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증권사 해외 대체투자…신평사, 리스크 악화 ‘경고’

6개월 이상 미매각된 익스포져 규모 1조3000억원
KB증권 해외 부동산 펀드, 신한금투 DLS 손실 위험
부실 발생시 회수율 낮아…엑시트까지 장시간 소요

증권사들의 해외 대체투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국내 경기 부진으로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해외 부동산 투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투자 붐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체투자란 주식·채권 같은 전통적 투자자산이 아닌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안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말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8개 주요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져 총액은 6월 기준 13조9000억원으로 2017년말 대비 278% 증가했다. 저금리 규제와 국내 영업환경이 악화되며 해외 대체투자 관련 조직을 크게 늘리고 최근 2~3년간 급격히 영업을 확대한 결과다.

증권사들은 초대형IB 및 종합IB 지정을 위한 자본확충과 발행어음 등을 통한 조달확대로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으나 국개 기업금융 투자대상 한계 등으로 해외투자를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해외 대체투자 중 신용공여(대출 및 대출확약) 형태로는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가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고 집합투자증권 형태로는 미래에셋대우,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를 중심으로 대부분 대형사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투자위험 관리 목적상 선진국 대도시의 상업용·오피스 부동산이나 인프라 시설 중심으로 투자하는 방침을 두고 있어 투자자산의 소재국은 미국, 호주, 영국 비중이 크다.

하지만 최근 일부 증권사에서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가 잇달아 원금손실 위기에 놓이며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판매한 3200억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 투자 사모펀드가 해외 부동산 대출 사기에 휘말리며 1000억원대 손실이 예상된다.

신한금융투가 판매한 4600억원 규모의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 파생결합증권(DLS)도 개발 인허가 차질로 만기를 연장한 상태다. 현지 정부의 인허가를 받지 못해 원금 상환이 연기된 것이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호텔 15개 인수 계약 체결에 대해서도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1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샌프란시스코, 뉴욕,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에 위치한 호텔 15개를 계약금액 58억달러(약 6조9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인수금액 6조9000억원 중 약 2조6000억원을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보험, 미래에셋캐피탈 등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수익권자로서 투자할 계획이며 나머지 자금은 사모펀드의 대출 등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금융자산에 집중돼 있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운용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으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대규모 해외 대체투자건에 대해 그룹 계열사가 전체적으로 참여하는 투자방식은 계열 신용도 관점에서 부담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기필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회사의 총위험액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금번 투자로 인한 추가적인 재무안정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용평가사들은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져 증가속도가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매각 잔고로 리스크로 떠올랐다. 자기자본으로 해외 자산을 인수한 뒤 재매각(Sell-down) 목적으로 취급한 물건들이 재고로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8개 증권사의 6개월 이상 미매각된 익스포져의 규모는 6월말 기준 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신규 취급한 셀다운 목적 익스포져가 잘 해소되느냐가 관건”이라며 “유럽의 미매각 물량이 집중됐는데 무리한 경쟁 심화로 인한 미매각 리스크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자본 대비 미매각 익스포져 비중은 23% 수준으로 크지 않으나 이러한 영업추세가 지속될 경우 유동성 및 투자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기업평가도 최근 증권사 해외 대체투자와 관련해 신용도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총 투자규모의 변화와 신용집중위험 수준, 개별 투자건의 밸류에이션 등을 주의 싶게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개발사업 또는 인수금융과 관련해 소규모 투자로는 참여하기 어려우 경우가 많아 대상별 투자규모가 크다”며 “증권사들은 셀다운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계획대로 매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외 대체투자는 통상 엑시트(Exit)까지 장시간이 소요되며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가치의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려워 LTV(담보인정비율)의 신뢰성이 저하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글로벌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각종 금융변수와 실물자산의 가격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위험요인이다. 또한 부실발생시 회수율이 낮고 사후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악재로 떠올랐다.

안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투자건의 주요 대주로서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자산부실화 등 크레딧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회수장치를 주도적으로 행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지숙 기자 jisuk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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