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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19-11-14 07:35

수정 :
2019-11-14 10:52

[지배구조 4.0|두산]박정원 체제 완성…‘계열분리’ 가능성 열어둬

박용곤 명예회장 장남…명실상부 ‘총수’
㈜두산 최대주주…사촌들과 지분차 커져
화학·전자부문 인적분할로 사업구조 개편
120년 형제경영 전통 깨고 계열분리 관측

두산그룹은 ‘경영 4세’ 박정원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박정원 회장은 선친인 고(故) 박용곤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 최대주주로 올라선 데 이어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그룹 총수가 됐다.

사업구조 재편도 탄력을 받았다. 지주사 ㈜두산의 인적분할을 결정하면서 기존 중공업, 건설, 기계로 구분되던 사업부문에 전자와 화학이 추가됐다. 재계에서는 박정원 회장이 1896년 창립 이래 120년 넘게 이어온 형제경영 전통을 깨고, 계열분리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창업주 고(故) 박승직 초대 회장의 증손자이자 박용곤 명예회장 장남인 박정원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른 것은 지난 2016년 3월이다. 박용곤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고 박용오(차남)-박용성(삼남)-박용현(사남)-박용만(오남) 총 4명의 작은 아버지들이 차례로 그룹 회장직을 맡았다.Google 광고 영역

‘용’자 돌림에서 ‘원’자 돌림으로 경영승계가 이뤄졌지만, 온전한 힘의 집중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박정원 회장 취임 후 2년이 지나도록 박용곤 명예회장을 동일인(총수)로 지정했다.

‘박정원 체제’는 박용곤 명예회장이 별세한 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공정위는 올해 5월 두산 동일인을 박정원 회장으로 변경했고, 그는 취임 4년차 만에 명실상부한 총수로 자리매김했다.

동시에 선친 지분 상속이 이뤄지면서 박정원 회장이 지분 7.41%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난 7월에는 ㈜두산 최대주주가 박용곤 외 36명에서 박정원 외 35명으로 변경됐다. 박용곤 명예회장이 보유한 ㈜두산 지분은 박정원·혜원·지원 3남매가 각각 50:33:17의 비율로 나눠가졌다.

지분 상승폭은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박정원 회장과 두 동생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주식을 처분했기 때문. 박정원 회장은 13만170주를 처분단가 9만3000원에 매도하면서 121억원 가량을 확보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과 박혜원 두산매거진 부회장은 각각 80억원, 4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박정원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박용성 전 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과 차남 박석원 두산정보통신BU 부사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장남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과 차남 박형원 두산밥캣 부사장, 삼남 박인원 두산중공업 부사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장남 박서원 두산 전무,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이 보유한 ㈜두산 지분을 적게는 4만주, 많게는 10만주씩 처분한 영향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박용곤 명예회장 상속과 무관한 사촌형제들이 지분을 대량 매도한 것을 두고 박정원 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한다. 다른 의미에서는 사촌간 형제경영 전통을 끊기 위한 포석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두산그룹이 추진하는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향후 계열분리 가능성을 높이는 만큼, 형제승계에서 장자승계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1일 ㈜두산을 연료전지와 소재 사업으로의 인적분할을 마무리 지었다. 연료전지사업부문은 두산퓨얼셀, 소재사업부문은 두산솔루스로 명명됐다. 존속법인은 기존 사업을 그대로 영위하는데 신성장동력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만약 물적분할을 추진했다면 신설법인 2곳은 ㈜두산의 100% 자회사가 됐다. 하지만 인적분할을 선택하면서 향후 계열분리가 가능해졌다. 기존 주력사업인 중공업과 건설, 기계는 부문별로 떼어내기 힘들다.

형제경영이 이어진다면 차기 회장으로는 박진원 부회장이 유력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두산메카텍과 이번에 신설된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이 깊은 사업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 하지만 박진원 부회장이 맡는 두산메카텍 규모가 크지 않아 그룹 전반을 이끄는 것에 대해 충분한 동의를 얻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건정성이 바닥으로 치닫는 등 불안정한 경영환경 속에서 그룹을 쪼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때문에 당분간 유동성 부담 완화와 수익구조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추는데 집중할 것이란 얘기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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