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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19-12-24 11:33

수정 :
2019-12-24 15:13

[한진家 남매분쟁②]조원태 vs 조현아, 지분 다툼 불가피

조 회장, ‘공동경영’ 요구 사실상 거절
조 전 부사장, 본격적인 싸움 준비할 듯
오너가 반대세력 KCGI 연대 가능성 열어둬
측근 결집 주문·직무정지가처분 등 대응책도

그래픽=박혜수 기자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첫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둘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향해 꺼내든 칼을 본격적으로 휘두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의 경영방식에 대해 ‘선대 회장의 공동 경영 유훈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 회장 측은 ‘회사 경영은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맞서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공동 경영의 유훈’ ‘가족간의 협의’ 등을 거론하며 경영 복귀 정당성을 찾고 있다. 조 회장의 독단적 경영 근거로는 공정거래위원회 동일인(총수) 지정 건을 제시했다.

한진그룹은 지난 5월 공정위에 차기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서를 기한에 맞춰 제출하지 못했다.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추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종적으로는 조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됐지만 가족간 합의라기 보다는 당시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진그룹은 조 전 부사장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입장자료를 냈다. 그룹은 “조양호 회장 작고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로 주주 및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곧 고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해 행사돼야 한다”며 “최근 그룹이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변화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이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의 경영 방식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의 공동 경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경영 참여 요구를 거절당한 만큼, 본격적인 지분싸움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조 전 회장이 소유하던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다. 오너일가 4명의 지분차가 크지 않아 분쟁 불씨는 항상 남아있다.

조 전 부사장은 당장 내년 3월로 예정된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편에 서지 않겠다며 압박할 수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 말미에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조 전 부사장 측은 한진칼 단일 최대주주인 KCGI와의 접촉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반대 세력이라도 뜻이 맞으면 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KCGI가 지분율을 17.29%로 높였고, 올 초 조 전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며 경영권을 빼앗긴 전례가 있다는 점은 조 회장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그룹 내부에서 편 가르기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 회장은 최근 단행한 임원인사로 소위 ‘조원태 라인’을 대거 승진시켰지만, 여전히 조 전 회장이나 이 고문, 조 전 부사장 측근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조 전 부사장이 측근들을 결집시켜 조 회장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시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진칼 이사회를 포섭하거나 조 회장의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남매간 세력 싸움이 장기화할 경우 이 같은 움직임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은 어떤 식으로든 지분에 상응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며 “조 회장 입장에서는 누나 뿐 아니라 외부 세력을 방어해야 한다. 남매간 분쟁의 향방은 3남매 모친인 이명희 고문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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