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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한마디에 “팔지마”…무해지보험 고사 위기

금융당국, 상품설계 제한 검토
국정감사 지적에 뒤늦게 조치
팔 때는 방치하다가 책임 추궁
즉시연금·암보험 감독행태 반복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상품 신계약 현황. 그래픽=장기영 기자

정치권발(發) 불완전판매 논란에 잘 나가던 무·저해지환급형(이하 무·저해지) 보험상품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논란에 휩싸였던 즉시연금이나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과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은 애초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할 때는 사실상 방치하다가 뒤늦게 칼을 뽑아들었다. 매번 정치권이나 언론을 통해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소비자 보호를 앞세워 보험업계에 책임을 돌리는 ‘뒷북감독’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사의 무·저해지 보험상품 설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저해지 보험상품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보험료 납입기간 중 계약을 해지하면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생명보험사는 2015년 7월부터, 손해보험사는 2016년 7월부터 상품을 판매해왔다.

앞서 금융당국은 무·저해지 보험상품 가입 시 주의를 요구하는 소비자경보(2019-1호)를 발령했다. 내년 4월로 예정됐던 ‘무·저해지 보험상품 안내 강화 방안’ 시행 시기도 올해 12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상품 판매가 급증한 보험사나 법인보험대리점(GA)에 대해서는 부문검사를 실시하겠다며 엄중 경고한 상태다.

이는 보험사에 무·저해지 보험상품 신상품은 물론 기존 상품도 더 이상 판매하지 말라는 얘기다.

정치권에서 무·저해지 보험상품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제2의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자 뒤늦게 쏟아낸 조치다.

금융당국의 무관심 속에 사실상 방치돼 온 무·저해지 보험상품이 출시된 지 4년 넘게 지난 시점이다.

무해지환급형 보험상품을 적금처럼 판매한 사례. 자료=금융감독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지난 21일 금융당국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일부 보험사의 무해지 종신보험 판매 행태는 은행권의 해외금리 연계 DLF 판매와 유사하다”며 “제2의 DLF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불완전판매 유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상품구조 개선 등 선제적 대응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무·저해지 보험상품 판매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험사와 GA가 은행의 정기적금보다 유리하다고 안내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무·저해지 보험상품 신계약 건수는 2016년 32만1000건에서 2018년 176만4000건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1분기(1~3월) 신계약 건수는 108만건으로 연말까지 지난해 신계약 건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실제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무·저해지 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 적금이나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소개하고 저렴한 보험료만 강조한 채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다는 사실은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유 의원의 지적 이후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그때서야 무·저해지 보험상품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전까지 금융당국이 공식적으로 무·저해지 보험상품 가입의 부작용을 지적한 것은 지난 6월 금감원이 보도자료로 배포한 ‘금융꿀팁’이 사실상 전부였다.

불완전판매 행위가 아니라 상품 구조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부각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무·저해지 보험상품은 보험료를 덜 내는 대신 해지환급금을 안 받거나 덜 받을지 소비자가 선택하는 상품이다. 비싼 보험료 때문에 필요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장점도 크다.

실질적인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상품의 내용을 허위로 설명하거나 설명해야 할 내용을 설명하지 않는 데 있다.

생명보험사 만기환급형 과소 지급 사태 일지 및 미지급액. 그래픽=뉴스웨이 DB

문제가 불거져 논란에 휩싸인 후에야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보험사들을 압박하는 금융당국의 행태는 수차례 반복돼 왔다.

지난해 확산된 논란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즉시연금 과소 지급,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일부 생명보험사는 지난해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해 덜 지급한 연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고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또 요양병원 입원은 암의 직접치료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들이 분쟁조정 절차를 밟았다.

두 사례 모두 불명확한 보험약관이 문제가 됐지만 금융당국은 상품, 약관에 대한 신고와 승인 이후 판매에 이르기까지 금융당국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가 나오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책임 추궁이 이어지자 ‘보험사의 잘못이니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같은 결론을 내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저해지 보험상품 불완전판매가 문제가 되자 뒤늦게 나서는 금융당국의 모습은 즉시연금,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며 “상품 판매 과정에서 보험사에게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여론에 따라 금융감독 방식과 수위가 달라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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