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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서 기자
등록 :
2019-10-25 10:27

[NW리포트]금융그룹 계열사 CEO 전문성 중시…입지 좁아진 부행장들

조용병 “부행장, 증권·보험 생각마라”
현업 정통한 ‘전문가’가 경영 맡아야
KB·하나·농협도 ‘외부 증권맨’ 강세
“성과, 분위기 개선 긍정적” 평가엔
“회장 후계자 양성에 제동” 반론도

그래픽=박혜수 기자

시중은행 부행장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 과거에는 증권이나 보험사 등 계열사 대표로 잠시 이동했다가 은행장으로 돌아오거나 지주 회장 후보로까지 이름을 올리곤 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그런 사례가 부쩍 줄었다. 금융그룹이 은행 인사보다 외부 전문가 출신 CEO를 선호하는 트렌드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임원에게 부행장은 신한금융투자나 보험사로 이동시키지 않겠다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본시장과 보험업계는 현업에 정통한 인물을 CEO로 세워야 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랜 기간 그룹 내 자리 잡은 ‘순혈주의’에서 벗어나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은 지난해말 그룹 인사에서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대표를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웠는데 앞으로도 이들 기업엔 당분간 이 같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의 움직임이 미칠 영향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리딩뱅크’가 변화를 천명한 만큼 다른 금융그룹도 비슷한 행보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즉, 부행장을 중용하기보다 외부 인재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와 보험사를 둔 4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봤을 때 현재 신한은행은 3명, KB국민은행 4명, KEB하나은행 8명, NH농협은행은 11명의 부행장을 각각 두고 있다. 대부분 연말 임기가 만료돼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그동안 금융그룹 내 증권과 보험사 CEO는 은행 임원이 맡는 게 일종의 관례였다. 그룹의 근간이자 자산 비중이 가장 큰 은행 중심의 기업 문화에 기인한다. 그리고 CEO로 발탁된 이들은 경영수업의 일환으로 2~3년간 계열사를 운영하다 행장과 지주 회장 후보군으로서 관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엔 부정적인 인식도 상당했다. 은행과 증권, 보험업의 특성이 각기 다른데 전문성이 부족한 인물이 경영하다보니 업무 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영업행태로 행태를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은행에 임원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계열사 직원의 사기저하도 문제로 지목됐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이렇다보니 여러 금융그룹에 걸쳐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과 보험 계열사에서 만큼은 은행 출신이 아닌 현업의 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기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일례로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의 경우 1989년 동양증권에 입사한 이후 30년간 한 업권에 머물러온 ‘증권맨’이다.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 역시 행정고시를 패스한 전직 관료이기는 하나 금융당국에서 보험관련 부서에 몸담았고 보험개발원장도 역임해 업계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알리안츠생명 사장과 ACE 생명 대표를 거친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도 마찬가지다.

김성현 KB투자증권 대표와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도 외부 인사이면서 사장까지 승진한 케이스로 꼽힌다. 김성현 대표는 대신증권을 통해 증권업에 발을 들였고 이진국 대표는 경쟁사인 신한금융투자에서 부사장까지 올랐던 터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영채 사장도 대우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농협금융에서는 보기 드문 비(非)농협 출신 CEO다.

이에 따라 외부에서는 연말 인사를 앞둔 각 금융그룹의 선택과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계열사 CEO에 외부인사들이 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지주 회장 후계자 양성’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지주 회장은 은행뿐 아니라 증권, 보험 등 분야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지녀야 하는데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 기회를 잃을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앞서 금융당국도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하면서 비슷한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 보험업의 구조가 다른 만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CEO를 맡을 필요가 있다”면서도 “금융그룹마다 처한 상황이나 철학이 다를 수 있으니 트렌드를 무조건 따르기보다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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