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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아시아나항공 구주 헐값 요구에···시장 “약점잡고 거저먹으려 해”

정몽규, 아시아나항공 구주 헐값 요구에···시장 “약점잡고 거저먹으려 해”

등록 2019.12.04 12:34

이세정

  기자

12일 주식매매계약 체결 앞두고 진통HDC현산, 구주 3200억 제시···시세보다 현저히 낮아금호, 매각의지 강해···경영권 프리미엄 최소화 원칙“시장 예상가 7000억원보다 낮은 4000억원만 달라”싸게팔면 배임 논란 휩싸일수도···고민 깊어진 박삼구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연내 매각을 목표로 속도감 있게 추진되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이 난항을 겪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구주 가격을 시장 예상가보다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HDC현산 측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다급한 사정을 이용해 헐값에 매입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4일 재계와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HDC현산 컨소는 오는 6일까지 계약서 조건 협상을 마친 뒤, 12일 매각 마지막 단계인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로 잠정합의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큰 틀에서 협상안 윤곽이 나와야 하지만, 구주 가격을 놓고 양쪽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HDC현산 컨소는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31.05%(6868만8063주)를 3200억원에 사겠다고 제시했다. 본입찰에서 써낸 인수대금 2조5000억원 중 2조1000억원 이상을 신주 발행에 사용해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정상화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금호산업이 원매자에 보유 구주를 넘겨주고, 원매자가 유상증자로 발행한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날 기준 아시아나항공 종가는 5120원으로, 금호산업 보유 지분 가치는 약 3572억원이다.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6개 자회사를 통째 매각하고 아시아나항공이 2대 국적사인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도 붙는다.

하지만 HDC현산 컨소가 제시한 금액을 주가로 환산하면 주당 4660원에 불과하다. 매각 이슈가 불거지기 전인 1월 2일~4월 12일 아시아나항공 종가 평균 4128원으로 볼 때 HDC현산 컨소가 인정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13%다. 통상 인정되는 프리미엄이 20~30%인데, 이를 크게 밑돈다.

시장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최소 4000억원 이상의 구주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프리미엄을 배제한다고 가정하면 주당 가격은 5830원이다. 프리미엄 20%과 30%를 계산하면 주당 가격은 각각 4800원, 4450원 수준으로 현 시세나 액면가 5000원보다 낮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이후 연내 성사를 목표로 전사 차원의 역량을 집중해 왔다. 매각 공고 이후 예비입찰과 본입찰, 우협 선정 등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더욱이 매각대금은 그룹 재건 비용으로 쓰이게 된다. 금호산업은 유입된 자금으로 각종 차입을 상환하고, 신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빠지면 재계 60위권 밖의 중견기업으로 밀려나게 된다.

일각에서는 HDC현산 컨소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에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내 매각이 불발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도권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 넘어가는 만큼, 싼 가격을 요구해도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압박 카드로 쓰고 있다는 얘기다.

HDC현산 컨소가 금호산업으로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도 이 같은 주장에 무게를 더한다.

시장 한 관계자는 “HDC현산 컨소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다급한 사정을 이용해 딜을 성사시키려 하고 있다. 한마디로 약점을 잡고 거저먹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은 HDC현산 컨소가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일 수 없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주를 넘길 경우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있기 때문.

이 때문에 박 전 회장이 HDC현산 컨소와의 협상 과정에서 금호리조트 등 일부 자회사는 인수 대상에서 빼자고 제안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알짜 부동산을 보유한 금호리조트를 추후 매각해 현금을 확보, 낮은 구주 가격을 상쇄시키려 한다는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예상한 구주 매각가격이 7000억원인데, 이보다 낮은 4000억원을 요구한 것은 무조건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며 “다만 HDC현산 측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리조트 등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시켜달라고 제안한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며 “아직 기한이 남은 만큼, 협상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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