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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20-01-14 10:29

수정 :
2020-01-15 09:57

[지배구조 4.0|금호]박세창 경영승계, 항공 매각 완료 후 본격화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으로 HDC현산 낙점
박삼구 퇴진으로 속도 붙던 승계작업 멈춰
매각전 진두지휘, 그룹내 입지 확대…거취 미정
동생과 분쟁 없을듯…경영 안정 후 지분이양 관측

한때 재계 7위로 ‘10대그룹’ 위상을 뽐내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중견기업으로 밀려났다. 발단은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회계 감사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월 외부감사보고서에서 ‘한정’ 의견을 받아 주식거래가 일시정지되는 등 논란을 빚었다.

박삼구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3월 말 경영 퇴진을 선언했다. 곧이어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3세경영에 탄력이 붙는 듯 했지만, 갑작스럽게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되면서 승계작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옛 금호홀딩스)→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의 지배구조를 그리고 있다. 이번 매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 총 6개 계열사가 통째로 빠져나간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는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다. 금호산업은 원매자에게 보유 지분 6868만8063주(31.05%)를 처분하고, 원매자는 추가로 제3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해야 한다.

금호산업은 11월12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HDC현산 컨소시엄은 매각 대금으로 2조5000억원 가량을 써냈다. 본협상 과정에서 구주 매각가와 특별손해배상한도 등을 두고 양측간 줄다리기가 이어졌지만, 당초 계획한 연내 매각은 성사됐다.

구주 매각대금은 3228억원으로 확정했다. 지난달 27일 SPA 체결 직후 금호그룹은 10%에 해당하는 323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오는 4월30일 최종 잔금 납부와 신주 취득이 완료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완전히 HDC현산으로 귀속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으로 단순화된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항공사업이 빠지면서 매출규모는 10조원대에서 3조원대로 축소된다. 재계 순위는 현재 25위권에서 60위권 밖 중견기업으로 밀려나게 된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기준(10조원)과 공시대상 기업집단 기준(5조원)에서도 빠지게 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박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박 사장으로의 경영승계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수면 위로 부상하기 전이어서, 박 사장이 아시아나항공으로 적을 옮겨 경영수업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경영승계와 관련된 모든 작업을 전면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박 사장 체제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박 사장은 아버지를 대신해 매각전을 진두지휘했다. 그룹 역시 박 전 회장을 대신할 회장직을 비워둔 채 박 사장의 최고 결정권자 지위에 힘을 보탰다.

오너가 및 특수관계인은 이달 13일 기준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금호고속 지분 72.3%를 보유, 강력한 지배력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오너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율은 박 전 회장 31.9%, 박 사장 21.0%, 박 전 회장 부인 이경열씨 3.2%,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 1.7% 등이다. 금호고속은 금호산업 지분 45.30%을 가지고 있다.

박 사장은 매각 절차가 완전히 끝난 이후부터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아시아나IDT 역시 매각 대상인 만큼, 적을 옮겨야 한다.

재계에서는 박 사장 거취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금호고속이나 금호산업으로 이동하거나 그룹 내 요직을 맡을 수 있다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룹 대표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기존에는 박 사장의 능력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표직 수행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사세가 크게 축소되면서 경영부담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한 뒤 그룹 전략경영본부를 거쳐 금호타이어 부사장, 그룹 전략경영실 사장 등을 지냈다. 이후 아시아나IDT 대표를 맡아 그룹 IT사업을 전담해 왔다. 아시아나IDT의 성공적인 상장을 이끌었다는 성과는 있지만, 향후 그룹 주력이 될 건설 사업과 고속버스 사업의 전문성이 떨어진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희박하다. 동생인 박세진 상무는 2018 7월 금호리조트 경영관리담당 임원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경영참여 경력이 약 1년여에 불과하고,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 승계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된 이후부터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분상속 시기는 예단하기 힘들다. 아시아나항공 통매각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그룹사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될 예정이다. 계열사 정리 및 유동성 확보 작업이 종료되고, 그룹 경영이 안정화 궤도에 오르면 본격적인 상속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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