익 소각 등의 방법으로 그룹 핵심 계열사인 일룸에 대한 손 사장의 지분을 확대했고 부실 계열사를 알짜로 탈바꿈해 손 사장의 지배력 아래에 놨다.

손 사장을 축으로 한 지배구조 형성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일룸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손 명예회장이 보유한 일룸의 지분은 2014년 18.90%에서 2015년 0%가 됐다고 손 사장의 지분율은 같은 기간 2.07%에서 15.77%로 늘었다. 손 명예회장이 아들에게 지분을 증여한 것이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퍼시스홀딩스가 갑자기 일룸의 지분 45.84%를 이익 소각한다. 회사 전체 지분의 절반 가까이 소각되면서 손 부사장의 지분율은 29.11%로 증가했다. 손 사장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지분을 두 배 가량 늘렸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후 일룸을 시디즈의 최대주주로 만드는 작업이 이뤄졌다. 퍼시스홀딩스는 2017년 4월 보유중이던 시디즈 지분 40.58% 전부 일룸에 넘기며 손 사장은 일룸을 통해 시디즈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 당시만 해도 시디즈는 수년째 적자를 보던 계열사였으나, 퍼시스홀딩스가 2018년 초 의자 제조 및 유통부문을 시디즈에 넘기며 ‘주력 회사’로 탈바꿈 했다.

이로써 손 사장은 일룸·시디즈 등 퍼시스그룹의 주력 사업 계열사를 지분율을 확보했다. 퍼시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 회사를 손 사장이 손에 쥐게 되면서 승계 밑바탕을 만든 것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성장한 한샘·리바트 등과는 비교되는 행보로 오너가 배불리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남은 과제는 손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을 손 사장에게 넘기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선 향후 손 명예회장이 퍼시스홀딩스 지분을 증여하는 방식보다 손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룸을 우회상장 한 뒤 퍼시스홀딩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완전히 넘길 것으로 보고있다. 그렇게 되면 지분 승계로 인한 증여세 등 부담은 최소화 하고, 우회상장으로는 주식 가치를 늘려 재원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퍼시스홀딩스 승계 과정 중 부자간 직접 증여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 지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bse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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