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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SK이노, 이번엔 ‘합의특허’ 충돌…도대체 누구말이 맞나?

SK이노, “부제소 합의파기” 주장 손배소
LG화학, “합의효력 없는 별개특허” 반박
업계선 해석차 존재…법리적 판단 불가피

그래픽=박혜수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갈등이 전기차 배터리 기술침해에서 특허 부제소 합의파기 논란으로 확전되고 있다. LG화학은 “소송을 낸 특허는 과거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별개특허”라고 주장한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특허 내용과 발명자가 동일한 만큼, 합의파기가 맞다”고 반박하고 있다.

23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SK이노베이션과 미국 배터리사업 법인인 SKBA이고, 피고는 LG화학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BA는 합의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액으로 5억원씩, 총 10억원을 LG화학에 청구했다. 소 취하 청구 판결 후 10일 이내에 LG화학이 미국 소송을 취하하지 않는 경우, 취하 완료까지 지연손해금 명목으로 두 원고에 매일 50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는 내용도 담았다.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이번 소송은 앞서 LG화학이 지난달 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낸 핵심특허 침해 소송에서 비롯됐다. LG화학은 경쟁사가 총 5건의 미국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부당한 소송이라는 입장이다. LG화학이 제기한 특허 중에는 2011년 LiBS 분리막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해 ‘추가로 국내외 부제소’하기로 합의한 특허가 포함됐다는 것. 소 취하를 청구한 특허는 과거 분쟁 대상이던 국내특허에 해당하는 미국특허(US517)와 후속특허(US241, US152) 2건 총 3건이다. LG화학이 제출한 소장에 명시된 미국특허 US517는 한국특허 KR310과 일치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대상 특허로 국내·국외 쟁송하지 않겠다 ▲10년간 유효하다 등의 내용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국내특허와 미국특허를 비교하면 번역 내용이 동일하고, 발명자도 같은 사람”이라며 “미국특허는 국내특허의 패밀리 특허이어서 사실상 과거 합의를 깬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밀리 특허는 특허가 여러나라에 등록된 경우를 뜻한다.

이 관계자는 “LG화학이 미국 ITC에 제출한 소장에도 US517 특허를 KR310의 패밀리특허라고 명시된 점은 사실상 2개의 특허가 동일하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LG화학은 국내특허와 미국특허는 별개로 봐야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과거 합의한 특허는 ‘한국특허 등록 제775310(KR310)’에 한정된 것이고, 합의서 어디에도 ‘한국특허 등록 제775310에 대응하는 해외특허까지 포함한다’는 문구가 없다는 주장이다.

국내특허와 미국특허의 등록국가가 다르고, 권리범위에도 차이가 있는 별개의 특허이기 때문에 소송 제기에 문제가 없다는 것. 특히 합의서 상 ‘국외에서’라는 문구는 한국특허에 대해 ‘외국에서 청구 또는 쟁송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LG화학 관계자는 “과거 SK이노베이션은 합의대상에 해외특허를 포함한 세라믹 코팅 분리막 기술과 관련된 모든 특허를 포괄적으로 담으려 했지만, LG화학이 한국특허의 특정 특허번호로 한정한 바 있다”면서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내부 문건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점에서 한국특허보다 권리범위가 넓은 미국이나 유럽 등의 특허까지 포함시켜 합의할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 “과거 합의 효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ITC 제소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배터리업계의 의견도 분분하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과거 합의한 내용을 두고 해석 차이를 보이는 만큼, 법리적 판단으로 판가름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 주장을 쉽게 표현하자면 한국에서는 가수 유승준, 미국에서는 스티브 유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국내와 미국에서의 이름은 다르지만, 본질은 똑같은 사람이지 않나”고 지적했다.

이와 반대로 또다른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배포한 자료를 보면 오역한 부분이 눈에 띄는데 그만큼 조급하다는 것”이라며 ITC의 포렌식 명령에 당황해 기존 합의를 파기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은 올해 4월 발발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인력 빼가기로 영업비밀을 탈취했다며 ITC에 소송을 낸 바 있다. 5월에는 서울지방경찰청에 SK이노베이션과 인사담당 직원 등을 고발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6월 국내에서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맞대응했다. 또 지난달 초 LG화학과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를 납품받는 LG전자까지 ITC에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추가 제소하며 장기전을 시사했다. SK이노베이션도 최소 10억원 규모의 손배소를 통해 초강력 대응으로 맞서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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