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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등록 :
2020-01-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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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의 ‘준법경영’ 요구…이재용 한 달 만에 화답

준법감시위원회 설치…강화된 ‘상생’ 기류
12월 6일 요청 받은 후 1월 2일 호응 ‘방점’
한 달 만에 밑그림…‘작량감경’ 가능성 높이나

국정농단 사태 관련 재판부의 쇄신 요구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차원의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며 화답했다. 최종 답변 기한이 정해진 상황에서 약 한 달 만에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 사이사이마다 이 부회장은 상생을 강조하다가 이번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로 방점을 찍었다.

최근 이 부회장을 둘러싼 재판부의 이례적인 발언이 나온 것만 두 차례다. 지난해 10월 25일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가담한 횡령과 뇌물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실효적인 기업 내부 준법 감시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만 51세가 되던 해인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했는데 올해 같은 나이가 된 이재용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날 막판 5분여간 지속된 정 부장판사의 첨언에 이 부회장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네”라고 답하며 진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후 지난달 6일 3차 공판에서도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앞으로도 정치 권력자로부터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변을 다음 재판 기일 전까지 제시해달라”고 했다. 이번엔 정확한 날짜까지 못 박으면서 움직임을 독려했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이 오는 17일 예정된 상황에서 지난 2일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에 김지형 전 대법관을 내정했다. 김 전 대법관은 이날 오후 취재진에 문자를 돌려 “워낙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사안”이라며 “위원장 수락 배경을 비롯해 향후 위원회 구성과 운영 방향을 향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은 오는 9일 기자간담회를 마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 전 대법관은 삼성과 사전 교감 없이 독자적으로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런 배경과 김 전 대법관의 이력을 토대로 강도 높은 쇄신안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조계에서 김 전 대법관은 일찍이 진보 성향 인물로 분류됐다. 김 전 대법관은 2011년 퇴임 이후 2016년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장을 지냈고 2018년에는 김용균씨 사망 사고 관련 진상규명위원장을 맡았다.

특히 2018년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관련해 가족대책위원회 추천으로 조정위원장을 맡아 피해 보상 합의를 이끌었다. 재계 관계자는 “강도 높은 변화를 얘기하는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과거 삼성전자는 재판부가 지적한 것들을 받아들여 지난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하고 대관 업무 조직을 없애는 등 한 차례 변화를 단행했다.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도 삼성의 강도 높은 쇄신을 기대케 하는 요소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영상에서 “우리의 기술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면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이 부회장은 “삼성의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인 ‘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을 다 함께 실천해 가자”고 당부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회사 비전을 ‘상생 경영’으로 바꾸고 이전에 있던 매출액 목표 등 경영 지표 관련 문구는 삭제했다.

재계에서는 재판부의 요구에 이 부회장이 응답하면서 ‘작량감경’을 예측하는 시선도 나왔다. 작량감경은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없더라도 법률로 정한 형이 범죄의 구체적인 정상에 비춰 과중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법관이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국정농단과 관련해 뇌물죄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뇌물액이 70억원에 달하지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점을 양형에 참작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재판 관련해서는 저희가 섣부르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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