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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19-10-21 10:59

수정 :
2019-10-21 17:11

금호아시아나,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 ‘촉각’

유증 최소 8000억…당초 기대보다 하락 전망
업황둔화·운항중단 등 악재도 구주가치 낮춰
매각대금으로 계열사 재건·신사업 추진 계획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재기 발판을 마련하려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획이 틀어지고 있다. 채권단이 신주 발행 금액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업황 둔화 등이 맞물리면서 구주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21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지난 17일 아시아나항공 숏리스트(적격예비인수후보)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KCGI(강성부 펀드)-뱅커스트릿 컨소시엄 등을 대상으로 본입찰 안내서를 발송했다. 안내서에 따르면 본입찰 마감일은 다음달 7일이다. 또 신주 유상증자 발행을 위한 최소 금액으로 8000억원을 제시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동시에 진행된다. 인수후보자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31.0%(6868만8063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신주를 모두 사들여야 한다.

예비입찰 당시만 해도 신주와 관련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본입찰 과정에서 신주와 관련된 조건이 새로 붙은 만큼, 구주 가격보다는 유상증자 금액으로 매각전 향방이 갈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안내서를 발송한 것은 금호산업과 CS증권이지만,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주 발행액으로 미뤄볼 때,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자금을 사실상 회수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채권단은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에 영구채(하이브리드 전환사채) 5000억원, 보증한도(스탠바이론) 3000억원 총 8000억원을 제공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빌려준 돈이지만, 실상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관여할 수 있는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18일 종가(5300원) 기준 매각 대상 구주 가격은 3640억원이다. 여기에 신주 최소 금액 8000억원과 경영권 프리미엄 최대 30%를 고려하면 인수후보는 최소 1조5000억원의 현금을 내놔야 한다. 국내 2위 대형항공사라는 점을 앞세워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구주를 되도록 비싼 가격에 처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채권단이 신주 발행으로 가급적 많은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한 만큼, 구주 매각가는 당초 기대치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시장 안팎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이 경영 실패로 지목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구주를 매입하기엔 부담이 따른다는 시각이다. 때문에 인수후보들이 구주 가격을 최대한 낮게 제시하는 반면, 신주 발행에 투입될 자금은 높게 적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항공업 악화는 구주가치를 더욱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에만 117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부채규모는 10조원에 육박한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3분기 경영환경도 녹록치 않다. 영업이익은 300억원대로 간신히 흑자를 내지만, 전년 대비 7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가지 경영악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3월 이전에 인천~미국 샌프란시스코 노선 운영을 45일간 중단해야 하는데, 100억원 이상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기내식 제공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와는 137억원 상당의 기내식 대금 지급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고, 이달 18일에는 인천발 로스앤젤레스(LA)행 A380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안전논란이 불거졌다.

그렇다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연내 매각 방침을 철회하고, 구주를 높게 쳐주는 후보를 찾아나설 수도 없다. 채권단은 ‘매각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임의의 조건으로 매도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했다. 산은 주도의 매각이 진행된다면, 구주는 주가를 훨씬 밑도는 수준으로 처분될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으로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재건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룹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던 항공사업이 빠지면서 위축된 사세를 다시 키우기 위해 신규 사업 추진도 검토 대상이다. 하지만 이들이 쥘 수 있는 현금이 줄어들수록 계열사 재무안정은 물론, 신사업 진출 여부가 불투명해 질 수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들이 구주 매각에 최소한의 비용을 적어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대규모 자금이 지속 투입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주를 비싸게 사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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