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투자 규제 움직임에 증권사들 ‘전전긍긍’

3년새 23조 뭉칫돈…하나금투 가장 공격적
신평사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해야” 지적
금융당국 연내 대체투자 가이드라인 마련

해외 부동산 투자를 둘러싼 잇단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공격적으로 대체투자를 늘려가는 가운데 신용평가사들은 셀다운(재판매) 차질 등 리스크를 지적하고 나섰다. 금융당국 역시 연내 대체투자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선제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잠재 리스크만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항변하고 있다. 자칫 가이드라인이 강도 높은 ‘규제안’의 성격을 띨 경우 내년 사업계획 수정도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 펀드에 투자된 금액은 지난 3일 현재 순자산 기준 53조256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2016년말 20조원 수준이던 해외 부동산 펀드 잔액은 2017년(29조9906억원), 2018년(39조6293억원)을 거쳐 매년 10조원 이상 뭉칫돈이 몰리며 몸집을 키워왔다.

해외 부동산 투자는 국내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 ‘초대형IB’ 반열에 오른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은 물론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부동산에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가장 공격적으로 해외 부동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콜리어스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하나금투의 해외 부동산 투자 금액은 3조5270억원으로 자기자본 9조원대의 미래에셋대우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하나금투는 올해 뉴욕에서 세 건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주선하는 등 단순 투자를 넘어 PF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커지는 ‘셀다운’ 차질 우려…해외 부동산 ‘막차’ 지적도=해외 부동산 투자 시장이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3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와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최근 2년간 초대형IB를 중심으로 해외대체투자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며 “아직 투자 초기단계로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하지는 않았으나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해외 대체투자는 높은 성장세에 비해 관련 정보 제공은 미흡한 수준이어서 정확한 현황 파악도 어렵다”며 “최근 수년간 급증한 해외대체투자는 환경변화에 따라 증권사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과거 대비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해외 부동산 시장이 ‘끝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신평사 고위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시장은 이미 2018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국내 증권사들은 오히려 올해 투자를 더 늘리고 있다”며 “하락세로 돌아선 시장에 막차를 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꼬집었다.

이미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지난 4월 인수한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미래에셋대우는 1조830억원에 마중가타워를 인수했고 이후 지분 투자를 통해 약 4500억원 규모 펀드로 조성해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 셀다운(재판매)할 계획을 짰다.

그러나 마중가타워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인수했다는 인식이 퍼지며 전체 셀다운 물량의 20% 정도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셀다운 목적으로 취급한 자산이 6개월 이상 매각되지 않은 경우 악성재고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판매가 늦어질수록 투자금 회수가 지연돼 미래에셋대우의 재무부담도 커질 수 있다.

◇당국, 대체투자 가이드라인 마련 움직임…업계는 ‘전전긍긍’=금융당국도 대체투자와 관련한 리스크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투자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자본시장 부문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데이터를 입수해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리스크 대시보드와 리스크관리 보고서 등을 작성해 리스크 요인을 상세히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펀드를 포함한 부동산 그림자 금융 전반에 걸친 촘촘한 대체투자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축적된 그림자금융 DB를 통한 총량 집계 ▲동향 및 위험 분석 ▲고위험 자산 및 부실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위험제어를 위한 감독방안 마련 등에 활용할 전망이다.

현재 금감원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척도인 순자본비율(NCR) 기준을 100%를 넘도록 하고 있고 레버리지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은 1100% 이내로 규제하고 있다. 또 증권사가 대체 투자에 활용하는 부동산펀드 위험가중치를 기존 24%에서 60%로 상향하며 건전성 규제를 높이는 추세다.

반면 해외 부동산 투자를 늘리던 증권업계에선 볼멘 소리가 나온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해외 부동산 시장은 좋은 대안이 됐고, 실제로 해외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잠재적인 리스크를 이유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셀다운과 관련해 미매각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실제로 대규모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규제해야한다고 봐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지은 기자 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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