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지난 2011년 신세계로부터 대형마트 부문을 인적분할해 이마트를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가동됐다. 현재의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두 개의 일반사업지주사 성격을 갖고 주요 계열사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로 돼있다.
이후 최근까지 신세계그룹 오너가는 각자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면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 남매의 분리경영 체제를 구축, 강화해왔다.
2016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각자 보유 중이던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 하며 사실상 남매 분리경영을 선언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신세계 지분 72만203주를 정 총괄사장에게, 정 총괄사장은 이마트 지분 70만1203주를 정 부회장에게 각각 넘겼다. 이 지분 맞교환으로 정 부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과 정 총괄사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은 0이 됐다.
이후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도 빠르게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이 스타필드 등의 복합쇼핑몰(신세계프라퍼티)과 식품(신세계푸드) 사업을,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백화점과 면세점, 패션사업(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을 맡는 구조가 확립됐다.
우선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던 프리미엄마켓(SSG 푸드마켓 청담·목동·마린시티)과 스타슈퍼 도곡점 등 4곳을 1297억원에 신세계에서 이마트로 양도했다. 이어 신세계가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프라퍼티 지분 10% 역시 이마트에 넘기면서 이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다.
지난해 4월 정 총괄사장은 부친인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150만주(21.01%)를 증여 받았으며, 그해 7월 정 명예회장과 정 부회장으로부터 각각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0.68%와 0.11%를 넘겨받는 등 패션사업 지배력을 확대했다. 같은 시기 이마트는 이 회장과 정 명예회장, 정 부회장이 보유한 신세계건설, 신세계I&C, 신세계푸드, 신세계조선호텔 등 그룹 계열사 지분을 사들였다. 이로써 사실상 두 남매간 계열사 교통정리가 끝났다.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는 모두 이 회장으로, 각각 18.22%씩 보유 중이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와 광주신세계 지분을 각각 10.33%, 52.08%씩 보유 중이며,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각각 9.83%, 19.34% 들고 있다.
남은 과제는 이 회장의 지분 승계뿐이다.
신세계그룹은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분리경영 체제 구축으로 지분 구조가 단순해진 상태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이 회장의 이마트·신세계 지분만 물려받으면 경영 승계는 완료된다.
이 과정에서 광주신세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광주신세계는 백화점 사업이 주사업으로 정 총괄사장이 맡은 회사지만, 정 부회장이 지분 52.0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가 전략적으로 협력 중인 신사업인 SSG.COM을 제외하고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정리하지 못한 거의 유일한 회사인 셈이다.
지난해 말 광주신세계는 대형마트 사업부문을 이마트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해 계열 분리 작업에 들어갔으나 정 부회장의 보유 지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업계에서는 향후 정 부회장이 이 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을 증여 또는 상속 받을 때 광주신세계의 지분을 활용해 세금을 부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같은 이유에서 광주신세계 외에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보유한 지분의 추가 정리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신세계와 이마트를 각각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리한 후 2개 지주부문을 합병해 새 지주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지주사를 설립할 경우 두 남매가 보유한 다른 계열사 지분을 지주사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의 승계가 가능하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정 부회장에게 신세계와 이마트의 경영권을 모두 물려줄 경우 승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거론되던 것으로, 현재는 가능성이 낮다.
정혜인 기자 hi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