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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등록 :
2019-10-29 15:32

[배철현의 테마 에세이]승화(昇華) ⑰존경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국민 한명 한명이 선진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애벌레가 고치 안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낸 후에 나비가 되듯이, 인간은 과거의 자신을 직시하고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마련한 고치에서 변신을 시도해야한다. 그 변신은 정신적이며 영적인 개벽이다. 필자는 그 개벽을 ‘승화’라고 부르고 싶다. ‘더 나은 자신’을 모색하는 열일곱 번 째 글의 주제는 ‘존경’이다


존경(尊敬) ; 내가 나만을 위할 때 나는 무엇인가

 
자신을 존경尊敬하는 사람이 남도 존경한다. 자신에게 사랑을 연습한 사람이 남도 사랑할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한 존경을 타인을 위한 존경으로 하나로 융합하기 때문이다. 내가 오늘 마주치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나를 존경하지 않고, 그 상대방에 매료되어, 그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지 않고,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을 위해 예의를 갖춘다면, 그것은 존경이 아니라 아첨이며 뇌물이다. 자신이 만나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평가할지 못하고, 그에 알맞은 대접을 베풀 치 못하다면, 그것은 불경이며 어리석음이다.

누가 타인을 존경할 수 있는가? 누가 그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그를 위해 진실한 말을 던질 수 있을까? 만일 어떤 사람이 상대방을 존경하고 아낀다면, 그에게 언제나 주저하지 않고 정직한 말을 건 낼 것이다. 그 상대방을 하찮게 여긴다면, 그를 혼동에 빠뜨리기 위해 아첨을 하거나 근거도 없이 나무랄 것이다. 인간이 다른 사람을 존경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자신을 대상으로 존경을 연습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오감을 만족하면 행복한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오감을 뛰어넘는, 중요한 가치를 삶의 기둥으로 삼고, 그 가치를 실행할 때, 굳건하게 행복할 수 있다. 나의 환경이나 남들의 평가가 나의 행복을 결정한다면, 나는 약간의 바람에도 흔들이는 공중에 떠 있는 풍선과 같다. 일생을 이리 저리 남들이 부는 바람에 장단을 맞추어 춤을 추다가, 시간이 되면 인생이란 무대에서 내려올 것이다.

존경이란 상대방이 지닌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의 가치로 수용하려는 마음의 표시다. 내가 상대방이 가진 가치를 내 삶으로 수용할 수 없을 때 허무하고 절망적이다. 존경이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추구하고 있는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그 가치는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누구에게나 언제나 친절하다면, 나는 그을 존경한다. 대상과 환경에 상관없이 ‘친절’이라는 가치를 자신의 삶의 문법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도움이 필요한 자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려한다면, 그는 최고의 부자다. 부자는 많은 재산을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궁핍한 사람에게 기꺼이 주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을 통해 ‘관용’이라는 가치를 배운다.

유대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한 랍비가 그 해답을 제시한다. 그의 이름은 힐렐이다. 힐렐은 기원전 110년 파르티아 제국 점령 당시에 있는 바빌론에서 태어나 기원후 10년 예루살렘에서 사망하였다. 힐렐은 유대교의 예수나 바울과 같은 인물로 랍비 중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다. 유대인들은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등장으로 자신들의 모국어인 히브리어와 아람어를 잊어버릴 뿐만 아니라, 유대 정체성도 화려한 헬레니즘의 소용돌이 속에 사라질 위기에 봉착하였다. 유대인들은 기록으로 된 히브리 성서뿐만 아니라 랍비들의 구전을 통해 전해 내려온 전설들을 모아 편집하기 시작하였다. 구전으로 전해 내려온 성서해석집을 <미쉬나>Mishnah라고 부른다. 미쉬나는 전통적인 히브리어와 아람어로 기록되었다. 힐렐은 <미쉬나>와 <탈무드>가 책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할 무렵에 등장한 랍비들의 스승이다.

힐렐은 자신의 존엄성과 위엄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모든 유대인들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주장한다. 자신을 존엄한 존재로 여기지 않고 아무렇게나 대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존엄한 존재로 여기지 않고 상대방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힐렐은 <미쉬나>에 실린 <선조들의 어록>이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나를 위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위한단 말이냐?
내가 나만을 위할 때, 나는 무엇인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란 말인가?”​
<선조들의 어록> I.14


‘내가 나를 위하지 않는다면’이라는 문장은 인간관계의 핵심은 자신에서 출발해야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자신에게 올 이익을 통해 자신의 최선을 경주한다. 그 이익은 상대방의 이익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자신의 최선을 유발시키려는 물질적이며 정신적인 자극이다. 그 이익은 나와 나를 둘러싼 가족, 더 나아가 이웃과 심지어는 불면식의 타인에게 전파되는 기반이 될 것이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와 같이 이념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이런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다. 그들은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인간이 지닌 기본적인 성향을 폄하한다. 20세기 초에 등장한 구소련의 공산주의와 중국의 마오 운동은 ‘가정’을 부르주아와 이기심의 본산지로 공격하였다. 그들은 인간의 원초적인 가족 간의 사랑과 신뢰를 단절시킬 때 성공한다. 최악의 독재국가는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가다. 명분이란 이름으로 가족과 가족을 분열시키고 친구와 친구를 이간질 시켜, ‘당’이란 허상에 충성하라고 요구한다.

만일 내가 나만을 위한다면, 그것은 이기심이며 반사회적인 행위다. 그러나 힐렐은 인간이 자신만을 위한 이익을 추구한다면, 그는 쓸모없는 인간이 될 것이라고 반문하는 문장이다. ‘내가 나만을 위할 때, 나는 무엇인가?’ 힐렐은 인간에게 사용하는 히브리어 의문대명사 ‘미’를 사용하지 않고 물건에 사용하는 의문대명사 ‘마’를 사용하였다. 인간이 자신을 깊이 존경해야, 그 존경의 지름을 가족, 공동체, 도시 그리고 국가로 확장할 수 있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란 말인가?’라는 질문 인간에게 주어진 유일한 시간은 ‘지금’이란 사실을 강조한다. 과거라는 시간을 사라졌고 미래는 오지 않았기 때문에 염려의 대상이 아니다. 시간은 소중하지 않다. 그것은 허상이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야할 것은 시간이 아니라, 시간 안에서 그 시간의 소중함을 알리는 ‘지금 이 순간’뿐이다. 우리가 과거와 미래에 집중하다 보면, ‘지금’을 잃는다. 과거는 사라져버린 ‘지금’이며 미래는 ‘앞으로 다가올 지금’이기 때문이다. 내 삶의 유일한 집중의 대상은 ‘지금’뿐이다.

‘존경’이란 의미의 영어단어 ‘리스펙트’respect는 ‘다시re 깊이 본다spect’라는 의미다. 나는 두 눈으로 쾌락을 자극하는 어떤 것을 보느냐? 아니면, 내 자신을 다시 깊이 보고 존경하는가? 나는 아직 오지도 않는 미래를 걱정하는가? 아니면 지금에 몰입하는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란 말인가?’

<배낭을 멘사람>미국 풍경작가 윌슬로 호머(1836–1910) 유화, 1873, 57.2 × 74.9 cm 뉴욕 카퍼 휴잇 스미소니언 디자인 박물관


<필자 소개>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를 전공하였다. 인류최초로 제국을 건설한 페르시아 다리우스대왕은 이란 비시툰 산 절벽에 삼중 쐐기문자 비문을 남겼다. 이 비문에 관한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인류가 남긴 최선인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며 다음과 같은 책을 썼다. <신의 위대한 질문>과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성서와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성서는 인류의 찬란한 경전이자 고전으로, 공감과 연민을 찬양하고 있다. 종교는 교리를 믿느냐가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연민하려는 생활방식이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빅히스토리 견지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추적하였다. 이 책은 빅뱅에서 기원전 8500년, 농업의 발견 전까지를 다루었고, 인간생존의 핵심은 약육강식, 적자생존, 혹은 기술과학 혁명이 아니라 '이타심'이라고 정의했다. <심연>과 <수련>은 위대한 개인에 관한 책이다. 7년 전에 산과 강이 있는 시골로 이사하여 묵상, 조깅, 경전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블로그와 페북에 ‘매일묵상’ 글을 지난 1월부터 매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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