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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COO 보좌 없이 LG화학 이끈다

정호영 사장, LG디스플레이 대표로 적 옮겨
신임 CFO에 차동석 S&I 전무…COO 발탁 없어
신 부회장, 현안파악 완료…원톱체제 구축 주력
SK이노 배터리戰 강경대응 지시…리더십 입증 기회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원톱체제’ 굳히기에 나선다. LG화학은 그동안 신 부회장을 보필해 온 정호영 사장이 LG디스플레이로 적을 옮기면서 공석이 된 COO(최고운영책임자) 자리를 채우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17일 LG화학에 따르면 정 사장 후임으로 LG그룹 건설 계열사 S&I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아 온 차동석 전무를 선임했다. COO 직에는 새로운 인물을 앉히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전날 한상범 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하자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정 사장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불러들였다.

정 사장은 LG화학에서 CFO와 COO 2개의 직책을 겸임하며 재무와 전략·기획 업무를 총괄해 왔다. CFO는 2015년 11월부터 3년 10개월간, COO는 지난해 말 단행한 조직개편으로 신설된 이후 약 10개월간 맡았다.

LG화학이 COO 직책을 새로 만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출신 CEO를 영입한 것과 연관이 깊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LG화학 신임 대표이사로 깜짝 선임됐다. 그는 1984년 3M 한국지사 평사원으로 입사해 필리핀 지사장,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3M 수석 부회장에 오른 전문경영인이다.

신 부회장은 소재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높은 통찰력과 풍부한 글로벌 사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그가 전통적인 석유화학에서 배터리, 신소재,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등 신사업을 꾀하는 LG화학을 이끌 적임자로 꼽힌 이유다.

하지만 LG화학의 사업영역이 방대하고, 신 부회장의 전공 분야가 아닌 만큼 조력자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 사장이 발탁됐고, LG화학 2인자로 신 부회장을 보필했다.

LG화학은 신 부회장이 회사 내부와 현안에 대한 파악을 마무리한 만큼, COO를 따로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시 말해 신 부회장 체제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다. 신 부회장은 지난 7월 열린 기자간담회로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나타내며 ‘신학철식(式) 경영 철학’을 대대적으로 알린 바 있다.

신 부회장의 리더십은 현재 SK이노베이션과 벌이는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을 어떤 식으로 마무리짓느냐에 따라 판가름될 전망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인력유출을 통한 영업비밀을 탈취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상태다.

LG화학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소송을 위해 준비에 나선 것은 신 부회장이 부임하기 전이다. 하지만 그는 부임 직후 배터리 소송과 관련해 ‘강경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회장은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이고,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의 화해 가능성은 열려있다. 하지만 신 부회장은 협상 타결의 전제조건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적절한 보상을 주장하며 이번 전쟁에서 승기를 거머쥐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전 향방에 따라 신 부회장의 리더십 강화나 상실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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